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엘리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소장
"왜 분단의 끝은 통일일까?
현상 사유 없이는 차별과 불평등
그대로 이어질 것"

김엘리 평화운동가 ⓒ홍수형 기자
김엘리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연구소장은 우리사회의 많은 차별과 적대심이 분단으로 탄생한 거대한 군대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홍수형 기자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평화교육을 제공하는 단체인 (사)피스모모는 지난 7월 평화페미니즘연구소를 발족하고 김엘리 성공회대 NGO대학원 외래교수를 소장으로 초빙했다. 전쟁과 평화, 그리고 페미니즘의 접점을 찾아 연구하고 알리기 위해서다. 평화와 페미니즘은 어떤 접점이 있을까? 김 연구소장은 “분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평화와 탈분단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 봤는지 의문을 품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단의 해법을 바로 통일로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통일 이전에 분단 자체를 살펴봐야 해요. 분단이 가져온 상황이 갖는 적에 대한 군사주의적 배타성이나 남성중심적인 군대가 만들어내는 성차별과 성별분업을 들여다 봐야죠. 그런 과정 없이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지금 우리사회가 갖는 불평등이 더 큰 불행으로 올거에요.”

지난 2000년대 초반 김 연구소장은 평화운동가로서 절망을 느껴 잠시 평화·반전 운동에서 떠나 있었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침공하던 때, 전세계적으로 반전 운동이 일었다. 전세계적 규모로 일어났던 운동이었지만 아프간 침공이 이루어졌고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졌다. 절망과 허무함으로 떠났던 김 연구소장이 다시 평화 운동으로 돌아온 것은 몇 년 전 한 포럼에서의 일이었다.

“평화와 페미니즘, 군대에 대한 포럼에서 발제를 맡았을 때였어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왔었는데 포럼이 끝나고 한 여성분이 다가와 물었어요. ‘평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은데, 어디 가면 할 수 있나요?’ 공부할 곳이 없단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에 돌아온 거나 다름 없어요.”

김 연구소장이 생각하는 평화와 페미니즘, 전쟁의 가장 실재적 접점은 군대다. 분단을 통해 갖게 된 거대한 군대가 적과 아군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군사주의적 태도를 갖게 한다고 본다. 분단으로 인한 문제는 남북 모두가 짊어지고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고 있다. 2020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50조1627억 원으로 2019년 46억6971억 원 대비 7.4% 증가해 세계 6위의 군사대국이 됐다. 그럼에도 2020년 현재 만 18세의 남성은 누구나 병역 의무에 따라 평균 2년여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낸다. 미국 국방부 육군부는 ’북한 전술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20~60개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6개를 새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울러 약 20종의 화학무기를 최대 5천톤(t) 보유한 것으로 추산하며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보유국으로 본다. 

“군대는 아주 젠더화 된 공간이죠. 징병제를 통해 여성으로 사는 것과 남성으로 사는 것을 구분하고, 남성에게 남성으로서의 정체감을 내재화 시키죠. 이 과정에서 내 집단에 대한 순수성을 지키려는 배타성을 함께 배우죠.”

평화라면 어떤 분쟁도 없는 꽃들녘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재적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많다. 

“평화가 갖는 논점은 너무나 많아요. 군대, 안보, 생태, 군사주의, 분단, 북한의 여성, 문화 다양성 등 평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과 주제를 몸과 일상에서 읽고 이것들이 글로벌 정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페미니즘 관점으로 평화연구와 교육활동을 하는 평화페미니즘연구소(FIPS)는 이성과 감정, 국민과 비국민, 우리와 그들, 남성성과 여성성 등 이분법적인 경계를 만들어내는 근본을 문제화 하고 틀에서 탈피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해석하고 있다. 연구소는 페미니즘 평화학 포럼을 시작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소모임, 다른 주제 영역들을 교차하고 횡단하는 트랜스 세미나 등을 기획할 계획이다. 

평화페미니즘을 하나의 이론으로 만들고 알리고 그 자체가 교육활동이 되면서 또 다른 시선으로 사회풍경을 드러내고 구성하는 것도 연구소의 일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8월24일 시작한 ‘페미니즘 평화학 포럼’은 10월까지 격주 월요일마다 온라인 강의를 열고 있다. △8월24일 ‘탈/분단, 왜 페미니즘인가?’ △9월7일 ‘분단은 젠더에 기대어 지속된다’ △9월21일 ‘감염병을 통해 분단, 불구, 불온 말하기’ △10월5일 ‘분단사회에서 탈군사주의를 디자인하다’ 순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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