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X파일’ 여자 주인공 ‘스컬리’
등장 이후 여성들 이공계 진
미디어는 스테레오타입 경계해야
성차별에 근거한 고정관념 퍼져 있어

‘스컬리 효과(Scully Effect)’는 미국드라마 ‘X파일’의 주인공 스컬리(질리언 앤더슨)를 본 여성들이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꿈을 키웠다는 이론이다. 스컬리는 극중에서 FBI요원으로 등장했다. ⓒ‘X파일’ 공식홈페이지 유튜브
‘스컬리 효과(Scully Effect)’는 미국드라마 ‘X파일’의 주인공 스컬리(질리언 앤더슨)를 본 여성들이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꿈을 키웠다는 이론이다. 스컬리는 극중에서 FBI요원으로 등장했다. ⓒ‘X파일’ 공식홈페이지 유튜브

“미국에서 이공계를 전공하는 여성들에게 전공 선택 계기를 묻자 ‘스컬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문직 여성이 인기있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일이 드물었던 80~90년대에 스컬리의 등장은 여성들의 장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는 11월 2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TV프로그램의 성차별적 사례분석’이라는 강연에서 미디어가 젠더 감수성을 추구하고 스테레오 타입(고정관념)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스컬리 효과(Scully Effect)’를 사례로 제시했다.

스컬리는 미국 드라마 ‘X파일’의 여자 주인공으로 드라마 속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법의학을 전공한 박사다. 배우 지나 데이스가 설립한 ‘미디어 속의 젠더 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면 ‘X파일’을 8개 시리즈 이상을 본 열성 시청자들이 그보다 적게 본 응답자와 비교해 더 높은 비율로 이공계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스컬리 효과’라고 부른다. 드라마 세계가 현실 세계에 영향을 끼친 사례다.

김 교수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제일 많이 등장하는 곳이 예능 프로그램”이라며 “애기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지적되는 것이 ‘남자답게’ 같은 고정관념이다”라고 했다. 이어 “TV 주 연령층이 높거나 주로 남성인 경우 그런 고정관념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TV드라마나 프로그램에서 다양하게 재현되는 것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작품에서 어떤 표현을 전달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장면이 자꾸 등장하면 일종의 문법으로 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시청자들이) 직접 외국인이나 이주민을 만나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삶이 전부인 양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가 2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TV프로그램의 성차별적 사례분석’이라는 강의를 하고 있다. 이날 강의는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가 주최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김수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가 2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TV프로그램의 성차별적 사례분석’이라는 강의를 하고 있다. 이날 강의는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가 주최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올해 한 언론에서 한 남성이 초등학교 시절 우유 당번을 많이 해 차별을 당했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차별이 맞다. (선생님이) 성별 고정관념에 근거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남성한테만 가는 차별이 아니다. 여성은 힘이 약하니까 우유 당번도 시키지 않지만 축구도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일종의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성차별이 그물로 퍼져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양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사회에 많이 등장하면서 ‘남녀 5대5’가 아니면 안된다는 주장이 있다”며 “여성의 수치가 많아도 그 영역이 사회적 힘을 갖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유치원 보육 교사를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유치원 보육교사는 전통적인 여성의 돌봄 영역이라는 인식 속에 여성이 90%이지만 저임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화계발효과’를 언급하면서 미디어가 시청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했다. 문화계발효과는 미디어가 특정 의견이나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이다. 그는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사람에게 미국에서 살인이나 범죄가 얼마나 일어날 것 같은지 물어보면 실제로 10%면 그 사람은 20%라고 답한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현실에서 (어떤 분야의) 여성 전문가가 많지 않더라도 자꾸 (미디어에서) 비춰줘야 한다. 보여 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전문가를) 꿈꾸지도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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