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초등 저학년도 온라인 개학
집에서 학습 태도 형성 교육 힘들어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
수업 자료 성별고정관념도 여전

초등학교 저학년 3차 온라인 개학날인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가정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학생이 컴퓨터로 통해 어머니와 수업을 듣고 있다. ⓒ홍수형 기자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가정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학생이 컴퓨터로 통해 어머니와 수업을 듣고 있다. ⓒ홍수형 기자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도 온라인 개학에 합류한 가운데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부담도 커졌다.

20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온라인 개학을 지켜본 부모들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해당 조치가 맞다고 생각되면서도 교육적인 면이나 자료 내용 등에 미흡한 점이 존재했다고말했다.

육아휴직 중인 김씨(39)는 이날 집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와 온라인 개학을 함께 했다. 김씨는 “오늘 아이와 함께 EBS TV를 통해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들었다”며 “아이가 1학년이고 처음 수업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옆에서 보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치원에서 배웠던 부분이 있어서 학습적 문제는 크게 없었다”면서도 “학습 태도를 형성하는 시기인데 학교가 아닌 집에서 가르치다보니 이 부분은 잘 안 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온라인 수업에서 개선돼야 할 점으로 EBS 수업 자료에 드러난 성별고정관념을 지적했다. 김씨는 “개학 첫 날이라 아이와 함께 수업을 들었는데 교과서에 시대착오적인 내용이 일부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은 분홍, 남성은 파랑으로 색 고정관념이 드러내는 것과 여자 아이가 다리를 벌리면 이를 교정하는 장면 등이 있었다”며 “부모의 입장에서 봤을 때 검열이 안 된 혹은 미흡한 수업 자료였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자료가 전염병으로 인해 급하게 마련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성평등 교육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1일 초등성평등연구회(이하 연구회)에서도 ‘성평등 관점으로 살펴본 EBS 온라인 개학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통해 세 가지의 문제제기를 했다. 연구회는 ‘교사의 의상’을 지적하며 “교사가 원피스, 분홍 핀을 착용하고 수업을 진행한다”며 “교사의 꾸밈 노동이 방송을 시청하는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시각 자료도 제시하면서 “여성, 남성의 자세, 악세서리 등의 차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며 “보다 평등한 시각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불필요한 성별 갈등을 조장한다며 “4월 21일 초등 2학년 수학 ‘몇 백을 알아볼까요’ 수업 중 ‘남자 친구들 목소리가 더 클까요? 여자 친구들 목소리가 더 클까요?’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필요한 성별 갈등 조장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 딸을 키우는 송은아 혜윰뜰작은도서관 관장도 이날 둘째 아이가 온라인 개학을 했다. 송 관장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지난주에 학교를 방문해 학습 꾸러미 일주일 분을 받았다”며 “이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반마다 배부하는 시간을 달리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은 시간표가 정해져 있어서 순차적으로 수업을 듣고 문제를 풀었다”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 주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온라인 개학을 했을 때 고충이 심했다고 밝혔다. 송 관장은 “오늘은 TV를 보고 손으로 학습지를 풀었다. 초등학교 1,2학년들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난 주 셋째 아이가 온라인 개학을 했을 때는 IT 기기를 활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이 과제를 내주면 서툰 타법으로 전부 받아 적어야 했고, 인쇄물도 뽑아줘야 했다”며 “특히 조부모님들이 도와주셔야 하는 집은 더욱 어려운 점이 많다”고 했다.

교육부 김성근 학교혁신지원실장도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조치라고 지난 19일 밝혔다. 김 실장은 코로나19 관련 중대본 브리핑울 통해 “초·중·고등학생 등교 개학은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할 부분이라는 측면에서 (중대본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상황을 신중하게 보면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의 병행 가능성들을 타진 중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이나 중대본과 전체적 의견을 모아서 결정해 가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2,3학년 개학으로 3차에 걸친 온라인 개학인 마무리된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농학교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개학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초등학교 1,2,3학년 개학으로 3차에 걸친 온라인 개학인 마무리된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농학교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개학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일 개학한 전국 초등학교 1~3학년 학생 수는 약 143만명이다. 이 중 스마트기기로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3학년은 약 45만9000명이다. 이 학생들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또는 EBS 온라인 강의나 과제를 중심으로 한 수업을 듣게 된다.

이날부터는 초등학교 3~6학년과 중·고등학생까지 약 446만명이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만큼 오전 9시 전후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인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 접속량이 역대 최고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9일에는 중·고등학교 3학년 약 86만명이 1차 온라인 개학했다. 당시 EBS 온라인 클래스는 오전 9시 26만7000명, e학습터는 오전 10시 12만명이 각각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14일에는 각각 35만7000명과 24만1000명으로 증가했다. 2차 온라인 개학날이었던 지난 16일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EBS 온라인클래스는 67만5000명, e학습터는 66만4000명이 됐다.

두 차례 온라인 개학 이후 양대 LMS 플랫폼은 크고 작은 접속 오류로 수업이 차질을 빚는 등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불편이 발생했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9일·13일·14일 일부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15·16일에는 접속이 느리다거나 수업 영상이 멈춘다는 지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지난 17일 오전 8시40분쯤부터 오전 10시까지 약 1시간 20분 동안 네이버·페이스북·카카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활용한 소셜 로그인 오류가 일어났다.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e학습터’는 지난 14일 회원 통합인증 동기화 오류로 일부 지역에서 로그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15일 접속 오류, 16일 소셜 로그인 기능 오류가 계속적으로 발생했다.

20일 만약 LMS가 마비될 경우 학교에서는 과제물 제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선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활용한 방법으로 진행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16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20일이 또 한 번의 위기 순간인 만큼 시스템 오류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1~2학년 학생 약 97만3000명은 스마트기기를 활용하지 않고 EBS 방송 시청 또는 학교에서 매주 발송하는 학습꾸러미를 활용해 원격수업에 참여한다. 학습꾸러미는 학습지나 그림 그리기 등 학습 자료들로 구성돼 있다.

담임교사는 학부모(보호자)와 연락을 취하면서 학급방 댓글과 문자 메시지 등으로 학습 지도상황을 확인한다. 오는 5월 등교수업이 재개되면 EBS 방송 시청과 학습꾸러미 활동사항을 평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각 시도교육청은 맞벌이 부부 자녀 등을 위한 초등 1~2학년 긴급돌봄교실 역시 EBS 방송 시청이나 학습꾸러미를 활용한 학습을 지원한다. 이를 위한 원격학습도우미 인력도 충원하고 있다. 지난 17일 전국적으로 8만5000명 이상의 초등학교 1~6학년 학생들이 긴급돌봄에 참여하느라 학교에 나왔다. 긴급돌봄을 막 시작한 지난달 2일(2만3703명)보다 3.6배 늘어났다. 20일 개학 후에는 더 많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등교개학은 다음달 6일 이후 순차적인 등교개학을 추진한다. 지난 2월 중순 신천지 대구교회 ‘슈퍼감염’ 이후 처음으로 일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현재 수준의 안정적 관리가 계속 이뤄진다면 5월6일부터는 일상생활 속에서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생활속 거리두기’로 이행하겠다”며 “등교·개학은 전반적인 상황을 봐가면서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에는 교육계, 지역사회, 학부모들과 함께 구체적인 등교·개학 추진 방안을 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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