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이어 올해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품목 허가 취소, 신라젠 임상 실패까지 연이은 악재가 터지면서 K바이오 업종 전반을 덮치면서 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이어 올해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품목 허가 취소, 신라젠 임상 실패까지 K바이오 업종 전반에 악재가 이어졌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바이오 기업 9곳 시가총액이 이달 초 터진 신라젠 사태 이후 4거래일만에 5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젠은 지난 2일 간암 항암제 ‘펙사벡’이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임상 3상 시험 중단 권고를 받아 공시된 후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2~7일 동안 70%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달 1일 3조5899억원이었던 신라젠 시가총액이 8일 1조409억원으로 2조1565억원이 허공에 사라졌다.

코스닥을 이끌던 대형 제약·바이오주들도 급락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 7335억원, 헬릭스미스 7341억원, 메디톡스 4461억원 등이 증발하면서 업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코스닥시장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악화된 실정이다.

KRX헬스케어 지수(코스피, 코스닥 주요 제약, 바이오 종목 73개) 역시 지난 13일 2377.09P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4918.37P까지 올랐던 지수와 비교하면 폭락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신라젠 임상 3상 실패가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면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결국 투자자들에게 실망감과 불안감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한미약품 기술수출 반환,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는 정부가 반도체 다음으로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는 바이오산업에서 미래의 투자가치에 대한 의문을 자아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최악의 위기, 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허가를 취소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제출한 주성분에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신장세포가 사용된 인보사 2액을 방사선 처리를 해도 세포가 모두 사멸되지 않는 새로운 주장을 했다. 그간 코오롱 측은 인보사에 신장세포가 들어가긴 했지만 방사선 처리를 거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세포가 사멸돼 종양 유발 가능성이 없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혀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올해 악재 덮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

기업명                                                            내용

코오롱생명과학                     7월 9일 식약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7월 9일)

한미약품                             1,7월 기술 수출 파기...글로벌 제약사에 넘긴 신약 권리 반환

신라젠                               8월 2일 미국DMC, 면역 항암제 ‘펙사벡’ 임상 3상 중단 권고

에이치엘비                         6월 27일 표적 항암제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 목표치 미달, 임상 지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 진행 중

=============================================================================

코오롱생명과학이 주성분이 바뀐 점을 알고도 식약처에 허위 자료를 제출해 판매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2017년 7월 식약처 허가 이후 438개 병·의원에서 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가 이미 3700여명에 달한다. 회사 측은 오는 9월부터 이들을 장기추적 관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해 10월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태한 대표이사는 지난달 20일 분식회계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았지만 가까스로 구속은 면했다. 김 대표 등은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대가로 4조5000억원 규모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얻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도덕성 하락이 한국 의약품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업계 특성상 사람의 생명과 직결돼 있어 타 산업 대비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안전성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임상실패·기술 수출 반환은 바이오산업 신뢰를 하락시키는 원인

대부분 바이오기업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외부로부터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신약개발을 이어가기 위해 증시 상장을 하면서 자금을 확보해 오는 방법을 주로 쓴다. 이 과정에서 기술수출이나 임상시험 시작만으로 신약개발에 성공한 것처럼 주주들에게 홍보하거나 가시적 성과가 없으나 ‘신약개발의 꿈’에 동참하라는 명분으로 회사를 키워온 경영방식이 바이오산업의 위기를 초래한 요인이라고 업계는 지적했다.

한 예로 신라젠은 임상 성공을 자신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불과 5~6년 만에 국내 신약개발의 상징으로 급부상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지난 2017년 한 인터뷰에서 “신약 기업의 실적은 임상 단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당장 매출과 수익이 얼마나 났는지를 갖고 회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근시안적 시각”이라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웠기 때문이다.

신라젠는 2006년 부산대 의대 연구진이 임상시험을 위해 설립한 산학협력 기반 바이오벤처다. 2013년 치과의사 출신 문은상 대표가 경영 일선에 서면서 이듬해 항암제 바이러스 면역치료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미국 바이오기업 제네렉스를 인수합병했다. ‘의사들이 만든 회사’라는 이미지로 센라젠은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승승장구했다.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소액주주가 14만7053명이 보유한 지분이 전체의 85.68%를 차지할 만큼 관심 종목이었지만 지난해 1월 15만원까지 올라간 주가가 20일 종가 기준 1만650원으로 급락해 고점 대비 1/10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기술수출 반환 소식도 바이오산업의 위기를 부채질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미약품이 지난 7월 글로벌제약사 얀센으로부터 1조원 규모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취소 통보를 받았다. 얀센이 진행한 임상 2상에서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달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앞서 지난 2015년 독일 제약사 베링거잉겔하임과 8600억원 규모 계약이 무산된 데 이어 올해 초 일라리릴리에 기술수출한 약8000억원에 달하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BTK억제제의 권리가 반환되면서 신약개발 역량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증권가에선 제약업계가 개발이 완료된 제품으로 투자를 받는 것이 아닌 제품 개발 계획을 근거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경영 방식이 이번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약개발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수 있으며 바이오산업의 진짜 실력을 키울 기회로 보고 개별 사건을 업계 전체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약·바이오들의 임상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 하에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이 나오거나 구체적인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한 종목에 대한 선별적 투자가 이뤄져아 한다는 지적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약개발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관심과 막연한 기대감은 2015년 이후 다양한 물질들의 기술 이전 체결 성공, 임상 실패와 기술 반환이라는 다양한 이벤트를 겪은 뒤 현실적이고 냉철하게 전환되고 있다”며 “신약개발에 대한 시장의 이해도 제고로 한 기업의 이슈만으로 섹터 전체가 움직일 수 있는 시대는 종결됐으며 제약·바이오 섹터는 빠르게 종목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10여 년의 개발 기간과 수 조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 무수한 후보물질 속에 단 하나의 신약이 탄생할 확률이 10%가 되지 않는다"며 "혁신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에는 많은 변수가 있어 단지 투자를 통해 대박을 꿈꾸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산업의 성격과 맞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약바이오산업은 세계적인 고령화 시대에서 건강 주권 확보와 난치병 치료에 기여해 왔다“라며 ”수많은 실패와 경험을 통해 값진 신약이 나온다는 일련의 과정에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