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들이 행정처리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참고사진. ⓒ뉴시스·여성신문

 

공공기관과 언론·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어려운 공공언어로 국민이 겪는 불편이 크다. 여성신문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공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펼쳐나간다.

“인감증명서 ‘매도(賣渡)용’인가요?”
“저는 양도(讓渡)하고 싶은데, 서로 다른 것인가요?”

구청은 주민들이 실생활에 직접 관련된 행정업무가 많은 곳이다. 각종 증명서 발급부터 지역 환경 관리까지 주민의 생활에 많은 부분 닿아 있다. 그런데 행정용어의 대부분이 실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로 돼 있어 구청직원과 구민 사이의 소통을 가로 막기도 한다.

서대문구청 민원여권과 김락현 주무관은 어려운 행정용어 때문에 민원여권과 직원들과 함께 겪은 일화에 대해 “인감증명서의 경우 매도용과 일반용이 있는데 ‘매도’(賣渡)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달라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창구직원은 용도가 ‘매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자 했는데 민원인은 ‘양도’(讓渡)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매도’는 돈을 받고 파는 경우라 ‘매도용’ 인감이 필요하며 ‘증여’는 ‘일반용’ 인감이 필요한데 민원이 계속 ‘양도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소통의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매도: 인감증명서의 경우 매도용(자동차, 부동산)과 일반용이 있다. 매도용은 자동차와 부동 매매에서 주로 쓰이는 서류로 내 소유의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소유로 바뀐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기재된 사람 이외에는 명의이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도용을 막는 조치 기능도 한다.

그는 “‘전제적등본’ 발급을 요구하는 민원인은 ‘전’의 의미가 ‘모든’인지 ‘이전의’ 인지 잘 모른다”며 “건축물대장을 발급받는 경우 폐쇄대장, 말소대장, 구대장, 가옥대장 등의 용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제적등본: 호주를 기준으로 모든 구성원과 모든 내용을 일괄적으로 기록, 열람할 수 있는 문서로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두 가지로 나뉜다. 가령 상속 절차를 밟을 때 가족관계 확인하기 위해 출생 때부터 당사자의 아버지까지 ‘모든’ 제적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때 ‘모든’의 의미가 있고 그 외 경우에는 ‘이전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평소 행정업무를 보다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순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단어에 대해서는 △전입세대열람 △매도와 매수 △호적과 제적이라고 꼽았다.

전입세대열람→부동산 임대 계약 시 해당 주택에 어떤 세대가 주소전입이 돼 있는지 전입한 세대를 열람하는 내역서를 뜻한다. 김형주 상명대 국어문화원 교수는 “국립국어원이 정한 순화어가 없는 상태”라며 “다만 ‘세대’와 ‘세대주’는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가구’와 ‘가구주’로 바꾸어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입가구열람’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매도와 매수→‘팔기’와 ‘사기’

호적→‘가족관계등록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제적→아직 마땅한 순화어가 없는 상황이다. 김형주 상명대 국어문화원 교수는 “‘가족관계삭제’를 생각할 수 있지만 삭제라는 어감이 불편하면 ‘가족관계정정’ 혹은 ‘가족관계정정부’라고 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서대문구청 ‘알기 쉬운 공공언어’ 책자 표지. ⓒ서대문구청
서대문구청 ‘알기 쉬운 공공언어’ 책자 표지. ⓒ서대문구청

이러한 불편 때문에 서대문구청은 ‘알기 쉬운 공공언어’ 책자를 만들어 직원이 이용하게 하고 있다. 궁소영 서대문구청 홍보과 홍보기획팀 주무관은 “해당 책자는 국립국어원 자료를 참고로 했다”라고 밝혔다.

종로구청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행정용어사전을 운영하고 있다. 행정용어사전은 자주 사용되는 행정용어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제작해 제공함으로써 양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구청 내부적으로는 서울시에서 분기별로 배포하고 있는 행정언어 관련 순화어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심아영 종로구청 홍보전산과 홍보팀 주무관은 “서울시에서 분기별로 권고하고 있는 순화어 공문을 통해 직원에게 알리고 있다”며 “한 해에 1-2회 정도 직원들 대상 맞춤법이나 공문서 바로 쓰기 등 국어교육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전염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실시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시민소통담당관에서는 시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자치구 등 서울시내 공공기관에 공문을 배포하고 있다. 김성은 서울시시민소통담당관 주임은 “서울시시민소통담당관에서는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를 열어 한자어 등 어려운 행정용어를 1차 안건으로 제출 받는다”라며 “국어 전문가로 구성된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에서는 해당 안건을 회의를 통해 순화하고 이를 분기별로 자치구 등에 배포한다”라고 밝혔다.

실제 사용률에 대해서 김 주임은 “공문을 통해 순화어를 안내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얻기는 어렵지만 서울시시민소통담당관에서는 찾아가는 공공언어교육을 실시해 직원들에게 권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행정용어를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언어에 대한 저마다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이해의 높낮이가 다르다. 무역·금융 등 특정 업계에서 쓰이는 비즈니스 용어처럼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원활한 소통이 될 수 있어도 구청과 같은 공공기관의 경우 구민들을 상대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알아들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8년 행정안전부에서는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8년도 행정업무운영 편람’을 발간했다. 개정된 행정편람에서는 민간기업과의 원활한 협업 수행과 사무 공간 혁신 등 조직문화 조성사업의 추진기반을 담았다. 또한 행정용어 순화 사용 등 공문서를 쉽고 바르게 쓰기 추진 및 공동 기안을 활성화하도록 했다. 이제는 민간기업 뿐 아니라 더욱 범위를 넓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기관의 직원 대상 순화어 교육이나 자료집 배포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쉬운 우리말쓰기 보도팀 이하나, 진혜민, 유슬기, 고은성, 박하연

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특임교수 김형주

공동기획 여성신문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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