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가정법원의 청소년 성문화 설문조사 내용 중 초등학생의 성문제에 대한 결과는 사뭇 긴장감을 갖게 한다. 설문조사 대상 283명 중 초등학생의 5%가 성관계를 경험했고 성관계를 경험한 17.3%의 초중고 학생 가운데 10%가 초등학생 때 이미 첫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성관계를 갖는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것이지만, 성관계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더 문제적이다.

인터넷 등의 성상담 창구에는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성체험을 상담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지만 그 사연의 대부분이 놀이의 수준을 넘어선 폭력상황의 것이라는 취재기사를 보니 더욱 우려스럽다. 일부에서는 아이들의 성적인 관계가 의도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 어느 한쪽을 가해자로 규정하는 것 보다 ‘섹스플레이’ 혹은 ‘음란물 놀이’로 보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정부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성관계의 부분을 모조리 놀이로 보는 것은 분명 위험한 입장이다. 장난처럼 가슴을 만지거나, 치마를 들추는 행위 등이 남자아이의 입장에서는 놀이일수 있지만, 여자아이의 입장에서는 치욕을 느끼는 폭력행위인 것이다. 아이들의 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성관계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의 주장도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 하다.

아이들에게는 그들이 이해하고 인정하는 수준의 성문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른들의 시각이나 개념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이들의 성이 모두 놀이거나 혹은 모두 폭력인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성이 그들에게 적합한 좀더 섬세하고 분명한 개념과 용어를 통해 드러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이 노력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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