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페미니즘네트워크 위티(WeTee)
청소년 인권 말하며
대안적 성교육 마련

양지혜 위티 공동대표(오른쪽)와 권나민 자색고구미 활동가가 1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위티 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
양지혜 위티 공동대표(오른쪽)와 권나민 자색고구미 활동가가 1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위티 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

 

지난해 봄 전국 교육현장은 청소년들이 경험한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전국 학교 80여곳에서 터져나온 목소리는 재학생, 졸업생, 일반고와 특수목적고, 특성화고를 가리지 않았다. 같은해 11월에는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스쿨미투 집회가 열려 청소년과 시민 삼백여명이 결집했다. 스쿨미투 집회는 올해 2월 UN까지 갔다. UN아동권리위원회의 아동미팅과 사전심의에 참석한 스쿨미투 집회 제안자 양지혜씨는 한국의 스쿨미투 현황을 알리고 권고안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청소년페미니즘네트워크 ‘위티(WeTee)’는 이러한 움직임을 따라 지난 6월 설립됐다. 스쿨미투 집회를 주도해온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 느슨한 연대체였던 반면 위티는 시민사회단체의 틀을 갖추어 출범했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청소년 대표 최유경(18)씨와 양지혜씨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스쿨 미투 운동을 해오는 동안 전형적인 구도가 자꾸만 형성됐어요. ‘미성숙하고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범죄’, ‘무력한 피해자’라는 구도요. 우리는 그러한 구도를 넘어서 청소년들의 성에 대해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권리, 자신의 욕망과 감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청소년을 꿈꿉니다.”(양지혜) 

위티는 지난 10월 초 한차례 홍역을 겪었다. 대안적 성교육을 마련하고 교육에 참여할 청소년을 모집하기 위해 올린 포스터에 ‘나는 섹스하는 청소년입니다’라는 문구를 썼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실제로 성교육은 어떤 내용인 걸까? 위티의 대표 양지혜와 연사 권나민(21)씨는 항의문자들은 남성중심적이고 폭력적인 ‘포르노적 섹스’만을 떠올렸기 때문에 온 것이라고 말한다. 

“섹스하는 청소년의 존재는 당연하고 명백한데 왜 이들이 드러나서는 안 될까요? 섹스가 가진 야하고 음란한 인식 때문이 아닐까요?”(양지혜)
 
청소년들의 성관계는 이미 중학생 나이대부터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청소년 6만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4차 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만13.6세였다.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5.7%였다. 위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성중심적이고 폭력적인 ‘포르노적 섹스’에서 벗어난 청소년의 성이다.

“동화책에서 언제나 주인공들은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해요. 그러나 그걸 어떻게 표현하고 이야기 하고 점점 더 배워나갈 것인가에 대해 성교육은 고민하지 않았어요. 성을 무조건 금지하고 경고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말해왔어요. 섹스와 성을 남성중심적인 자극적인 포르노와 혼동하며 오는 거지요.”(권나민) 

위티의 성교육 교육안은 ‘나는 섹스하는 청소년입니다’로 시작해 다시 ‘나는 섹스하는 청소년입니다’로 끝난다. 위티가 정의 내리는 섹스란 몸으로 대화하는 행위 자체다. 악수, 포옹 등과 다른 층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 ‘절대로 해보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식으로 설계됐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바와 원하지 않는 바를 명확하게 알아차리게 하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위티의 목표다. 

“신체는 어떻게 생겼다는 식의 성교육은 이미 너무 많이 해왔고, 지금에서는 무용하다고 생각해요. 성기를 가진 존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논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왜 성교육은 일상에서 체화된 언어 없이 교육되는 걸까요?” (권나민) 

위티의 성교육은 지금까지 총 세 번 진행됐다. 성교육 중 교육안의 ‘나는 섹스하는 청소년입니다’라는 말을 보고 느껴지는 것을 그려보라 지시했다. 처음 문구를 본 사람들은 화난 얼굴을 그리거나 빨간색으로 색칠을 하는 등의 그림을 그렸지만 마지막에 다시 문구를 마주한 사람들은 평온하고 일상적인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섹스’를 비로소 일상적인 행위로 인식한 것이다. 위티는 이러한 섹스와 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곧 청소년의 ‘안전한 말하기’로 이어진다고 여긴다.

위티는 성교육과 함께 최근 반창고와 콘돔을 물물교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콘돔과 성 담론 또한 반창고처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일상적인 물건과 이야기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젝트다. 물물교환을 통해 모은 콘돔들은 2020년 1월 중 서울에서 ‘콘돔 전시회’에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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