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대표로 금융권 여성 대변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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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거저 먹는’ 자리로 아는 이들이 있다. 지역구 의원이 표밭을 뛰어 얼굴을 직접 알리는 ‘단거리 선수’라면, 비례대표 의원은 자기분야에서 오랫동안 우물을 파 전문성을 가진 ‘장거리 선수’로 봄직하다.

‘오지랖’이 더 힘을 쓰는 지역구보다 ‘깊이’를 인정받아야 하는 비례대표가 도리어 되기 힘들 뿐더러, 국회의원의 자질 면에선 앞서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성들이 각 분야에 흩어진 숨은 여성인재들을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서까지 배치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여러 현장에서 대표성을 갖는 이들이 국회에 가야죠. 저는 금융분야에서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사람입니다. 비례대표로 등원할 겁니다. 현장 여성들의 목소리를 입법부에 꼭 반영하고 싶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김영주(48) 대외협력위원장은 ‘비례대표 등원’을 당당하게 밝혔다. 민주당 당무위원으로서가 아니라, ‘행원’으로 출발해 금융노조 요직을 두루 거친 ‘현장통’으로서 갖는 자부심의 발로다.

“그동안 노동운동도, 비례대표 의원도 모두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해왔죠. 이를 불식시키는 활동을 지난 4년 동안 해왔습니다.” 99년 민주당 2차 창당추진위원으로 정당에 들어온 뒤 그가 놀란 것은 현장이나 정치권이나 여성의 역할이 적다는 공통점이었다. 그가 정계에 들어와 4년 동안 ‘남녀의 공정한 경기’를 화두로 삼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공정한 경기’ 새 정치 화두

그가 ‘페어플레이’를 우선가치로 삼은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70년대 코트를 주름잡던 무학여고 농구부 선수 출신인 덕이다. 74년 한국신탁은행 실업농구단 선수로 입행했다. 김 위원장은 농구코트와 은행원 일을 함께 하다가 85년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떴다.

“내 인생과 직장생활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당시 은행은 남녀 사이의 차별이 엄청났어요. 87년께 남녀의 ‘동일가치노동’을 인정하라는 운동을 벌였죠.” 노조 가입과 함께 여성부장을 맡은 그는 억척스런 활동으로 불과 3년 뒤 전국금융노동조합 여성부장이 됐다.

90년대 들어 김 위원장은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교육홍보 부국장, 세계사무직노조 한국 측 여성연대회의 의장 등을 지내면서 금융권 전문가로 거듭났다. 98년엔 서울지방노동청 고용평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고, 소셜아시아포럼 한국 위원을 맡았다. 농구선수다운 끈기와 ‘페어플레이 정신’ 덕이었다.

“95년께 금융기관 공동으로 직장보육시설을 거주지 근처에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외환위기 때문에 결국 무산되긴 했지만, 지금도 유효한 작업입니다. 꼭 해보고 싶은 일이죠.” 김 위원장이 추진한 지역의 직장보육시설은 당시 은행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현장성’에 뿌리를 둔 덕이었다.

여성인력은행 활용 절실

“여성정치 면에서 우린 너무 후진국입니다. 훈련된 전문 여성들을 다 놀리고 있어요. 유교문화 탓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진출을 감당하기엔 사회적 여건이 안됐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올해 들어 ‘공정한 경기’를 치를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됐다고 김 위원장은 설명했다. 여야 모두 여성 할당을 말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덕이다.

“지금 여성 행원들의 절반이 비정규직이에요. 외환위기 때 퇴직한 이들을 계약직으로 다시 쓰고 있는 것이죠. 비정규직 문제는 은행권 여성들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행원 출신이자, 노조 각 분야를 두루 거친 이답게 김 위원장은 금융권의 문제를 꺼냈다. 사정을 아는 이가 입법부에 나가야 한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사람들은 여성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해요. 하지만 찾으면 인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이 여성인력은행 같은 풀을 운영해야 하죠.” 김 위원장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쪽 비례대표 후보였다가 아깝게 고배를 들었다. 그러나 ‘기’가 꺾인 낌새는 전혀 없다.

“세상이 바뀌고 있어요. 많은 여성들이 곳곳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모두가 제대로 봐야 합니다.” 김 위원장이 당당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55년 서울 출생 ▲74년 무학여고 졸업 뒤 한국신탁은행 입행 ▲88년 전국금융노동조합 여성부장 ▲95년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 ▲99년 민주당 2차 창당준비위원 ▲2001년 여성부 정책자문위원회 기획위원 ▲2002년 민주당 당무위원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 상근자문위원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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