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E코리아 활동가 은영·향기
동물 구출하고 학대 폭로하는
직접행동을 통해 동물권 해방 외쳐

고기를 먹어도 동물권 말하고
관심 갖는 일이 중요해

DxE코리아는 지난 2월 14일 동물 강제 착유를 비판하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여성신문>은 해당 시위 취지와 취재원의 의견을 반영해, DxE 코리아가 보내온 현장 사진을 그대로 싣는다. <편집자주> 

 

13일 디엑트 액션 에브리웨어(DxE, 직접행동 어디서나) 활동가들이 서울 서대문 여성신문에서 인터뷰를 했다. ⓒ홍수형 기자
디엑트 액션 에브리웨어(DxE, 직접행동 어디서나) 활동가들은 자신들을 향한 불편한 시선에 대해 "방해시위에 기분 나빠한다는 것은 사실 동물이 얼마나 억압받고 착취당하고 학대당하는지 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수형 기자

 

지난 2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맨가슴을 내보인 여성들이 있었다. 젖꼭지에 붉은 피처럼 보이는 빨간 액체를 바르고 언론의 카메라 앞에 선 열 명의 사람들은 동물해방 공동체 DxE 코리아의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많은 이들이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 등의 선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전하지만 그 뒤에는 착유 당하는 동물이 있다”고 소리쳤다.

DxE 코리아의 활동가 은영과 향기를 만났다. 은영은 검은 가죽재킷에 화려한 화장을 하고서 나타났다. 혹시 가죽재킷이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은영씨는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2만원을 주고 산 인조자켓이에요. 화장에 사용한 제품은 모두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동물성 원료나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구요. 비건에 동물권 활동가라고 하면 다들 헐렁하고 수수한 옷차림만 상상하니까 일부러 더 이렇게 입고 있어요. 동물권을 생각해도 이렇게 멋을 낼 수 있다는 의미로.”

DxE 코리아의 활동가들은 1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로 물든 가슴을 드러냈다. 이들은 “옷으로 가려지는 신체처럼 동물 착취와 학대도 상품의 껍데기 속에 가려진다”고 말했다. ⓒDxE코리아
DxE 코리아의 활동가들은 1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로 물든 가슴을 드러냈다. 이들은 “옷으로 가려지는 신체처럼 동물 착취와 학대도 상품의 껍데기 속에 가려진다”고 말했다. ⓒDxE코리아

 

14일 광화문에서의 피로 물든 젖꼭지 퍼포먼스(Blood nipple performance) 이후 낙농업계와 일부 언론은 “한국은 해외와 달리 송아지의 이유를 막는 모유 방지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인공수정은 소의 성병 예방 등에 있어 효과적”이라며 반론을 내놓았다. 은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동물의 고통은 숨겨져야 하는데 이를 드러내는 행위 자체에 충격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단순히 젖소의 강제 임신과 출산, 착유에만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자본주의가 착취하는 동물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였어요”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처음 등장한 DxE 코리아는 전개하는 활동마다 큰 논란을 일으켰다. 6월에는 한 활동가가 한 음식점에 들어가서 “지금 여러분의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동물이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다”라고 외쳤고 7월에는 마트 정육점을 이십여명이 기습해 노래를 부르며 판매용 고기 위에 흰 조화(弔花)를 올렸다. 활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명백한 업무방해”, “혼자 풀 뜯어먹고 살아라” 등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한편에서는 육식 문화에 대해 생각해볼 때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같은 방해시위 활동은 이미 유럽과 북미 등에서는 오래된 동물권 시위 활동이다. 동물해방전선(ALF)는 1976년 영국에서 시작돼 도축 및 전시 동물 구출을 위한 습격부터 학대 행위 폭로, 차량 파손, 학대 행위자에 대한 소이탄 공격 등을 했다. 이들의 활동을 통해 동물 학대 행위를 하던 연구소가 폐쇄되는 등 성과가 있었다. 
 
방해시위를 벌여 한바탕 소동을 치뤘던 향기는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도 한때 육식주의자라고, 치킨이 최고라고 말했어요. 방해시위에 기분 나빠한다는 것은 사실 동물이 얼마나 억압받고 착취당하고 학대당하는지 알기 때문이에요.” 은영은 “우리는 당신이 나쁘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사회는 동물을 완벽하게 착취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는 사회에요. 우리는 방해시위를 통해 사람들에게 동물권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자라고 제안하는 거에요.”라고 말한다. 

동물권은 동물 또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갖고 고통받거나 학대 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졌다는 견해다. 1970년대 피터 싱어가 낸 책 『동물해방』 이후 관심이 높아졌지만 우리나라는 약 10여 년 전부터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는 것이 계기가 됐다고 본다. 

생활 속에서의 동물권 활동에 동참하는 법을 묻자 향기는 고개를 저었다. “동물 착취를 하지 않기 위해 비건으로 살아갈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하지만 생활 속에서 완벽무결해지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활동을 통해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거에요. 가죽 자켓을 두고 ‘이게 어떻게 생산 된 건지 아느냐’라고 말하고 고기를 보고 ‘도축 환경이 얼마나 착취적인지 아느냐’라고 말할 수 있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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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DxE 코리아 활동가들은 한 종돈가에서 아기돼지 새벽, 노을, 별이를 구출했다. 엄마돼지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좁은 축사에 갇혀 있었다. ⓒDxE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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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E코리아가 구출했던 아기돼지 새벽이는 태어난지 6개월이 지난 청소년 돼지(?)가 됐다. 새벽이는 바나나 과육보다 껍데기를 좋아한다. ⓒDxE코리아

“새벽이에요. 처음 데려올 때부터 노을이는 순하고 얌전했는데 새벽이는 성깔이 장난 아니었어요. 지금은 꽤 큰데 아직 자기가 작다고 생각하나봐요. 어리고 작을 때 항상 제 위에서 잤는데 지금도 그러려고 해요. 올라오면 숨 막혀 죽을 것 같아요.” 은영은 ‘새벽’이라는 이름의 돼지를 보여주었다. 흙과 햇살과 바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마당에서 여유롭게 노는 사진이었다. 새벽이는 지난해 8월 DxE 코리아가 한 종돈장에서 구해온 아기 돼지들 중 한 마리다. 이제 막 태어난지 6개월여가 지난 새벽이는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도축돼 누군가의 식탁 위에 있어야 한다. 새벽이의 엄마는 고개조차 못 돌리고 걷지도 못하는 좁은 축사에 갇혀 있었다. 

길에서 주운 아기 고양이와 함께 살며 동물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하자 은영은 웃으며 맞장구쳤다. “맞아요. 함께 살며 동물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면 나의 삶을 돌아보게 돼요. 다들 성격도 개성도 다양한 생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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