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해결 없이 여성 리더 양성 못해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열린 ‘2017 여성스포츠인 토크콘서트’에서 고재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임신·출산·육아·돌봄 등으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은 스포츠 분야라고 다르지 않다. 사진은 2017년 11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열린 ‘2017 여성스포츠인 토크콘서트’에서 고재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주제 강연을 하는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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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으면 임원은커녕 (직장에) 돌아가기도 어렵잖아요. 체육계도 똑같아요. 더 힘들죠.” 선수 출신 여성 A씨에게 “왜 여성 스포츠인들은 사라지느냐”고 묻자 돌아온 말이다.

임신·출산·육아·돌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선수는 4만 5000명 정도로 추정된다(대한체육회, 2013). 일반 체육전공자 중 경력단절여성 규모는 파악조차 어렵다.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 따라 경력단절여성의 경제활동 관련 실태조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지만, 체육계에서는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된 적 없다.

선수 출신들은 보통 교육을 받고 코치가 돼 지도자로서의 경력을 쌓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뛰어난 지도자의 역량은 기본이고, 가사노동자, 돌봄노동자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A씨는 “중요한 회의 중 아이가 아프니 데리러 오라는 어린이집 교사의 연락을 받고, 가족 행사를 준비하느라 단체의 공식 일정에 불참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저도 지치고, 조직에서도 제게 기대를 걸지 않게 되더라. 여성들에게 슈퍼히어로가 되라고 강요해서는 이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우리가 떠나게 만드는 체육단체의 구조적 문제, 사회문화적 환경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그 많은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유명한 선수들도 결혼·은퇴 후에는 그저 ‘운동했던 아줌마’가 되고 만다. 성 불평등은 물론 심각한 인적 자원 낭비다.” 남윤신 덕성여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지난 2017년 문체부·체육인재육성재단이 공동 주최한 ‘제3회 여성스포츠인 토크콘서트’에서 이러한 현상을 언급했다. 남 교수는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관련 정책 연구·실태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보기▶ 여성 할당제 등 ‘스포츠 성평등’ 법안들, 논의도 못하고 폐기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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