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이전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백년대계 틀 아래 국민 합의해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국정과제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국정과제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4·15 총선에서 압승한지 100일이 지났는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리얼미터․YTN 7월 4주 조사(20∼24일) 결과, 문 대통령 긍정 평가는 44.4%였다.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10월 2주차(41.4%)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부정 평가는 52.2%였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차이는 오차 범위를 벗어 난 7.8%포인트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중도층(58.5%), 20대(58.7%) 등에서 부정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부동산 대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부 정책 실패가 가져온 현상으로 보인다.

부동산 민심이 들끓자 여당은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들고 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0일 국회 원내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 시로 이전해야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수도 이전’을 제안했다. 그러자 당·정·청이 한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국가 발전의 축을 이동시키는 ‘지역주도형 뉴딜’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2012년 12월 국무총리실 등 6개 부처가 처음으로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옮겨간 시점을 전후해 수도권 집값이 하향 안정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행정수도 기능이 세종시로 옮겨가도 서울이 경제 중심지이고, 주요 대학과 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한 집값 안정화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민들도 이런 견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리얼미터·YTN이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의 수도권의 집값 안정화 효과’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7월 24일)한 결과,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5%에 달한 반면 ‘공감한다’는 응답은 40.6%로 나타났다. 서울(69.3%)과 여성(56.7%)에서 비공감 비율이 높았다. 18~29세(64.3%), 30대(67.2%) 등 젊은 세대에서 비공감이 많았다.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정부의 부동산 실패에 대한 국면전황용으로 거론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법률적·정책적으로 복잡다단한 쟁점들에 둘러싸여 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가 이미 16년 전(2004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서울이 수도인 것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라며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향후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크게 세 가지 방식에 의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분권 개헌’을 하는 것이다. 헌법에 “수도=세종”이라고 명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300명)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수인데, 미래통합당 의석수가 103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상태에서 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둘째,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의원 17명으로 구성된 추진단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돌입했다. 미래통합당은 딜레마다. 당 지도부는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지만 일부 당 중진들은 찬성하고 있다. 만약, 여당 단독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면 야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작년 9월 이후 헌재는 ’진보 6명, 보수 1명, 중도 2명‘으로 바뀌면서 진보색이 강해졌다. 따라서 야당이 헌재에 재소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셋째, ‘행정수도=세종’을 놓고 국민 뜻을 묻는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다. 행정수도 논의는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인 만큼 헌법 제72조에 의거해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방식이다. 국민투표로 국민들의 확실한 동의를 얻는다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 있다.

개헌, 특별법, 국민투표 중 어떤 방식을 택하든 행정수도 이전은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을 앞두고 재미를 좀 보기 위해서 정략적으로 추진한다면 참 나쁜 시도다. 수도 이전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백년대계의 큰 틀 속에서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도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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