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트랜스여성 합격 후
대대적 입학 반대활동으로 주목
성별 기준 성염색체로 규정
여성 안전 욕구가 남성 배제와
성소수자 혐오로 등장
혐오는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어
성별이분법 페미니즘 사유 폭 좁혀

12일 숙명여대 게시판에 트랜스잰더 대자보가 붙어있다.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숙명여대 게시판에 트랜스젠더의 정의를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여성신문 홍수형 사진기자

 

“XX염색체로 태어나야만 여성일 수 있다. 여성의 삶을 이해할 수 없는 트랜스젠더는 허구다.”

지난 1월30일, 한 언론매체를 통해 MTF(Male to Female: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으로 성전환 한 사람) 트랜스젠더 A씨가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에 20학번 신입생으로 합격한 사실이 알려졌다. 여대의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여성의 정의’는 성염색체”라 는 주장이 나오며 A씨를 남성으로 규정 하고 입학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숙명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2월2일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힌 A씨의 결정을 지지하며 노력을 통해 얻어낸 결실에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4일,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6개 여자대학 21개 단체가 연대한 숙명여자대학교 트랜스젠더남성 입학반대 TF팀 X가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본인을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여성혐오 사회에서의 여자의 삶을 알고 존중하기 보다 여자들의 공간과 기회를 빼앗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명 트랜스 배제적 래디컬 페미니스트(Trans Exclusive Radical Feminist)로 불리는 터프(TERF)가 사회 전면에 나선 것이다.

‘터프’라는 용어가 최초로 등장한 때는 2008년 영어 웹에서의 일이다. 김리나, 이효민, 루인 등 다수의 연구자들은 한국 온라인 페미니즘의 장에 터프가 등장한 시기를 2017년 메갈리아 사이트의 폐쇄 전후로 본다. 이들은 이론적으로는 1970년~1980년대 래디컬 페미니즘 조류를 2020년까지 끌고 있는 영국의 학자 쉴라 제프리스를 토대로 한다. 사회적인 성별인 젠더(Gender)를 부정하며 여성 간 연대와 남성 배제를 외친다. 일명 ‘4B’로 불리는 비(非)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를 유행 시킨 것이 이들이다.

전문가들은 터프의 주장이 일부 1020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퍼진 데에는 우리 사회가 그간 여성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응답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통계청이 7월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8년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낀 여성의 비율은 35.4%로 남성(27%)보다 8.4%포인트 높았다..특히 여성의 26.1%가 범죄 발생을 사회의 가장 주된 불안 요인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여성 안전과 관련된 스토킹 방지법, 강간죄 개정, 미투(#MeToo) 후속 대처 법안 마련 등은 여전히 멀었다.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는 불볕 더위에도 6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9년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터프의 주장이 실제 실천으로 나타난 것은 2016년 말 시작 된 비웨이브 주최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에서다. 이들은 참가 자격을 자궁 유무로 나눴다. 시위 인원 10만여 명을 모으며 화제가 됐던 2018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불편한 용기’는 ‘생물학적 남성’의 참가를 금지하며 기준을 염색체(XY/XX)로 규정했다. 여성학 연구자 이효민은 이 러한 터프들의 시도를 “안전한 공간에 대한 강력한 욕구가 위험 요소를 빠짐없이 색출하고 분리해내려는 시도들과 만 난 것”이라고 지적한다(2019, 페미니즘 정치학의 급진적 재구성). 그렇기 때문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논의에서 FTM 트랜스젠더(Female To Male Transgender: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으로 성전환 한 사람)에 대한 논의는 배제돼 있다. 이들이 논의에서 배제되는 데에는 최근 터프의 주장 중심에는 성 염색체가 곧 여성의 순수성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FTM 트랜스젠더 남성의 여성 신체로서의 경험이 곧 시스젠더(Cisgender:타고난 성과 인식하는 성이 일치하는 경우) 여성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자리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가짜뉴스,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없음도 터프의 적극적인 혐오 표현과 배제를 낳았다.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트랜스젠더에 관한 많은 정보는 비정상적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트랜스베스타잇(Transvestite)과 여성에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여장을 한 범죄자들에 대한 정보와 뒤섞여있다. 또 ‘스포츠 경기 등에서 트랜스젠더가 여성의 자리를 빼앗았다’와 같은 내용의 해외 반성소수자 사이트의 가짜뉴스가 함께 떠돈다. ‘여성을 강간한 후 여성 교도소로 수감된 트랜스젠더’ 뉴스의 다수는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트랜스젠더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는 ‘남자교도소로 수감됐다’가 사실이다. 현재로써는 적극적인 혐오표현과 가짜뉴스를 처벌할 저항이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차별금지법 제정과 여성 안전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제11회 성소수자인권포럼에서 “소수자들이 겪는 다양한 형태의 고통, 혐오표현이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여러 경험적 연구들이 실증적 증거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상의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혐오표현을 퇴출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소수자의 맞받아치기(Speaking Back)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명백하게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시스젠더 남성이다. 범죄에 대한 대책과 법과 제도가 부족한 상황을 트랜스젠더를 혐오하기 위한 빌미로 사용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한 여성’이란 불가능하다. 페미니즘에 있어 정상-비정상, 다수-소수를 나누는 것은 논의를 확장시키지 못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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