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출마합니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 청년·여성 후보
회사내 성폭력 대응·노조 설립 추진 중 ‘권고사직’
화섬식품노조서 ‘섬식이’, ‘노조스타그램’ 등 기획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 ⓒ정의당 제공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 ⓒ정의당 제공

“직장 후배가 성폭력 신고를 했다. 제가 먼저 했더라면 후배가 겪지 않았을 일이었다. 적극적 증언자가 됐다.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권고사직을 당했다. 민주노총에서 일하게 됐고, 정당에 가입했다. 조금씩 활동 반경을 넓히다보니 어느새 정치를 하고 있었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은 게임회사 노동자였다. 개발팀, 마케팅팀에서 일을 했다. 류호정 후보를 정치의 길로 이끈 첫 단추는 사내 성폭력 사건이었다. 이후 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중 해고됐다.

류 후보는 “게임회사 재직 시절이었다. 후배가 사내 윤리위원회에 상사의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해 신고를 했다며 증언을 부탁했다. 아차 싶었다. 그 후배가 입사하기 전에 저도 똑같이 겪은 일이었다”며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 넘긴 사이 피해는 반복됐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죄책감이 들었다. 직접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인 증언자가 됐다. 하지만 가해자는 징계를 받았지만 공간 분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층에서 얼굴을 맞대며 지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내에 노조가 있었으면 달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사내 성폭력 문제, 노동 시간 관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마침 같은 IT업계 회사인 네이버에서 노조를 만들었다. 소수의 동료들과 노조 설립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노조 설립 선언문을 쓰던 중에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했다. 말이 권고사직이지 해고나 마찬가지였다”며 “법인 대표가 부르더니 ‘권고사직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방을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부당하다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사인을 하고 나오는데 참담했다. 예전에 노동 운동하던 분들은 더 힘든 일도 이겨냈는데 저는 이것조차 버티지 못했는지 자책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류 후보는 게임회사에서 해고된 이후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에서 선전홍보부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화섬식품노조의 별칭 ‘섬식이’를 작명해 이목을 끌었다. 인스타그램 계정 별칭으로 ‘노조스타그램’을 만들어 2030 세대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류 후보는 “회사에서 나온 이후 IT업계 노동자들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마침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에서 선전홍보부장을 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MBC를 마봉춘이라고 부르고, KBS를 고봉순이라고 친근하게 부르지 않나. 화섬노조에도 그런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섬식이’라는 별칭을 짓게 됐다. 화섬노조 인스타그램 계정을 노조스타그램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정의당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후보 선출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정의당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후보 선출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류 후보는 “여성신문 후원자로서 고백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화섬노조에 IT노조가 편입되면서 노조의 이름을 바꾼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때까지 쓸 요량으로 ‘섬식이’라는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별칭을 짓게 됐다. 향후 노조 이름을 바꾸면, 성중립적인 이름으로 바꾸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류 후보는 “처음에 ‘섬식이’, ‘노조스타그램’을 공개했을 때 떨떠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기존에 노조들은 강인한 인상을 주는 붓글씨체를 써왔다. 우리는 둥근 글씨체를 쓰고 친숙한 별칭을 만들었다”며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분들도 차차 좋아해주셨다. 특히 노조를 홍보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평범한 노동자에서 정치인의 길을 걷기 까지 류호정을 이끈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류 후보는 국회 담 앞에서 외치는 일을 뛰어넘고 싶다고 밝혔다.

류 후보는 “노조를 만들기만 하면 모든 노동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탄력근로제가 개악된다든지 어떤 문제는 노조만으로 벽을 넘을 수 없었다. 국회 앞 담벼락에서 아무리 외쳐도 노동자의 목소리는 담을 넘지 못했다”며 “직접 국회로 들어가 일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정의당 가입을 마음먹은 계기는 2017년 대선이었다. 류 후보는 후원하는 마음으로 가입했던 정의당에서 현재 IT노동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류 후보는 “처음에는 후원만 생각하고 가입했다가 활동을 하게 됐다.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국회에서 포괄임금제폐지 제도화,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 기준 강화,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전태일 3법 통과 등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제가 비례대표 1번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의당이 청년 정치를 하겠다는 결단 덕분이었다. 정의당의 가치를 추구해온 선배 당원들이 많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에 들어가 실적으로 증명하겠다. 감사한 마음을 의지와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들의 유세를 돕겠다. ‘진보 정치 업데이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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