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행정 용어 속 차별 표현 이렇게 바꿔보세요!

 

공공기관과 언론·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어려운 공공언어들로 국민이 겪는 불편이 크다. 여성신문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공언어를 위해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펼쳐나간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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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힘은 매우 강하다. 말이 씨가 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로버트 로젠탈의 말처럼 우리가 평소에 무심코 내뱉는 말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법률·행정 용어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한 공공언어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말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서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를 보면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명시 돼 있다. 그런데 ‘장애자’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차별 표현이다.

왜냐하면 ‘장애자’라는 말의 ‘자(者)’는 ‘놈’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비속어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장애우’라는 표현도 차별적이다. 장애우는 장애인을 비주체적이고 비사회적인 인간으로 형상화하고 구조화해 내는 단어라고 인식된다. 장애인권 단체 측에서 처음 나온 이 말은 ‘우리 장애인 친구들’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됐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형법 제296조에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낙태 → 임신중절 
태아를 인공적으로 자궁에서 없애버린다는 뜻이다. 한자로는 落胎라고 표기되며 떨어질 낙자를 써서 태아를 강제로 떨어뜨려 죽게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의미 자체로 범죄로 규정하고 더 나아가 범죄자로 낙인찍는 효과가 일어난다.

이에 낙태라는 단어 대신 ‘임신중절’이라는 성평등 표현이 대체어로 사용되고 있다. 앞서 의료계에서는 계속 사용됐으며 임신한 사람이 주체적으로 임신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뜻에서 확산되고 있다.

위축되는 낙인효과를 주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단어 대신 ‘고용중단여성’이 점차 사용되고 있다. 법률 제16621호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 따르면 해당 단어는 2008년부터 법령으로 제정돼 수많은 정책 등에 쓰이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은 결혼·임신·출산·육아와 가족구성원의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에 대한 정의다.

법률 용어 외 ‘수유실’이라는 행정 용어도 ‘아기쉼터’, ‘아기휴게실’이라는 표현으로 제안됐다. 또한 ‘부녀자’를 ‘여성’으로 바꿔 부르자는 의견도 있었다.
‘맹인’ 대신 ‘시각장애인’을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국립국어원은 ‘장애인 차별 언어의 양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해 장애인의 시점을 반영한 단어를 선정했다. 이렇게 얻어진 차별 관련 표현 중 ‘맹인’은 차별성
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류의 언어로 나타났다.

맹인 → 시각장애인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맹인은 ‘시각 장애인’을 달리 이르는 말로 풀이했다.

‘자매결연’을 ‘상호협약’으로 변경하라는 권고도 있었다. 지난 3월 경기도 인권위원회는 차별적 용어를 인권친화적으로 정비하도록 개선 권고를 했다.

자매결연 → 상호협약
‘자매의 관계를 맺는 일’ 혹은 ‘한 지역이나 단체가 다른 지역이나 단체와 서로 돕거나 교류하기 위하여 친선 관계를 맺는 일’로 풀이된다. 인권위는 기관·단체 등과 사업자 간의 관계를 특정 성별로 표현하는 것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상호협약으로 변경하도록 권고했다.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도 우리 언어생활의 뿌리가 되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아직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네 번째 뜻풀이에서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했다. 이에 남녀가 아닌 다른 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의견
이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고착된 언어를 한 번에 바꾸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신호가 아닐까. 당장 입에 붙지 않는 말이라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기에 꾸준히 사용한
다면 사회적 소수자들이 차별을 받는 상대적 박탈감도 줄어들 것이다.

쉬운 우리말쓰기 보도팀 이하나, 진혜민, 유슬기, 고은성, 박하연
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특임교수 김형주
공동기획 여성신문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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