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후 실업자 대다수 여성
육아 등 무급 돌봄노동 여성 몫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UN Photo/Jean-Marc Ferré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UN Photo/Jean-Marc Ferré

 

코로나19로 인해 수 십년 간 얻어온 성평등의 성취를 후퇴(rollback)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엔(UN)은 9일 발표한 정책보고서(Policy Brief: The Impact of COVID-19 on Women)를 통해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여성들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경조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UN 정책보고서를 인용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여성들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N 사무총장 선임 젠더 자문관인 날라 발지(Nahla Valgi)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기존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UN은 현재의 공공의료 비상사태가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경제적으로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들이 가정에서 무급으로 가족을 보살피는 돌봄노동의 짐을 떠맡고 있는데 이로 인해 육체적 고통과 자기고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디언 캡쳐
ⓒ가디언 캡쳐

 

여성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의료 지원도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성사망, 이른 임신, 그리고 성병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세계 의료 인력의 70%는 여성이지만 여성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생식 의료 서비스나 임산부 건강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병원의 위기로 인해 포기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 이슈를 전문으로 다루는 저널리스트 네트워크 ‘풀러 프로젝트(fuller project)’는 미국의 경우, 지난 3월 중순부터 3주간 1600만명이 직장을 잃었으며,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미네소타 등의 실업자 대다수는 여성이었다고 보고했다. 여성들의 실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폐쇄, 이동 제한 명령(stay at home)과 동시에 발생했다. 풀러 프로젝트는 여성들은 실업자가 되는 것과 동시에 학교와 유치원 등 다른 기관도 문을 닫으면서 육아를 비롯한 노동의 짐까지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종사하는 서비스, 소매, 관광산업이 무너지면서 여성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여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심각한 곤경에 처해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UN은 “경제 위기로 인해 다른 산업에 종사하던 남성들이 전통적으로 여성으로 채워진 분야로 뛰어들면서 여성들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여성이 모든 가족을 돌본 뒤에야 취업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여성기구(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의 토니 반 펠트 회장은 “코로나 때문에 여성들이 직장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성들이 받을 수 있는 일자리 수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처음으로 개최한 코로나19 대책 관련 회의에서 “코로나19 감염의 영향은 특히 여성에게 심각하다”며 여성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말했다. 이어 각국 정부를 향해 “코로나19 회복을 위한 노력의 중심에 여성과 소녀를 둘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함께 이겨내고, 더 빨리 회복하고,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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