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은 왜 이 회사를 10년째 다닐까?‘ 출간

이 대표가 지난 9일 여성 기업인으로서 걸어온 10년간 일화와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김문정은 왜 이 회사를 10년째 다닐까’라는 제목의 에세이 책을 냈다. ⓒ알라딘

 

“10년이 아닌 20년, 30년 동안 꾸준히 다니고 싶은 회사, 내가 만들고 싶은 회사이고 엄마의 엄마로부터 딸의 딸에게까지 사랑 받는 좋은 천연화장품을 만드는 게 내 꿈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이진민 대표, ’김문정은 왜 이 회사를 10년째 다닐까‘ 서문)

카피라이터로 히트친 이 대표가 지난 9일 업계를 떠나 2009년 화장품 회사 아이소이를 창업해 마케터를 거쳐 여성 기업인으로 서기까지 걸어온 10년간 일화와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김문정은 왜 이 회사를 10년째 다닐까’라는 제목의 에세이 책을 냈다. 이 책의 특징은 자신의 창업기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일반적인 기업서적과 달리 직원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됐다. 1장은 이진민 대표가 아이소이를 설립하기까지 과정, 2장은 착한 성분을 사용한다는 아이소이의 철학을 지키며 마케팅에 녹인 이야기, 3장은 아이소이 조직문화와 복지제도, 4장 표지 제목인 ‘김문정’을 포함한 직원들이 말하는 아이소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해당 도서에 따르면, 아이소이는 ‘I am So Intelligent’로 ‘나는 정말 똑똑해’란 의미다. 똑똑한 우리나라 여자들을 ‘선영이’로 빗대 여성이 행복감을 느끼며 그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는 소망이 여성을 격려해주는 회사를 만들 수 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10년 전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천연화장품 업계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독일의 알러지 테스트에서 전 제품 최우수 획득을 획득했으며 국내 화장품 회사로 처음으로 미국의 ‘EWG Verified’ 마크를 받은 데 이어 미국 유기농 마켓인 홀푸드에 전 제품 라인이 입점했다. 소중한 가치와 사람에 대한 생각 경영, 나눔에 대해 남다른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으로 착한 사람들과 착한 화장품, 착한 경영이 이 회사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그는 밝혔다.

아이소이는 회사 팀장급 10명 중 그만 둔 사람이 없다. 이들이 적어도 7년 이상 줄곧 이 회사를 다니는 데 복지 제도가 눈에 띈다. 그 중 출장을 빙자한 해외여행이다. 출장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여행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해외서 열리는 뷰티 쇼나 화장품 원료 산지 방문 겸 출장으로 떠나기도 하며 출장 겸 해외여행 후 ‘뭘 하고 놀았는지’ 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입사 2년차 전후로 연수 혹은 출장 명목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가까운 아시아부터 유럽 미국 등 경비 일체를 회사가 지원하고 있다.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 ⓒ아이소이 홈페이지

 

이 책에서 ‘연월차나 반차도 절대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월요일이나 금요일 모두 휴가를 챙기는 것은 직원들의 권리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직원이 때로 연월차를 다 사용했는데도 연월차 휴가를 써야 할 경우 팀장 재량으로 휴가를 주고 있다.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웠던 이 대표는 육아에 주변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엄마들이 10시 출근을 하는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아이 엄마들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자, 그는 “육아에 필요한 시간을 배려하는 게 문화로 정착이 된다면 우리 모두를 위해 서로 이익이 아닐까요?”라는 말에 직원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이 대표의 철학이 반영해 유기농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워 앉아 힘들게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신선하고 좋은 재료료 몸에 좋은 친환경 밥상을 차려주는 엄마의 마음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이 대표는 일하는 직원들을 둘러보다가 컴퓨터 사용으로 등과 어깨가 굽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매일 점심시간 필라테스 교실을 열고 직원들이 허리와 어깨를 펼 수 있게 했다. 직원들은 운동을 하고 나면 집중력이 높아져 업무 능력이 향상된 효과를 얻었다고 말한다. 옥상 정원과 북카페, 여성 직원을을 위해 간이 수면실 등 쉼터를 마련하고 필라테스를 통해 직원들의 건강챙기기가 ‘보물 1호’라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그는 직원들 상당수가 대기업에 못 미치는 급여와 직원복지에도 여성을 위해 파라벤이나 페녹시에탄올 같은 유해성이 의심되는 물질을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배제하자는 회사 기준을 공유하는 나눔의 가치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직원들이 회사를 오래 다니는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회사는 나눔을 중요한 조직 문화로 인식한다. 직원 개인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직원이 후원할 경우 회사도 같은 금액을 지원해 2배로 기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1 매칭 그랜트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큰 사업은 위안부 할머님들을 돕는 일로 가로수길의 아이소이 콘셉트스토어 2층과 3층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주제로 두달에 걸쳐 특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나부터가 여성이고 우리 직원들 대부분 여성이고 우리 제품의 주 고객도 여성인 만큼 자연스럽게 나눔을 생각했다”라며 “거창하게 페미니스트는 아니고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좀 더 나눔과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책에서 밝혔다.

“선영아 사랑해!” 지난 2000년 어느 날, 전국 대학가와 골목 전봇대 곳곳에 한 남자의 사랑 고백 문구가 나붙었다. 과연 어떤 남자가 이런 로맨틱한 고백을 한 것인지 수많은 추측이 오간 가운데 ‘내가 주인공은 아닐까?’, ‘무슨 제품일까’라는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다른 여성들이 선영이가 되고 싶어 할 무렵 세상의 모든 여성이 선영이고 당신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 사랑 고백은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가 14년 간 카피라이터 생활을 뒤로하고 여성포털 사이트 ‘마이클럽’을 창업한 광고였다. 당시 그가 기획한 이 플래카드로 회원수 700만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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