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시 ‘엄마 성 따르기’
신청 건수 5년 전보다 56% 증가
현행 법 자녀가 엄마 성 따르려면
출생신고 아닌 혼인신고 때 결정해야
민법 상 ‘부성우선주의’ 폐기 움직임도

 

결혼식 ⓒ뉴시스·여성신문
혼인신고를 할 때 엄마 성을 물려주겠다고 신청한 건수가 5년 전보다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여성신문

 

자녀가 아빠 성을 따르도록 정한 민법상 781조의 ‘부성주의원칙’에 반기를 드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혼인신고를 할 때 엄마 성을 물려주겠다고 신청한 건수가 5년 전보다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혼인신고 시 자녀가 모(母)의 성・본을 따르도록 협의하여 신청한 건수 현황’ 자료를 보면, 신청 건수는 2015년 243건, 2016년 219건, 2017년 198건, 2018년 254건, 2019년 379건이었다. 올해는 6월까지 이미 204건이 접수돼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빠 성이 아닌 엄마 성을 따르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으나 법제도는 현실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행 민법 제781조 1항은 ‘자는 부의 성·본(本)을 따른다’고 정하고 있다.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합의했을 경우 모의 성·본을 따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엄마 성을 따르는 것은 ‘예외’ 규정일 뿐이다. 이 예외 규정 역시 엄마가 재혼을 해 자녀의 성을 새 아빠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마련해 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혼인신고서 4항에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표시해야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다.
혼인신고서 4항에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표시해야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다.

 

혼인신고서에서도 ‘성・본의 협의’ 항목에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라는 질문을 두고 있다. 엄마 성을 따를 경우 관련 협의서를 따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엄마의 성으로 바꾸고 싶다면, 아빠의 성으로 자녀를 출생 신고 한 뒤 자녀의 복리에 한해 부모나 자녀의 청구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마저도 외국인, 혼인 외 출생, 이혼・재혼 등의 일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은주 의원은 “최근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의 권고와 여성가족부의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남아있는 ‘부성주의’ 원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라며 “법 개정을 통해 제도 변화를 만들고 인식의 변화까지 이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가족생활 내 평등한 혼인관계를 구현하고 가족의 자율적 합의를 존중할 수 있도록 ‘부성우선주의’를 폐지하고 부모의 협의를 원칙으로 하는 등 민법의 전면 개정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3.1%가 아버지 성을 원칙적으로 따르는 현재의 제도 대신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때 부모가 협의해 성과 본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에도 부성우선주의 원칙을 폐기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은주 의원도 자녀의 성‧본을 혼인신고 시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제도를 출생신고 시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발의 준비 중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