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질본 연구기관 복지부 이관, 전면 재검토” 지시
국립보건연구원 뺸 질병관리청 승격 논란에
청와대 국민청원 올린 이재갑 교수의 외침, 왜?

전문가들의 문제 의식에 공감한 문 대통령이 5일 입법 예고된 개정안의 시행 전에 긴급 지시 형태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뉴시스
전문가들의 문제 의식에 공감한 문 대통령이 5일 입법 예고된 개정안의 시행 전에 긴급 지시 형태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뉴시스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질병관리청 승격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겸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특임이사가 질병관리청의 승격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질본의 질병관리층 승격 방안이 황당하다”며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하자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 교수는 “질본 산하기관으로 멀쩡하게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쪼개 국립감염병연구소와 합치고 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에 국립보건연구원고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을 할 감염병 전문가가 얼마나 있기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을 한다는 말이냐”며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과 과장 자리에 보건복지부의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행시 출신을 내려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시려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오히려 질병관리청 산하에 국립보건연구원과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두어야 감염병 대비 역량 강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이나 국립감염병연구소가 질병관리청 산하에 남아야 김염병 대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정책과 방역기능, 감염병 연구기능 전체를 아우르는 한국의 감염병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K-방역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확실히 격려하고 밀어주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 청원은 5일 오후 2시 21분 기준 현재 2만7718명이 동의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질병관리청 승격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겸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특임이사가 질병관리청의 승격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뉴시스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질병관리청 승격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겸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특임이사가 질병관리청의 승격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뉴시스

 

이미 이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질병관리청 승격과 관련해 글을 한 차례 게재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감염병 대응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정작 감염병의 정책 기능은 질본이 하지 않는다”며 “질본 연구조직을 복지부로 이관시키는 행위는 황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이어 “복지부가 그냥 내보내기 싫었나보다. 독립할 생각을 꿈꾸지 말라고 했던 자기네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한 뒤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행안부가 3일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안을 보면 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가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되고 감염병 기초연구와 실험연구, 백신 연구 등 기본적인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국립보건연구원은 복지부로 소속이 변경된다. 바이러스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원 43명 규모의 감염병연구센터를 복지부 산하로 옮겨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질병관리청에는 역학 조사와 검역 기능만 남겨둔 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법이 시행되면 현재 보건복지부의 소속 기관인 질본은 독립 조직이 되며 별도 예산과 인사권을 갖는다. 하지만 질병관리청 예산과 인력이 지금보다 줄어 연구 기능이 줄어든 질본이 ’무늬만 청 승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질본 정원은 907명에서 746명으로 예산은 8171억원에서 6689억원으로 줄어들어서다.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추진을 두고 연구기관을 뺀 ’무늬만 승격‘이라는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질병관리본부 소속 연구기관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오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오늘 현재 질병관리본부 소속 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 연구센터가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연구소를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이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질병관리청이 독자적으로 예산 편성과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인력과 연구 기능이 보건복지부로 이관돼 질병의 기능이 축소됐다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비판을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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