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이상화, 장미란.... 세계 무대에서 우리나라 여성 선수들이 이룬 성취는 눈부시다. 그러나 스포츠 분야 고위직에 여성의 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2020년이지만 주요 스포츠 단체의 여성 임원은 30%에 미치지 못하고,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단체도 있다. “한국 스포츠 구조 자체가 여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수십 년째 반복되는 이유다. 스포츠 분야 ‘유리천장’을 깨지 않고는 여성 스포츠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스포츠폭력 해소도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깨지지 않는 한국 스포츠 ‘유리천장’이 여성들 배제

ⓒ이세아 기자
ⓒ이세아 기자

역대 올림픽에서 여성이 따낸 금메달은 총 38개(42%). 2019년 11월 기준 등록 선수 총 12만8602명 중 여성은 2만9638명(23%). ‘스포츠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고, 스포츠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진로를 설계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관련단체 고위직에는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 1분기 알리오 공시자료를 보면 대한체육회 여성 임원은 52명 중 8명(약 15%)뿐이었다. 상임임원, 관리직, 일반직 1~3급, 실무직 1급 총 29명 중에는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도 여성 임원은 7명(25%)이 전부였다.

시·도체육회도 여성 임원은 약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서울시체육회가 9명(약 23%)으로 가장 많았고, 경상북도체육회가 46명 중 단 2명(약 4%)으로 가장 적었다. 30%를 넘은 곳은 없었다. 67개 회원종목단체는 어떨까. 여성 임원이 하나도 없는 단체가 5개나 된다.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대한레슬링협회, 대한우슈협회, 대한유도회, 대한킥복싱협회 임원은 모두 남성이다. 여성임원이 30% 이상인 단체도 있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 대한스쿼시연맹, 대한체조협회, 대한민국줄넘기협회, 대한카바디협회 총 5곳(약 7%)뿐이다.

여성 지도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29일 이사회에서 여성 임원을 추가 선임했다. 김설향 서울시립대 교수, 남윤신 덕성여대 교수, 박선경 용인대 총장, 박지은 대한루지경기연맹 회장, 백옥자 대한육상연맹 회장, 신정희 대한하키연맹 부회장, 이은경 현대백화점 양궁 감독, 이정순 대구시 중구체육회장, 임신자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 허태숙 대한스쿼시연맹 회장,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총 11명(약 21%)으로 늘었다. 여성 부회장 2명(김설향, 임신자)이 선임돼 부회장직의 30%는 여성이다. 지난 7일 기준 알리오 공시 자료다.

긍정적인 변화지만 ‘여성 30%’엔 여전히 못 미친다. 양성평등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위원회에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즉 여성 비율이 최소 40%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스포츠 분야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이 배제돼선 안 된다며 ‘스포츠 단체 여성 임원을 30% 이상 수준으로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국제 기준에도 미달이다. 영국의 경우, 공적 재정 지원을 받는 모든 스포츠 단체는 ‘여성 임원 30% 이상’을 준수해야 한다. 핀란드는 여성 임원 40% 이상 할당제를 시행하는 한편, 스포츠 단체의 성평등·차별금지 실태를 조사·평가하고 재정 지원에 반영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각 국가 올림픽 위원회(NOC)에 여성 임원 3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이어보기▶ 역대 한국인 IOC 위원 11명 중 여성 ‘0명’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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