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투 직후보다 소극적인 공약들
정의당만 CEDEW 권고에 입각한 공약
현재까지 150명 후보가 개정 동의 밝혀
1명 반대

28일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제 10차 페미시국광장 '강간죄를 위한 총귈기'가 열렸다. 집회 후 광화문일대 행진을 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9월28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서 열린 제 10차 페미시국광장 '강간죄를 위한 총귈기' 모습. 집회 참가자들은 폭행과 협박이 동반돼야만 성폭력이 인정되는 강간의 법적 기준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여성신문

 

지난해 9월 채팅 앱으로 만난 10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3년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 확정 판결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서 ‘폭행 또는 협박’이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형법상 강간죄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간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미성년자 의제강간’ 만을 적용해 1심 8년 징역형을 뒤집고 3년 징역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었다.

제21대 국회에서 논의 되어야 할 주요한 여성 의제 가운데 ‘형법297조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이 있다. 그러나 현재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을 당 차원에서 내건 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하다.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은 ‘폭행 또는 협박’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동의한 관계가 아니라도 폭행 또는 협박이 수반되지 않았다면 강간죄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지난 2018년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한국에 “형법 제297조를 ‘피해자의 자발적인 동의 없이’ 등 동의에 기반한 기준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2018년 사회 각계각층에서 불어닥친 미투(#Metoo) 직후 국회에는 강간죄를 개정하는 10여개 법안이 올라왔지만 개정되지는 못 했다. 그러나 21대 국회를 앞둔 현재 각 당에서 나온 강간죄 개정과 관련한 공약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투 직후보다 후퇴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강간죄 개정에 대해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 여부가 아닌 ‘동의’ 여부로 판단하는 비동의 간음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해당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정의당은 강간죄 개정과 관련해 가장 진보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2018 CEDAW 권고와 최협의설 비판에 입각해 동의 여부 기반 강간죄 개정을 주장하고 동시에 동의력 제한이 있는 피해자에 대한 별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명시적 동의의사 원칙에 따라 성범죄를 엄벌하도록 형법을 개정하고 폭행, 협박 등이 수반된 경우 집행유예와 감형을 금지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약집이나 자료 형태가 아닌 당대표 발언문 형태인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는 이번 총선에 출마한 각 후보들에게 강간죄 판단 기준 개정에 대한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한 후보들을 ‘나는 오늘 ’성평등‘에 투표합니다’ 홈페이지(call21st.works)에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50명의 후보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 의사를 밝힌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36명 △미래통합당 1명 △정의당 63명 △녹색당 5명 △민중당 20명 △민생당 1명 △더불어시민당 6명 △기본소득당 2명 △여성의당 4명 △무소속 5명 등이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후보는 최영근 미래통합당 화성시갑 후보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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