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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30억 여성이 행복한 어머니가 되기를 희망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7월 한달 동안 전국 6개 지역에서 홍보활동을 펼친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회장 이시백, 이하 가협)의 ‘밸런스 이니셔티브’ 캠페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협은 12일 명동에서 대대적인 출범식을 갖고 영화배우 염정아씨와 중견 연극배우 최종원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동남아 여성보건을 위한 전 세계적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여성·인구·환경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밸런스 이니셔티브’ 캠페인의 주체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시백 교수를 만났다.

“우리나라 인구사업은 인구 증가율 둔화와 출산율을 낮추는 의미에서 양적으로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인구사업은 질적인 내용이 중요합니다.”

이 교수는 ‘국내 인구학 박사 1호’라는 명성답게 우리나라의 인구사업 문제점부터 말문을 열었다.

“인구사업에 질적인 내용이라 하면 ‘여성’을 중심에 둬야 합니다. 결혼하는 것, 아이 낳는 것, 몇 명을 낳을지, 어떻게 터울을 둘지 등 임신과 출산은 물론 그 나라 법이 허용하는 한 낙태에 관한 것까지 여성이 결정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 후진국으로 갈수록 이 모든 결정권이 제도에 의해 결정되지요. 현실적으로 아이를 많이 출산하면 여성의 건강, 신분, 노동, 인권 등 여성 삶 전반에 침해를 받습니다.”

그렇기에 이 교수는 인구와 여성문제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실례로 세계 인구의 5분의 4인 49억 인구가 개발도상국에 밀집했고 그 지역 여성들의 삶은 빈곤과 질병, 심한 노동에 시달려 인권을 논할 수 없을 정도의 지경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구와 관련된 각종 문제의 희생물은 바로 여성”이라며 “환경 역시 인구가 많아지면 오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개발논리는 당연한 결과”라는 것. 그래서 여성·인구·환경문제는 떨어질 수 없어 상호간의 융합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에서 ‘밸런스’라는 표현을 썼다는 게 이 교수의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좋은 취지의 운동에 왜 우리말을 두고 영어를 사용했을까.

“국제적인 운동으로 벌이기 위해 영어를 사용했습니다. 질이냐 양이냐의 문제는 나중에 논하더라도 어쨌건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은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경험과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원조하겠다는 뜻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는 가족계획사업으로 4355만달러를 국제 사회에서 지원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국제 사회에 지원하는 돈은 연간 5만달러에 불과하지요. 또한 UN에서는 우리나라에 대외공적원조자금(ODA)을 0.7% 권장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0.063%밖에 지원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지요.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로 눈을 돌려 베풀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특히 동남아시아 여성과 아동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 여성의 권리 역시 보장되지 못하는 게 현실 아닌가.

“저 역시 답답한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요즘 정부에서 출산장려정책을 쓴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우수한 노동력 잠재집단 즉 여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경제활동 참가율이 상당히 낮지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없앤다면 노동력 문제로 출산장려정책을 논할 근거가 없어질 것입니다. 호주제는 당연히 폐지돼야 합니다. 이렇게 눈으로 보이는 여권 신장의 걸림돌을 먼저 제거해야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지요. 세계보건기구는 아이를 낳는 것이 여성의 출산권이라 했습니다. 출산이 여성의 권리라는 얘기인데 출산장려정책을 쓴다는 것은 여성 인권에 대한 침해이며 박탈일 수 있습니다.”

얼마나 명쾌한 이야기인가. 인터뷰 내내 친여성적인 이야기를 이끌어온 이 교수에게 기자가 슬쩍 우문을 던졌다. 혹시 집에서는 어떻게 실천하시는지.

“집이요? 하하하. 솔직히 말만큼 완벽한 실천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우리 집사람보다 요리는 훨씬 잘하지요.”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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