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장연호 네마프 집행위원장
국내 유일의 뉴미디어 아트 대안 영화축제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2020)
8월20일~28일 메가박스 홍대·서울아트시네마
80여편, 탈영역우정국 17편 현장 상영, 나머지
52편 온라인 상영(https://www.wavve.com/)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김장연호 네마프 집행위원장은 "타자의 영상언어와 예술이 아직까지 남성 중심적인 언어가 많아 계속해서 예술적인 감수성을 통해서 발굴하고 지원해서 또 다른 언어를 만들어야한다"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홍수형 기자

대중들에게 ‘대안영상예술’의 개념은 생소하다.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을 20회째 이끌어온 김장연호 네마프 집행위원장은 ‘대안영상예술’을 ‘주류 영상 산업이 담아내지 못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용적으로 담아낸 작업들’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김장 위원장은 ‘타자’, ‘젠더’, ‘예술’ 세 가지 감수성에 초점 맞춰 대안영화·디지털영화·비디오아트 등을 선보이고 있다. 네마프2020은 8월 20일 메가박스 홍대에서 개막하고, 최근 신종 코로나전염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참가작 52편은 온라인으로 상영한다. 축제 개막을 앞둔 그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만났다.

올해는 ‘한국 대안영상예술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약 20년간의 한국 대안영상예술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16편 정도는 멀티스크린을 통해 미디어전시를 진행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극장은 원(one) 채널인데 이번에 우리는 쓰리(three) 채널을 통해 다면적으로 선보인다. 두 개의 모니터로 서로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감각을 자극한다. 실험적인 작가들의 감수성을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획됐다. 자본주의에서 소외된 영상예술이다. 서사영화가 아니면 정부 정책에서 배제된 현실에서 남성 중심적 시선이 아닌 여성 등 사회적 타자 시선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다. 아직 생소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보편화될 이야기를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전염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어떻게 될지 몰라 속상하다.”

대안영상예술의 개념이 생소한 만큼 일컫는 언어도 마땅하지 않은 현실이다.

“우선 대안영상예술은 언어가 따로 없다. 즉 타자의 언어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조금씩 만들어가야 할 때다. 그래서 ‘감수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기존 영상언어도 남성 중심적이다. 남성 중심적인 시선의 문제는 최근 일어났던 ‘N번방 사건’에 빗대 설명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가정·디지털폭력이 없었을까. 지금보다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 일상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선이었기 때문에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2006년 한국여성재단으로부터 지원받아 여성주의 미디어아티비스트 워크숍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현장 여성활동가였다. 참여자 중 우리의 대안영상을 생존자 말하기의 대안영상워크숍으로 새롭게 개설해 진행하는 확장성을 갖기도 했다. 나비의 날개짓과 같은 활동들이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장 위원장이 네마프를 20년간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성주의’였다.

“‘여성주의’ 철학이 버팀목이었다. 그것이 아니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2012년이었다. 여성주의 외에 다른 것들도 함께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가부장제에 대한 분노의 힘으로 10년을 이끌어왔다. 그런데 내가 행복하려고 이 활동을 하는 것인데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를 미워하니 내 자신이 아팠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을 찾는 것이었다. 그때 자신을 돌아보며 ‘여성주의를 표방하며 나를 사랑했던 방식이 아집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일적으로도 짊어진 무게가 상당했는데 집착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면서 시선의 확장을 한 것 같다.”

10년의 활동을 돌아보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을까.

“교통사고였다. 행사를 준비하다보니 새벽 1시가 됐고 자전거를 타고 귀가를 하던 중에 몇 초 졸았다. 그 순간 손가락 3개가 부러지고 절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사고의 순간, 내 머릿속에는 ‘내 삶이 없었다. 왜 나는 이 일만 계속하느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했나’, ‘이대로 죽기에는 억울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젊은 나이에 대안영상예술에 뛰어들었고 10년간 조직운영·홍보·예산 등을 맡아서 하느라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미뤄왔다. 사고 이후 버킷리스트를 10개를 적어보며 내 지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김장연호 네마프 집행위원장은 "타자의 영상언어와 예술이 아직까지 남성 중심적인 언어가 많아 계속해서 예술적인 감수성을 통해서 발굴하고 지원해서 또 다른 언어를 만들어야한다"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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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위원장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면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의 대부분을 영화 티켓 구매하는데 사용했다. 젠더 감수성도 높았기 때문에 1997년부터 여성영화제에 자주 갔다. 그러면서 사회적 소수자 영상언어를 다루는 직업을 찾아보고 싶었다. 즉 어려운 분야에 꽂혔던 것이다.(웃음) 기존의 영상 서사가 남성주의 체계였다면 그것에 가려져 목소리 내지 못한 영상언어를 찾아 대중에게 소개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관심을 두니 영화·미술 측 작가들과 관계 형성이 됐다. 작가마다 색깔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영상이 아닌 다양한 장르와 형태를 접하게 됐다.”

해외는 국내보다 대안영상예술이 발달돼 있다.

“우리는 일부러 ‘대안’이라는 단어를 명확히 하려고 붙인다. 해외는 이를 표현하는 다양한 언어가 있다. 요즘에는 무빙이미지·미디어아트로 많이 발현된다. 우리는 ‘타자’, ‘젠더’, ‘예술’ 세 가지 감수성을 상당히 중요한 미션으로 여겨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 차이가 있다. 우리와 비슷한 형식을 갖는 해외 사례는 ‘캐나다이미지페스티벌’이다. 이들도 상영관에서 상영하고 전시 공간에서 전시를 한다. 또한 미디어 퍼포먼스·심포지엄·워크숍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한다. 내용도 파격적인 형식의 작업들로 소개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개막식과 함께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가 설립된다. 50명의 발기인이 모여 협회 설립과 함께 예산 지원 등 본격적인 정책제안을 하려고 한다.

“네마프는 원래 아이공이 이끌어온 행사지만 이제는 한국대안영상예술협회 행사로 이전될 것 같다. 이번에 정부 지원금도 50% 삭감됐고 물가 상승도 있는 상황에서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20년간 작업한 것들을 정리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작업물을 분석해 대안적인 영상언어들의 개념을 정리해 관객에게 소개할 계획이다.”

포스터.
네마프2020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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