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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핵폐기장 유치에 반대하는 항의시위 모습. <사진·민원기 기자>▶

사람들이 묻는다. 요즘 뭐하고 지내냐고. 환경운동 한다는 내 대답에 힘들겠다는 반응 일색이다. 환경운동가들이 묻는다. 요즘 무슨 운동 하냐고. 반핵 운동한다는 내 대답에 어렵겠다는 응답 일색이다. 그렇다. 나는 반핵 운동을 한다. 그 어렵고 힘들고 외롭다는, 환경운동 중의 환경운동‘반핵 운동’을 한다. 반핵운동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존중 운동이며 녹색삶을 추구하는 패러다임 전환운동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진보 운동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이 2번째로 많은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제2차 세계대전 종결을 위해 투여된 원자폭탄은 일본에 살고 있던 한국인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핵발전소로 방사능에 피폭되어 암 발생으로 사망하거나 무뇌아와 같은 기형아가 탄생하는 등의 많은 피해 사례가 있어왔다. 우리나라 핵발전소에서 암이 발병된 경우는 총 40여건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연령은 39.7세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작년에 발생했던 울진의 세관파열 사고나 올해 발생했던 영광 5·6호기 고장 등으로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기심

오죽하면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소로 인한 피해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산업재해 판정 받은 사람이 있을까. 울진 핵발전소에서 8년 간 일해온 정 모씨는 파이프 교체 도중 방사선에 소량 피폭되었으나, 얼마 후 백혈병 발병으로 인해 사망했고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산재판정을 받았다. 우리나라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현실은 바로 이런 것이다.

얼마 전 부안군수가 자기 멋대로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해버렸다. 17년 째 반대 운동을 해야만 했던 반핵 활동가들은 이러한 정부와 지자체장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힘들다. 핵발전소의 추가건설이 없다면 핵폐기장은 사실 필요가 없다.

현재 정부가 짓겠다고 하는 핵폐기장은 사용 후 핵연료를 제외한 중저준위 폐기물 보관소로 발전소에 이미 보관중인 핵폐기물을 그대로 이동해서 같은 방법으로 저장하겠다는 의미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폐기물을 옮기겠다는 이유가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 핵폐기물이 흘러 넘친다는 주장은 10여 년 전부터 매번 반복되는 말이다. 특히 유리화공정이 도입될 예정이기에 충분히 압축 저장이 가능해서 이는 핵폐기장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고준위를 염두에 둔 핵폐기장을 지을 것이며 이는 재처리공장까지 들어선 일본의 로카쇼무라와 같은 과정을 우리가 그대로 밟게 될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비핵선언을 우리와 동일하게 한 일본 로카쇼무라의 경우 초기 핵폐기장 유치 내용은 저준위 처분장, 우라늄 농축공장이었으나 지금은 고준위 폐기물까지 반입해 저장하고 있으며 재처리공장도 짓고 있는 상황이다.

로카쇼무라는 1975년 1만3133명이었던 인구가 핵폐기장 건설 이후 1984년 1만2660명, 2003년 1만1839명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지역주민의 경제적 여건도 나아지지 않고 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의 핵폐기장 건설 지역 또한 이러한 과정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울진이나 영광, 월성, 고리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대부분을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 쓰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지독한 이기심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조금씩 덜 쓰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일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론이 될 것이다.

이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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