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저스트댄스’ 유명 게임사 유비소프트
남성 임직원의 상습 성폭력·직장 내 괴롭힘 폭로 나와
사측은 수년간 묵인·2차 가해 의혹도
뒤늦게 관련자 퇴출·보직해임·구조개편 약속

글로벌 게임사 유비소프트의 남성 임직원들이 성폭력과 폭력을 저질렀고, 사측은 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고발이 최근 터져 나왔다. ⓒUbisoft
글로벌 게임사 유비소프트의 남성 임직원들이 성폭력과 폭력을 저질렀고, 사측은 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고발이 최근 터져 나왔다. ⓒUbisoft

해외 게임업계에서 여성들의 ‘미투(#MeToo)’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게임사 유비소프트의 남성 임직원들이 성폭력과 폭력을 저질렀다는 고발이 터져 나왔다. 수년간 문제 제기가 이어져도 사측은 별 조처를 하지 않거나 오히려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유비소프트는 가해자로 지목된 임직원들을 퇴출 또는 보직 해임했고, 구조적 개편을 약속했다.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 ‘파 크라이’, ‘저스트 댄스’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둔 게임사다. 프랑스 파리 본사, 23개국 지사와 직원 1만8000여 명을 둔 글로벌 기업이다.

유비소프트는 이달 들어 세르쥬 아스코에 CCO, 막심 벨런드 편집 부사장, 캐나다 스튜디오를 이끌어온 야니 말럿 전무 등 남성 임원 3명을 퇴출했다. 이들은 모두 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 성폭력·직장 내 괴롭힘 혐의를 받은 스톤 친 PR 디렉터도 해고됐다. 폭력적인 기업문화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글로벌 HR 총괄 세실 코네는 보직 사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엔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의 아쉬라프 이스마일 디렉터가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고, 안드리안 그비니지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가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성폭행 등을 저질렀다는 고발이 나와 보직 사임했다. 편집 담당 토미 프랑수아 부사장도 성폭력·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돼 대기발령됐다.

21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유비소프트는 “여성을 차별·배제하는 유독한(toxic) 기업문화”를 가진 조직이었다. 직원 1만8000여 명 중 여성은 약 25%뿐이었다. “사내 분위기는 여성에게 적대적이었고, 임직원들은 여성혐오·인종차별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댔고, 여성 직원들에게 업무 중 성적으로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특히 임원들은 부적절한 신체 접촉 등 성희롱·성추행을 서슴지 않았다”. 파리 유비소프트 본사는 그중에서도 최악이었다고 한다.

아스코에 전 유비소프트 CCO는 특히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게임 개발 전 과정의 주요 결정권을 쥔 ‘실세’였지만, 프랑스 ‘리베라시옹’가 인터뷰한 전현직 직원들은 그를 “‘밝히는’ 사람, 여성혐오·동성애 혐오자, 고압적이고 폭력적인 업무태도”로 기억했다. 아스코에는 다른 남성들과 종종 성매매 업소에 갔고 그 남성들은 유비소프트의 주요 보직에 승진했다.

유비소프트 측이 이런 일들을 알고도 방관했다는 고발도 쏟아져 나왔다. 여러 전현직 직원들은 수년 전부터 인사 담당 부서에 성차별·성폭력·직장 내 괴롭힘 등 피해를 호소했지만, 외면당하거나 오히려 “게임업계가 원래 그렇다” “일하기 싫으면 떠나라” 협박을 받거나, “서로 잘 얘기해서 오해를 풀라”는 식으로 2차 가해를 겪었다고 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유비소프트의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남성 주인공만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2014년 발매된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의 경우, 여성 캐릭터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던 원래 계획과 달리 또 남성 주인공만 등장해 비판을 받았다. ⓒUbisoft
유비소프트의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남성 주인공만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2014년 발매된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의 경우, 여성 캐릭터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던 원래 계획과 달리 또 남성 주인공만 등장해 비판을 받았다. ⓒUbisoft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유비소프트의 남성우월주의는 게임에도 반영됐다”며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대부분은 남성 주인공이 세상을 탐험하며 사람들을 살해하는 내용이다. 내부에서는 여성 주인공을 넣자는 제안이 거듭 나왔으나, 의사 결정자들은 ‘여성 캐릭터는 인기가 없고 제작하기도 번거롭다’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유비소프트 공동창립자인 이브 기예모 대표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유비소프트는 직원들에게 안전하고 통합적인 노동 환경을 보장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최근 드러난 임직원의 성폭력 등) 용납할 수 없는 유독한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또 “유비소프트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강화하기 위해 중대한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유비소프트만이 아니라 게임계 전반의 ‘유독한 남성우월주의’를 직면하고 바꿔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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