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부 여성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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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의 새판짜기’를 목표로 지난해 8월 발기인대회를 연 여성해방연대 준비위원회가 지난 3일 창립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준비위 공동위원장에서 이제 여성해방연대 전국 대표로 선출된 시니옥분(32)씨가 지난 한 해 동안 준비위 활동이 던져준 새로운 고민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했어요. 특히 이라크전이 발발하면서 반전평화운동에 주력했어요. 개별 여성주의자들이 여성해방연대라는 조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냈고 덕분에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알려진 것 같아요. 연대활동을 할 때 많은 사안에 함께 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어요.”

지난해 젊은 여성운동가들의 목소리가 개별적 소수의 요구로만 취급되고 있다며 새로운 여성운동 조직을 꾸렸던 시니옥분씨와 회원들의 문제 제기가 지난 활동으로 유의미했음이 검증된 것.

“1년 동안 우리가 어떤 운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 고민은 아직 획일화되지 않았고 미완성 상태예요.”

새로운 여성운동에 대한 여성해방연대의 열린 고민은 지난 3일 창립대회에서도 치열하게 논의됐다. 4시간 동안 조직의 형태, 목적, 대표 등 회칙을 정하기 위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여성주의를 실현할지, 여성해방연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현재 여성운동에 견주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에 필요한 여성운동, 새로운 여성운동과 역할을 개발하기 위한 고민이죠.”

고민의 끝에 나온 운동의 키워드는 ‘주변부’‘소수자’였다. 여성해방연대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주변부 여성의 정체성을 지향하고 주변부 여성의 시선으로 투쟁하고 활동한다”며 “여성성적소수자, 여성장애인, 여성노동자, 성매매·성폭력 피해여성, 이주노동자”를 주변부 여성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나온 여성해방연대 올해 활동계획은 반전평화, 반성매매, 호주제폐지, 성적소수자, 반성폭력이다.

“지난해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하는 여성운동’을 표방했는데 지난 1년의 활동에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 과감히 활동계획에서 뺐어요.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이 크고 조직에서도 소위원회를 만들어 여성주의자가 어떻게 정치를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을 시작할 거예요.”

대구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며 여성정치세력화에 대한 관심을 ‘한국 국가페미니즘’에 대한 논문 준비에 쏟고 있는 시니옥분 대표는 서울에서 활동하지 않는 전국(서울, 대전, 대구) 여성 조직의 대표다. 여성해방연대는 지역조직의 연대체가 아니라 여성주의자들의 연대체라는 것.

“계속 대구에서 활동할 거예요. 지역에서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가 말하는 주변부 여성이죠. 전국 대표가 됐지만 제가 해 온 대로 지역에서 여성운동을 실천하는 데 계속 힘쓸 거예요.”

스스로 여성운동의 소수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젊은 여성주의자들이 소수자인 주변부 여성을 위한 새로운 여성운동의 파도를 키워가고 있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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