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기업 “사업주 과도 검열” vs
시민사회 “최소한의 책임 대책”
‘N번방법’ 두고 엇갈리는 입장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지난 3월 26일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시행을 앞둔 N번방 방지법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규제가 과도하다며 또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기업에 역차별을 준다며 N번방을 못 잡는 N번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착취를 방조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묻는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작년 11월 여성 성착취 동영상의 거래공간인 텔레그램 N번방이 언론을 통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올해 3월 운영자 문형욱(활동명 갓갓)이 검거됐다. 지난달 4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의 법률 개정안인 ‘N번방 방지법’ 대표발의 해 같은 달 20일 제20대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했다.

전기통신사업법의 주요 내용에는 부가통신사업자 등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른 촬영물 등에 대해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의무 및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한다.(제22조의5 제1항 및 제2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매년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다.(제64조의 5 및 제76조 제3항 제 25호 신설)

이에 인터넷 업계를 중심으로 해당 법률에 대해 사적 검열 논란이 잇따르자 정부가 반박했다.

인터넷기업협회 등 IT 업계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인터넷 사업자의 디지털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가 강화될 경우 사업자가 이용자의 모든 게시물과 콘텐츠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지난달 1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의 특성상 디지털성범죄물이 한번 유포되면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남기기 때문에 빠른 차단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법안의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은 디지털성범죄물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삭제·차단될 수 있도록 인터넷 사업자의 불법촬영물, 편집물, 아동청소년이용성착취물에 대한 ‘유통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라며 “(개정안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해당 법 개정안은 개인간의 사적인 대화를 대상 정보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통위는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가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카톡, 이메일 등 사적 대화는 대상 정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네이버·카카오·구글 등에 부과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는 사업자들이 자체 판단해 모니터링하는 게 아니라 신고나 대통령령에 따른 기관·단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 한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시 세부 내용은 사업자들과 협의를 거치게 된다. 방통위는 향후 사업자 의견을 수렴해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달 18일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도 성명을 통해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된 후 인터넷 사업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해당 법안의 처리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가졌다”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했을 뿐 개인들의 플랫폼 이용에 대해 사업자가 전부 개입할 수 없다는 어불성설의 논리로 방어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그러나 우리는 소라넷부터 웹하드카르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까지 온라인 플랫폼에서 촬영물을 이용한 성착취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동안 플랫폼에게 지워졌던 책임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온라인 공간은 결코 여성들에게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었다. 기술은 가해자가 더욱 손쉽게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성착취 영상물을 더욱 쉽게 유포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의 온라인 공간은 여성에게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이 아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디지털성범죄를 방조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동안 그 플랫폼 속에서 여성들은 성적으로 이용되고 거래돼 왔다”며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착취가 가능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해 온 사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묻는 대책이다”고 강조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N번방법, 넷플릭스법에 대한 비판과 대안' 세미나에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N번방법, 넷플릭스법에 대한 비판과 대안' 세미나에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사)체감규제포럼 세미나 ‘N번방법·넷플릭스법에 대한 비판과 대안’에서는 해당 법과 관련해 개정 규정의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행령 개정 방안을 중심으로 ‘N번방법’에 대한 검토와 대안을 밝혔다.

김 교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규정의 문제점에 대해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방지책임을 국가가 부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부가통신사업자 등에게 전가했다”며 “책임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 비용 및 손실은 국가가 보전 및 부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집행력 부재로 인한 역차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며 “애초 ‘N번방법’은 해외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이 문제가 돼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등이 시행돼도 문제가 됐던 해외 사업자는 규제하지 못하고 또 다시 국내 사업자만 옥죄는 규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불법촬영물 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에 필요증빙을 갖춘 신고, 요청 등에 대해 명확히 규정될 필요가 있다”며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 역시 명확화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 대학원 교수는 “불확실하고 미흡한 법을 가지고 시행령을 만들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N번방법은 ‘N번방’이라는 타이틀을 쓰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으므로 입법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임시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정안에 의하면 ‘명백히’ 인식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경우에도 삭제 등 조치해야 한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법촬영물 등 누군가에게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삭제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의 요청에 의한 경우를 통해 신고의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 세계 유일한 규제를 해외사업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정작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텔레그램은 국내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 돼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법 적용은 요원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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