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디자이너 모임 FDSC
20일 온라인 컨퍼런스 ‘FDSC Stage 01’ 개최
전채리 CFC대표 등 발표자 5명의 ‘꿀팁’ 요약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가 지난 20일 온라인 컨퍼런스 ‘FDSC Stage 01’을 개최했다. ⓒ금시원 작가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가 지난 20일 온라인 컨퍼런스 ‘FDSC Stage 01’을 개최했다. (맨 뒷줄 왼쪽부터) 김리원 스튜디오 RE01 대표, 최보리 블랭크코퍼레이션 브랜드 디자이너, 김소미 눈디자인 실장, 전채리 CFC 대표, 이지혜 전 디스트릭트 UX 디자이너가 이날 발표자로 섰다. ⓒ금시원 작가

 

BTS·SM엔터테인먼트·마켓컬리 등의 브랜딩을 해온 CFC의 전채리 대표, 세계 최초 4D 테마파크 등 디지털콘텐츠업계 선두주자 디스트릭트(d’strict) 출신 이지혜 UX디자이너, 2018 평창동계올림픽 ‘한글 눈꽃’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눈디자인의 김소미 실장, 다양한 그래픽·편집·전시 디자인 등을 해온 김리원 스튜디오 RE01 대표, 출판·패션·코스메틱 등 다양한 업계를 거친 최보리 블랭크코퍼레이션 브랜드 디자이너....

날고 긴다는 여성 디자이너들이 모였다. 지난 20일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온라인 컨퍼런스 발표자 5인이다. 예술, 공공, 브랜드 등 다양한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여성들이 진솔한 경험과 고민, 조언을 나눴다.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 독립 노하우와 시행착오를 줄이는 법, 번아웃 대처법, 일부러라도 쉬어가야 하는 이유 등, 디자인계 종사자만이 아니라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봤을 주제를 다뤘다. ‘랜선’으로 함께한 455명도 발표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채팅창과 SNS를 통해 공감과 박수를 보냈다. FDSC는 호응에 힘입어 올 하반기 2차 컨퍼런스를 여는 등 정기적으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쾌하고 유익했던 이날, 여성 디자이너들이 공개한 ‘꿀팁’들과 진심 어린 조언들을 요약했다.

오는 20일 개최되는 온라인 컨퍼런스 ‘FDSC Stage 01 : Launching Programs’ 포스터 ⓒFDSC
온라인 컨퍼런스 ‘FDSC Stage 01 : Launching Programs’ 포스터 ⓒFDSC

 

지속가능한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을 위한 7가지 자세 (전채리 CFC 대표)

1. 재능보다 노력이다

“저도 처음부터 좋은 디자인을 내는 디자이너는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디자인을 내놓을지, 더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2. 계약할 땐 보수적으로, 계약 후엔 최선의 결과를 최우선으로

“계약은 아주 꼼꼼하고 방어적으로 하되, 일단 클라이언트와 관계가 형성되면 ‘우리는 한배를 탔다’는 자세로 일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합니다.”

 

3. 우리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합니다. (클라이언트가 문제 제기하면) ‘왜 저래?’ 싶었는데, 이젠 ‘내가 뭘 놓쳤을까? 우리 디자이너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의욕을 고취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4. 숲과 나무를 번갈아 바라보자

“디자인에 몰입하다 보면 정작 프로젝트의 목적과 본질을 잊기 쉽습니다. 낯설게 보는 법을 잊지 않을 때 좋은 디자인이 나옵니다.”

 

5. 리스크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자

“한 분야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면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요. 특정 산업 관련 문제가 터졌을 때 우리 회사까지 덩달아 힘들어지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6. 길게 보자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1년에 약 15개의 프로젝트를 한다고 칩시다. 어떻게 매번 ‘홈런’을 치겠어요. 절반이라도 정말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면 지속가능하다고 봅니다.”

 

7. UP & DOWN의 흐름을 익히자

“번아웃은 평생 마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몰입해서 일하다 보면 2~3개월마다 진짜 못하겠다 싶은 시기가 옵니다. 그래도 ‘3주만 참아보자’ 하다 보면, 나중에 ‘이걸 어떻게 해냈지?’ 싶더라고요. ‘저번에도 어려웠는데 진짜 잘했잖아. 이번에도 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서로 격려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맨땅에 헤딩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지혜 전 디스트릭트 UX 디자이너)

“저는 예술 분야에서 시작해 엔터테인먼트, ICT, 게임, 패션 등 다양한 분야로 업무 영역을 확장해왔습니다. 매번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인데요. 그래도 전에 했던 일들을 아까워하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저를 푹 담갔습니다. 개발에 관심이 생기면 개발자들 모임에 나가보는 식으로요.

기록과 정리 습관도 큰 힘이 됩니다. 노트 앱 노션(notion) 등을 활용해서 그동안 만난 사람들, 진행한 프로젝트 등 업무 기록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 본 작업들, 아이디어를 모아 보니 나만의 검색창, 밑천이 되더라고요.”

FDSC가 지난 20일 개최한 온라인 컨퍼런스 ‘FDSC Stage 01’ 현장. ⓒ금시원 작가
FDSC가 지난 20일 개최한 온라인 컨퍼런스 ‘FDSC Stage 01’ 현장. ⓒ금시원 작가

 

“노동법을 알아두세요” (최보리 블랭크코퍼레이션 브랜드 디자이너)

“노동법을 알아두세요. 큰 힘이 됩니다.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일 같지만, 누구나 열심히 일했는데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 대상이 되거나, 직장 내에서 부당한 언행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도 과몰입하면 지쳐요. 나에게도 휴식과 보상을 줍시다. 저는 출근하면 치열하게 일하고 ‘칼퇴’합니다. 사회 초년생에게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월급쟁이 생활은 안정적이지만 ‘딴짓’ 욕심이 생기기도 하죠.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궁금한 건 다 해보세요. 부정 이익을 취하거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괜찮아요. 나의 소중한 에너지와 자산이 됩니다.”

 

“웃으며 대할 필요 없다” (김리원 스튜디오 RE01 대표)

“독립해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세운 이후 여러 힘든 일을 겪고, 번아웃을 극복하려 3대 원칙을 세웠습니다. ‘웃으며 대할 필요 없다. 존중 없는 일을 할 시간에 자기계발을 한다. 모든 일은 과정일 뿐이다.’

규칙적인 생활도 중요합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고, 2~30분이라도 산책하며 햇빛을 보려고 해요.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1인 기업인데 내가 아프면 대신해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기록하는 습관도 큰 도움이 됩니다. 스마트폰의 음성 메모, 나와의 카톡 등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틈틈이 기록해보세요.”

 

“디자인 = 예술? 논리에 더 가깝습니다” (김소미 눈디자인 실장)

“‘디자인’ 하면 흔히 예술을 떠올리는데, 저는 ‘논리’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논리적 과정을 거쳐서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려면 우리가 이렇게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는 게 중요해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피드백을 받아서 화가 날 때가 있죠. 바로 감정을 표출하지 말고, (내가 지금 화가 나는 것은) 1번 생각이다, 2번, 3번 생각까지 해보자 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고르며 논의를 이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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