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전자투표 도입

삼성전자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위)에서 '코로나19' 여파와 전자투표 도입 등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지난해 3월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뉴시스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회사와 무관한 건물에서 지난해 1000여명이 삼성 서초사옥에 몰린 주총 대란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총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속에 다중 공간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 1500여개 좌석 중 400여명 정도 주주들만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18일 오전 9시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 3층에서 제51회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10년 만에 혼잡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외부 장소를 빌렸다. 상정된 안건은 △재무재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사장 등 사내이사 선임 등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을 대비해 혹시 모를 감염병 위협을 차단하고자 만전을 기했다. 주총을 전자투표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관리의 삼성’이었다. 지난 5일부터 주총 당일까지 약 2주간 컨벤션 센터를 매일 방역했다. 코로나19 대응소를 외부에 설치했고 음압 텐트와 구급차 4대도 지상 주차장에서 대기시켰다. 의사 3명과 간호사 7명이 상주했다.

주총장 1층 입구에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하고 통과한 주주들은 라텍스 고무장갑을 착용한 진행요원들에게 비접촉 체온계로 온도를 재고 이상이 없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주주발언 때도 일회용 마이크 위생 커버로만 사용했다. 주주들은 마스크와 휴대용 손소독제를 각각 제공받아 개인이 수시로 소독해야만 했다. 마스크 대란 속 주주들은 "주총에 와서 약국에서 줄 설 필요 없이 마스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주주들 간 감염을 막기 위해 의자 간격도 2석씩 배치했으며 올해 처음 지정 좌석제를 실시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해당 주주가 어디 앉았는지, 근처에 누가 앉았는지 정확히 체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자투표를 올해 처음 도입해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주총이 시작하자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 등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차례로 주주들에게 인사했다. 이날 질문을 하려는 주주들은 진행요원이 약 50cm 정도 떨어져 긴 마이크를 대주는 이색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주주들이 발언할 때마다 마이크를 소독하거나 경영진 단상과 주주간 거리를 최소 6cm 이상 유지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단상에 올라서 답변할 때 비말(침)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명 유리막을 설치했다.

이날 주주들은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가면 주력 제품 생산 차질이 없는지 등 경영상황 악화를 우려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코로나 발발 시점 초기 중국에서 부품 공급 문제가 있었지만 현재 생산 차질이 전혀 없다”며 “ 다만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전세계가 코로나 확산세가 시작하고 있어 유통과 소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파악이 안되지만 큰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 등 준법경영위원회 출범 등과 관련해 한 주주는 강남역 철탑에서 삼성전자 해고노동자 농성시위를 언급하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글로벌 경영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주총장에 일시적으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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