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총회가 지정한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매년 11월 25일~12월 1일

2019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기념 토크콘서트가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25일 열린 가운데 이 패널 발표를 하고 있다. ⓒ여성신문 진혜민
2019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기념 토크콘서트가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25일 열린 가운데 패널 토크가 진행 중이다. (왼쪽 두 번째부터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이선희 다큐 영화감독·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여성신문 진혜민

미투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는 “재판부는 미투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인 판결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기념 토크콘서트가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25일 열렸다.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은 매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다. 11월 25일은 세계여성폭력의 날·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날이다. 1999년 UN 총회에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공식 지정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매년 11월 25일을 전후로 여성과 여성 청소년에 대한 폭력 근절과 여성 인권을 위한 여러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행사에는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오프닝 공연이 있었다. 지현은 지난 24일 고인이 된 가수 구하라를 추모하며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와 페미니스트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쓴 ‘나의 정원으로’, ‘꽃그늘 아래로’라는 곡을 불렀다.

이후 패널 발표와 토크쇼가 진행됐다. 

2019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기념 토크콘서트가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25일 열린 가운데 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가 패널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19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기념 토크콘서트가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25일 열린 가운데 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가 패널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가 ‘#MeToo 운동 이후, 강의실 속 변화’를 주제로 토크를 했다. 또 다른 패널에는 이선희 다큐 영화감독이자 전문 강사가 ‘예술이라는 이름의 폭력’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또한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이자 작가도 패널로 참여해 ‘여전히,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는 중입니다’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는 가수 겸 배우 고 구하라의 사망을 추모하며 “오늘은 기운내기 쉽지 않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김 교수는 “작년 고 구하라와 최종범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불법촬영 등 학생들이 분노했다. 그 다음 학기에는 버닝썬 게이트로 불이 붙었다. 학생들은 승리가 처벌받는 사회를 바랐지만 가진 사람들 즉 권력 있는 사람들에 대해 처벌이 보수화되는 것을 보게 되면서 분노를 느끼며 연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투는 한국 사회를 많이 바꿔놨다. 미투로 절반은 승리했고 절반은 실패하며 올해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투가 아니었다면 이윤택, 안희정 사건은 유죄로 판결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투 운동으로 학교 내에 변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권김 교수는 “학생들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도 우연치 않게 내용을 들킨 경우도 있겠지만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그 방에 있었던 몇몇 남학생들이 죄책감을 갖고 여학생들에게 알리며 발견된 것이 작은 변화”라며 “학교에서는 가/피해자 되지 않기가 아니라 방관하지 않는 과정으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학생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사회·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질책하며 “미투로 모인 집단적 목소리를 개별적으로 쪼개 법정 투쟁으로 가야 신뢰할 수 있다고 믿는 재판부는 미투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인 판결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여성들에게 대한 20대 남성들의 불만이 커지고 이에 사회가 응답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2019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기념 토크콘서트가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25일 열린 가운데 이선희 다큐 영화감독이 패널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지난달 열린 제2회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포럼 중 발표된 ‘데이터로 본 한국영화 성평등 현황-한국영화 성평등 영화정책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2009년부터 2018년) 개봉 영화 1433편의 남녀 스태프 성비 평균을 보면 의상과 분장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남성 비율이 높았다.

남성은 △제작자 77.6% △프로듀서 69.3% △감독 88.5% △각본 70.6% △촬영 93.2% △조명 97.3% △편집 52.2% △사운드 83.8% △음악 76.1% △미술 55.1% △의상 12.2% △분장 6.3%로 과반수이상이었다. 반면 여성은 △제작자 11.2% △프로듀서 18.4% △감독 9.7% △촬영 2.7% △조명 1.8% △편집 36% △사운드 8.4% △음악 16.3% △미술 39.5% △의상 83.1% △분장 89.3%에 불과했다. 

이처럼 흔히 ‘기술 분야’라고 하는 것에는 남성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이선희 다큐 감독은 성매매를 소재로 한 김동인의 단편소설인 『감자』를 예시를 들며 “이게 예술인가”라며 “예술은 진보적 자유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문학을 만들어내고 조물주의 위치에 있는 남성 서사는 여성을 함부로 자유롭게 침범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화 ‘귀향’ 등의 작품에서도 주인공들이 집단 강간을 당하는 장면을 2-3분 내로 편집해 성적 욕망을 투사하고 배설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분석을 해보니 특히 여성들은 일본 순사, 약방 주인 등 어떤 등장인물들로 인해 통제하는 방식으로 신분이 노예처럼 만들어지며 성이 계급화됐다”고 밝혔다. 

2019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기념 토크콘서트가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25일 열린 가운데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가 패널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19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기념 토크콘서트가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25일 열린 가운데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가 패널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이자 작가는 중·고등학교 시절 막연하게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위한 것이니 ‘정의’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언론사에 다니면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경청할 일이 많아져 서울에 살아가는 ‘이성애자 비장애인 남성’이라는 위치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부조리, 차별과 폭력 등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알게 됐다”며 “성별로 인해 특권과 부당이익을 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동시에 남성문화 안에서 여성들을 향한 폭력 역시 묵인해온 것이 아닐까 하는 부끄러움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성들의 변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첫 번째는 ‘반성’이다, 내가 틀릴 수 도 있다는 것을 알고 여성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행위”라며 “두 번째는 ‘침묵하지 않기’로 ‘안 돼’, ‘하지 마’라고 분명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박 기자는 “세 번째는 ‘설득’인데 폭력과 차별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너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네 번째는 ‘페미니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이다. 캠페인·시위 등도 함께 해서 뒤로 물러나 있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섯 번째는 ‘꾸준히’이다. 나도 오늘 이 자리에 섰지만 10년 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나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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