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이 가속회되고 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발단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6월 22일 승객과 수화물을 검색하는 협력업체 보안 검색 요원 1900여명을 공사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발표에 청년들의 분노가 한층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6월 23일 등록된 지 이틀 만에 동의 20만명을 넘겼다.

그런데 청와대는 ‘인국공 사태’에 대해서 “불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현재 공사에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일자리와 관련 없다”고 했다. 심지어 언론의 가짜뉴스 때문에 갈등이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 연이어 나온 책임회피용 발언은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번 논란을 “사소한 일”이라고 언급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다”고 방어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20대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공평과 공정의 문제”라며, 청와대 입장에 대해선 “본질을 잘못 본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매섭게 비판하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규직 전환을 한다면 기존 인력과 외부 취준생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며 “청년들의 사회적 공정에 대한 요구와 분노를 철없는 밥그릇 투정이라고 매도하는 세력이야말로 공정사회의 적”이라고 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청와대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경쟁의 룰인 공정성 무너뜨려 취준생 청년과 비정규직 청년 아귀다툼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하 의원은 ‘로또취업 방지법’을 발의했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인국공 정규직 전환은 잘한 일이며 공정성과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인국공 사태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젊은 세대의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한국 갤럽의 6월 4주 조사(23~25일)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52%로 낮아졌다. 그런데 18~29세 젊은 세대에서는 지난 주 대비 무려 12%p(53%-41%)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6월 26일 실시한 조사에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역차별 우려 등 부작용을 고려해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45.0%로 ‘장기적 고용 체계 변화를 위해 정규직 전환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40.2%)보다 높게 나왔다. 그런데 취업준비생이 많은 20대에서는 ‘정규직 전환을 보류해야 한다’는 응답이 55.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 25일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할 때 “기회 불평등, 과정 불공정, 결과 역차별”이 적힌 손 팻말을 들고 나왔다. 이는 결과가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항변으로 해석된다. 여하튼 인국공 사태의 본질은 ‘공정한 기회의 박탈에 따른 상실감’에 있다. 실제 청년들의 고용난은 심각한 상태다. 28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3%로 전체 실업률(4.5%)의 2배를 뛰어넘는다. 5월 기준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확장실업률을 보면 청년층의 4분의 1 이상(26.3%)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지난해 청년의 졸업 후 첫 직장이 정규직인 경우는 56.7%에 그쳤다. 결국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논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획기적인 정책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만이 해법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14년 동안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차별금지법’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주도로 다시 발의됐다. 이 법안에는 차별금지 유형으로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23개 항목이 나열되어 있다. 인국공 사태의 근저엔 차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법이 여성과 비정규직에 차별 없는 나라가 만들어 지는데 크게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신문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