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불원서·탄원서 냈지만 진실성 의심된다고 봐
친족 간 성폭력 특수성 고려해

결혼 이주여성이 결혼 전 아동 성폭력으로 인해 출산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남편이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는 모습.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뉴시스·여성신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 ⓒ뉴시스·여성신문

 

대법원이 딸을 협박해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남성 A씨에 징역 13년을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법원이 그동안 성폭력 사건에서 중요한 감경인자로 취급되었던 피해자의 처벌 불원서와 탄원서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친딸인 피해자 B씨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강제로 추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A씨는 B씨가 성병을 앓는 사실을 알고 “병원에 가면 사람 취급 받지도 못할 것이다. 아빠가 성병을 옮아 치료약을 찾은 다음 너도 치료해주겠다”며 성폭행 했다.

범행과정에서 A씨는 가위나 흉기로 자해를 시도하고 B씨를 협박하기도 했다. B씨의 자취방에 카메라를 설치해 사생활을 훔쳐보고 연락이 없으면 B씨의 휴대전화에 미리 설치해 둔 위치 추적 앱을 이용해 찾아오기도 했다.

A씨는 “성병 치료제를 찾기 위해 신체적인 접촉을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1심 재판 도중 돌연 A씨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며 재판부에 탄원서와 처벌불원서를 수차례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범행에 대한 반성의 자세가 없고 B씨를 계속 회유하는 태도를 볼 때 B씨의 진심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부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던 모친의 증언 태도 등에 비춰 A씨의 처벌로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인한 고립감과 죄책감을 B씨가 이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징역 13년을 선고하며 B씨의 피해 진술이 일관된 점, B씨에게 성적인 행동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A씨의 말이 담긴 통화녹음 파일 등을 유죄 판단 근거로 들었다.

항소심 재판에서 A씨 측은 B씨가 모친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가 “거짓말이었다”고 부인한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B씨는 이를 “A씨의 강요에 따른 거짓말”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마땅히 그런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며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족 간 성폭력 특성상 피해자가 주변 가족과 친척에 의해 발언을 주저하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B씨는 “내가 잘하면 다시 평범한 가족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등 B씨의 진술에서 모친에게 거짓말을 한 이유가 납득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 대부분을 그대로 인정하고 A씨가 과거 성범죄 전과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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