투기적 놀이와 공동체 놀이, 대표격 여가문화로

2003년 서민들의 화두는 단연 ‘로또’다. 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되는 꿈은 ‘꿈’만으로도 행복하다. 로또는 하나의 투기다. 스릴과 흥미 때문에 사람들은 투기에 집착한다. 로또의 원조는? 고스톱이다. 이런 투기놀이와 함께 우리 사회를 휩쓴 또 하나는 ‘방’ 문화. 노래방, 비디오방에서 찜질방까지. 20세기말과 21세기초를 완전히 장악한 현상. 우리 여가 50년사를 돌이켜본다.

2003년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로또복권의 열풍 속에 휩싸이고 있다. 주말이 지나면 어김없이 신문이나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몇 억씩의 신흥갑부의 꿈이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행적 오락산업이 최근 급신장 하는 것이 사실이다. 고스톱, 포커, 마작, 카지노 게임, 경마, 경륜 등 투기적 놀이가 여가적 놀이냐 사회악이냐 라는 이슈는 많은 논쟁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런 투기적 놀이를 즐기는 이유는 단순하게 놀이를 하는 것보다는 무언가 내기를 할 때 놀이가 스릴이 있고 흥미진진해진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런 투기적 놀이형태 가운데 과거 가족들이 즐기던 대표적인 놀이형태가 ‘고스톱’이다. 명절 때나 여행시 장소를 불문하고 집단적으로 즐길 수 있어, 오래간 만에 친지나 가족들이 모여 화투를 치면서 서로의 친목을 다졌던 것이다.

요즘 새롭게 도심에서 가족들이 즐기고 있는 여가문화로, ‘방’문화의 대표주자격인 ‘노래방’이나 ‘찜질방’이 있다. 주말이나 명절 때, 그리고 휴가지에 가서 가족들이 모여 노래솜씨를 자랑이라도 하듯 남녀노소가 모여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곤 한다. 여흥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 빠른 시간 몰두하고 그 결과가 점수로 바로 나오는 노래방 기계에 쉽게 몰두하게 된 것이다. 이 역시 새로운 우리문화가 자아낸 여가문화의 한 양식인 것이다.

한편, 최근 도시 중심에 새롭게 들어서는 대형 건물에 빠지지 않고 입점하는 공간으로 ‘찜질방’이 있다. 24시간 운영을 내세워 1만원 미만의 저렴한 입장료에 각종 이벤트로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는 찜질방이 도시민의 휴식공간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찜질방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저렴한 가격에 오랜 시간 때울 수 있다는 외형적인 조건말고도 최근 대형화, 고급화 추세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나 주말 가족 나들이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보고된다. 대학생이나 직장들이 남녀 만남을 찜질방에서 한다는 신문기사를 접하게 되며, 실제 가보면 갓난아이나 어린이들과 노인들을 동반한 부부들의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띈다. 주변의 눈길을 의식하지 않고 지나친 애정표현이나 과다노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밤늦게까지 소란을 피우거나 아이들의 칭얼거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보고되지만 번잡한 도시생활의 쉼표로 자리잡은 찜질방의 인기는 계속될 듯하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가족여가문화의 방향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것이 가지는 집단 친교적 특성과 현실세태를 반영한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가 지난 6월 경험한 ‘길거리 응원 문화’는 한국 고유의 축제문화를 새로운 형태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 6월 한달 동안 연인원 2천 2백여 만 명이 운집한 길거리 응원은 한국고대사의 부족축제였던 영고, 무천, 동맹과 맥을 같이 하는 대규모 공동체 축제라는 분석까지 등장했다. 특히 월드컵 기간의 길거리 응원은 한국 역사상 오랫동안 공백 상태를 보인 것이나 다름없었던 거국적 축제문화가 부활했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계층, 연령, 성을 아울러 가족들이 하나가 돼 소풍가듯이 경기장을 찾고 광화문 거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가족여가문화의 새로운 방향에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윤소영/ 송호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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