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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자위는 아침 커피와도 같은 일상이다. 언제나 에너지를 적게 들이고 확실한 기분전환을 하게 해 준다. 언제부터 이렇게 편안하게 자위를 즐길 수 있게 된 걸까? 돌이켜보니 늘 그랬던 건 아니었다. 시기에 따라 넘어야 했던 산들이 있었다. 적응이 필요했던 몸의 상황들 그리고 도움이 된 도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몸의 상황에 따른 곤란함

자위를 처음 했던 순간의 기억은 내게 없다. 기억이 시작되기 전부터 했기 때문이다.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을 즐기는 데에는 성적 성숙도 성지식도 전혀 필요 없었다. 청소년기에 신체에 거무튀튀한 변화들이 생기면서 몸을 다루기가 더 어려워졌다. 피투성이 월경은 성기에 손을 대기 곤란하게 만들었다.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건강 상태, 스트레스, 바쁜 일정 등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은 인생 최대의 오르가슴 장애물이었다.

 

월경 중 자위

월경은 오랫동안 자위와 파트너와의 섹스를 모두 방해했다. 월경혈은 미끈거리는 점액이 아닌 만큼 삽입 섹스 시 질 점막을 다치기 쉬웠다. 월경통 때문에 질 내 자극이 불쾌하기도 했다. 자위로 음핵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에는 질 내 자극이 전혀 필요 없지만, 손은 물론 속옷과 이불에 피가 묻을까 봐 꺼려졌다. 이런 불편은 월경컵이라는 혁신적인 도구를 만나고 나서 해결됐다. 월경컵을 넣었을 때 월경혈이 새지 않는다면, 외음부 상태는 월경하지 않을 때와 똑같다. 그러므로 오르가슴의 즐거움을 좀 느껴보겠다고 끈적한 피를 만지거나 수건을 까는 등 수고를 할 일이 없다. 월경컵은 나를 일회용 생리대, 냄새와 피부 자극에서 해방했을 뿐 아니라 자유롭고 깨끗하게 월경 중 자위, “멘스트루베이션(Menstrubation)”을 즐기게 해줬다.

 

멘스트루베이션의 꿀조합, 월경컵과 흡입형 토이

원격 체온계와 비슷하게 생긴 클리토리스 흡입형 토이도 자위의 질과 양을 모두 높였다. 손으로만 하던 시절엔 피곤할 때 자위하기 힘들었다. 팔이 아프도록 자극을 해도 피크에 도달하는 데 오래 걸리곤 했기 때문이다. 클리토리스 흡입형 토이는 이런 한계를 가뿐히 넘게 해 줬다. 토이의 도움을 받으면 체력의 소모가 거의 없이 오르가슴을 맛볼 수 있다. 심한 월경통을 느끼거나 병이 나서 앓아누운 날에도 간편히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멘스트루베이션을 할 때 월경컵과 흡입형 토이는 두말할 필요 없는 최고의 꿀조합이다. 더없이 위생적이고 간편하고 강렬하다. 개인적으로는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해서 월경통이나 요통 등 통증이 완화된 적은 없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상당한 위안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한 잔의 커피나 큼직한 마카롱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나는 월경 중 거의 매일 월경컵을 넣고 토이로 자위한다. 절정을 느끼는 순간마다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나의 훌륭한 몸과 그것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 문명의 발달에 말이다. 클리토리스를 가진 모든 이들이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임신 중 그리고 출산 후의 자위

나에게 임신은 섹스라이프 최대의 재앙이었다. 풍문으로 듣기론 임신 중 성욕과 성감이 더 왕성해진다고 알고 있었다. 임신 초기, 입덧을 비롯한 온갖 고통스러운 증상에 시달리면서도 임신 중기가 되면 환상적인 섹스라이프가 열릴 거라고 기대하며 견뎠다. 슬프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성감도 약해졌다. 임신 중기인 6개월 이후부터는 질 오르가슴도 클리토리스 오르가슴도 느끼기조차 어려웠다. 배가 나와서 손으로 자극하는 것도 힘든데 겨우 절정에 도달하더라도 그 강도가 약했다. 게다가 그런 저품질의 절정에도 자궁이 수축하며 쥐가 나듯 배가 아팠다. 몇 번씩이나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는 쾌감을 포기했다.

출산 후에도 암흑기가 이어졌다. 첫째 제왕절개 출산 후 처음 자위를 시도한 날의 절망과 당혹스러움이 생생하다. 흥분의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다. 이것이 불감증의 느낌인가 싶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뼈저리게 느꼈다. 다행히 아이의 돌이 지나자 클리토리스는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속도로 팔팔하게 기운을 차렸고 임신 전과 똑같은 기능을 되찾았다. 둘째 때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아이 한 명당 약 18개월간 성적으로 비활성기를 겪었다. 그러나 나의 상황이 일반적이지는 않을지 모른다. 나는 9개월 내내 심한 입덧을 했으며 막달 직전까지 체중이 줄어들었다. 첫 아이는 급성 임신성고혈압으로 때 이른 응급 수술을 통해 출산했다. 임신 기간 건강을 많이 잃었다고 할 수 있다. 나와 다른 상황의 여성이라면 전혀 다른 섹스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 듯하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임신 전 임신 중 섹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임신/출산 여성의 성적 즐거움과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공유되고 쌓이면 좋겠다.

 

안전하게 토이 반려하기

월경컵과 토이는 내가 몸의 변화에 대처하고 풍요로운 자위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도왔다. 그 도구들은 통상 인간 파트너들 보다 위생적이고 안전하다. 그러나 토이가 원인이 되어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20대 초반에 최초의 딜도를 쓴 후 질염에 걸렸었다. 위생관리를 철저히 했음에도 그랬다. 사이즈가 커서 몸에 부담이 되었던 게 아닌가 한다. 또 20년이 흘러 작년에는 불렛형 바이브레이터를 썼다가 요로감염을 앓았다. 자극할 때 요도 입구를 불필요하게 건드렸던 것 같다. 두 번 다 산부인과에 두 번씩 방문한 뒤 깨끗이 나았다.

만약 도구에 알코올이 닿아도 괜찮다면 사용 전 소독하고, 월경컵은 가끔 열탕 소독을 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도구 때문에 아팠던 일은 20년 동안 두 번이었다. 인간 파트너와의 섹스 때문에 산부인과 신세를 졌던 횟수의 백 분의 일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니 지나치게 걱정하고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모든 이들이 안전하고 좋은 반려 토이와 골든컵(잘 맞는 월경컵)을 만나 더 행복하시길 빈다.

 

필자 니나 (결혼 11년차 주부·『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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