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조롱한 모레노 대통령
혐오 발언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
강간 소재 농담한 두테르테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과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과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요즘 남자들이 성희롱을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여자들은 툭하면 성희롱을 당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못생긴 남자들에게만 화를 낸다. 만약 남성이 매력적이라면 여자들은 그것을 성희롱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에콰도르 대통령 레닌 모레노의 연설은 환호 속에 끝이 났다. 지난 1월 31일 항구도시 과낄라(Guayaquil)에서 열린 투자자 모임에서 일어난 일이다.

다음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레닌 모레노에 대한 비난으로 들끓었다. 솔레다드 부엔디아(Soledad Buendía) 의원은 즉각적으로 “모레노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며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와 여성단체는 대통령에게 “성희롱, 성폭력, 여성살해, 납치, 성착취와 같은 것을 가지고 조크를 하지 마라. 이것은 2차 피해로 이어진다”고 논평했다. 여성운동가 실비아 부엔디아(Silvia Buendía)는 에콰도르에 마초문화가 구조화되었다고 언급했다. 개인이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성차별적 마초문화가 침윤되어 있다는 것이다,

돈과 파워를 가진 자신감이 넘치는 남성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넘치는 남자는 성희롱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이야기 했던 그는 결국 트위터를 통해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성폭력이나 성학대의 심각성을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 그렇게 해석되었다면 사과한다. 나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에 반대한다.” 결국 그는 조심성이 없는 마초남성이거나 인권감수성이 형편없는 대통령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66세의 베테랑 정치가 레닌 모레노의 성희롱 조크는 실수였을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와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떠올랐다.

트럼프는 거칠 것 없는 강한 국가를 세우겠다고 주장하면서 여성, 난민 그리고 이슬람 혐오발언을 했다. 그의 폭력적 행보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지만 백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되었다. 막장드라마 같은 역사가 만들어졌다. 최근 그는 이란의 지도자 슬레이마니를 드론으로 폭격살해를 하며 미국의 힘을 과시했다. 그러고는 의회에 나가 미국인의 자존감을 높였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폭력을 국가의 파워라고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는 그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그의 연임을 소리쳐 외치고 있다.

두테르테는 제국주의와 엘리트를 적으로 규명하며, 별도 달도 따준다는 포퓰리즘을 내걸었다. 잔뜩 찡그린 그의 얼굴이 신문에 등장할 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싶다. 그는 공공연하게 강간조크를 했다. 영웅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세 명의 여성을 강간해도 용서해주겠다고 말했으며, 강간 살해당한 호주 여성 선교사의 이야기를 하며 얼굴이 예뻐서 자신이 먼저 (강간)했을 거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부패한 마르코스를 국립묘지에 안장시킨 장본인이며 그의 정권은 마약과 폭력을 없애겠다고 거리에서 할렘가에서 불법적인 살인을 벌이고 있다.

레닌 모레노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에콰도르 경제사회복지부의 중간 관리직 공무원 모니카 메히아 파체코(Monica Mejia Pacheco·39)는 이번사건과 연결해 우려를 표했다. “내년에 에콰도르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그런데 그는 여성폭력 예방 예산을 84% 삭감했고 임신한 10대 청소녀들 지원 예산을 모두 없애버렸다. 에콰도르는 남미에서 십대 임신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사회주의자였던 모레노는 대통령이 된 후, 시민 복지를 줄이고, 미국 IMF, 세계은행에 손을 벌리며 우파로 선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성희롱 발언은 실수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그의 정치적 야망이 남성성으로 드러날 때, 여성혐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무조건 이기면 된다고 여기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적을 만들고 혐오를 극대화하며 정치를 유지하는 정치가들의 전례를 밟을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의 불을 지피며 이것을 정치 공학이라고 부를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에 외면하거나 분노에 들떠 거리를 가득 채울 것이다 분노에는 디테일이 없다. 무조건 싫고, 무조건 외면한다. 남성성이 아닌 여성성을 가진 정치는 어떤 것일까? 여성정치가들의 다른 선거 전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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