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및 경찰의 강경 진압 규탄 대규모 집회가 열려 우산을 쓴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홍콩=AP/뉴시스
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및 경찰의 강경 진압 규탄 대규모 집회가 열려 우산을 쓴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홍콩=AP/뉴시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나는야 꿈을 꾸며 꽃 파는 아가씨.” 밤거리에서 팔리는 꽃은 무엇일까? 홍콩의 이미지는 욕망이다. 무엇이든 사고파는 곳이고, 서구인들에게 아시아의 판타지를 주지만 가장 서구다운 도시로 발전한 곳이다. 소설가 장애령은 홍콩이 “아름답고 슬픈 도시”라고 묘사한다. 주인 노릇을 하는 서양사람, 동포를 착취하는 중국인 중개인, 그리고 노예처럼 일만하던 민중을 묘사한 것이다. 그래도 풍요와 낭만으로 기억된다. 자본주의는 세상의 바닥을 보지 않는다.

홍콩이 반환될 때 사람들은 술렁였지만 그 이후에도 홍콩은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쇼핑관광을 가고, 많은 금융권은 홍콩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덩샤오핑의 약속대로 반환 후 50년 동안 홍콩은 중국에 속했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며 자치권을 유지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시위에 홍콩 740만명 인구 중 170만명이 참여했다. 인구의 1/5이 시위에 참여한 것이다. 왜 홍콩 사람들을 시위에 참여했을까?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8월 25일 저녁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은 홍콩 시위를 지원하기 위한 다큐 상영의 밤을 열었다. ‘동대문 옥상낙원(DRP)’이 공간을 제공했다. 이곳 옥상에서는 쪽방이 빽빽하게 있는 창신동 산동네가 보이고, 고개를 돌리면 화려한 동대문의 건물들이 솟아 있다. 중심에 있지만 주변이고, 주변에 있지만 모든 것이 보이는 신기한 장소다.

행사 진행은 이상현 국가폭력에 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 활동가가 맡았다.

지난해 2월 홍콩 남성이 임신한 여자친구를 대만으로 데려가 살해하고 홍콩으로 돌아온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그 남성을 처벌할 법은 없었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는 처벌하지 않고 있고,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그 남성을 대만으로 보낼 수도 없었다. 홍콩 정부가 이때 내놓은 것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이다.

홍콩인들은 송환법이 시행되면 중국은 치졸한 범죄인 뿐 아니라 반중국 인사들을 대거 중국으로 불러들여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나마 보장되던 홍콩의 언론·집회의 자유는 중국인들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홍콩 반환 이후 중국은 선거제를 바꿔 간접선거로 행정가, 정치인을 선출했다. 친중국 공산당 인사가 행정장관이 되도록 제도를 바꾼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 시민들은 ‘우산 혁명’(2014)을 펼쳤지만, 친중국 인사인 캐리 람이 행정장관이 되었다. 그리고 케리 람은 송환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홍콩 인권활동가 풍카쿵

바쁜 일정 때문인지 수염이 거칠게 덮힌 풍카쿵(fung ka Keung)은 환하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홍콩의 상황을 전했다. “현재 행정장관 캐리 람은 시위자들이 경찰관의 폭력으로 다쳤는데도 적절한 사과를 하지 않고, 그들을 폭도로 몰고 있다.” 풍카풍은 홍콩 정부는 시위대가 폭력을 썼다고 말하지만, 경찰의 폭력은 심각하며 시민들은 이에 대응하며 벽돌을 깨고 바리케이트를 부쉈다고 말했다. 시위 조사 과정에서 성폭력이 일어나고, 시위 중 깡패들이 등장해 시위대에게 각목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했는데, 이상하게도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경찰은 그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풍카쿵은 한국정부의 어려운 외교적 위치를 이해하지만, 경찰 폭력은 그곳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위험하니 한국정부가 관심을 갖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동아시아 노동자 연대 활동가 홍명교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이라며 조심스럽게 강연을 시작한 홍명교씨는 꼼꼼하게 정리한 14장 분량의 자료를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학술지 경력도 되지 않고, 책 출판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고스란히 자신의 지식을 나눠주는 활동가의 품위는 옥상낙원에 탐스럽게 열린 대추처럼 알차고 풍성했다.

“홍콩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기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보장 받았지만 중국은 이미 사회주의가 아니고 타락한 자본주의(혹은 국가 자본주의)다.” 홍콩 시민사회가 지원한 중국의 진보적 여성단체 첨초부락(尖椒部落)이 공장에서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 상황을 조사해 발표하자 해당 사이트가 즉각 폐쇄됐다. 다른 좌파그룹들도 홍콩과 연계되어 있다는 이유로 탄압 당하고 있다며 이번 송환법이 홍콩에 끼칠 위험한 상황을 설명했다.

홍씨는 이번 시위를 단일의 사건으로 보기 보다는 반환 이후 홍콩사회를 살피고 홍콩인들의 공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1/5인구가 빈곤층이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도시다. 4평짜리 아파트가 4억에 달하고, 지난 10년간 집세가 3배 올랐으며 90%의 사람들은 은행대출로 평생 빚더미에서 살아간다. 열악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일주일 평균 50시간 넘게 일을 한다. 중국 반환 이후 홍콩은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욱 자본주의적 착취와 경쟁의 틀 안에서 살아간다. 홍씨는 중국의 그림자는 홍콩 시민들에게 두려움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그들의 상황을 전했다.

어둔 밤이 깊어져도 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창신동 산동네와 자본주의 동대문상가를 사이에 두고 옥상낙원의 불빛은 꺼질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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