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디 라마, 가장 경이로운 배우』(BH)
윌리엄 로이 지음, 실뱅 도랑주 그림
하정희 옮김, 1만 5000원

 

 

헤디 라마는 191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발명에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할리우드 배우가 되고 싶었다. 1933년 ‘엑스터시’에 출연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그녀의 관능적인 몸매에 열광한 대중들 덕분에 그는 할리우드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배우로만 머물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고향 오스트리아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안 그녀는 솜씨를 발휘한다. 해저 전투에서 독일군이 연합군이 쓰는 주파수를 교란해 어뢰가 목표를 놓치게 한다는 사실을 안 그녀는 내분비학과 분비선 연구에 조예가 깊었던 조지 앤타일과 ‘주파수 도약 기술’을 고안했다. 채택되진 않았지만 라마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헤디 라마, 가장 경이로운 배우』(BH)는 라마의 일대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헤디 라마, 가장 경이로운 배우』에는 라마가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 이름과 당시 언론과 사람들의 평이 상당히 들어있다. 대부분 라마의 아름다운 외모를 칭찬하는 내용이 많다. 그만큼 여성이 외모로 평가를 많이 받은 시대, 그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시선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한다. 연기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 제작자로 나서 남성 제작자가 즐비했던 할리우드의 ‘관습’을 깨뜨리려는 시도도 한다.

사실 그녀가 여성이지만 발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는 그녀의 아버지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여성이 기계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었다. 라마에게 가로등이 켜지는 원리나 자동차의 엔진 원리를 가르쳤다. 라마의 아름다운 외모가 아이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라마의 재능은 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가 발명한 ‘주파수 도약 기술’은 무선통신 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GPS 등의 원천 기술이 됐다. 1997년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의 ‘전자 개척자 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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