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온라인 기자회견 열어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 권고안 "환영"

"조건 있는 임신중단
여성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재판부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지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등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이 판결을 환영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4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재판부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지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등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이 판결을 환영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성신문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지난 21일 법무부에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위한 권고안을 제출했다. 해당 권고안에는 낙태죄 전면 비범죄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낙태죄 폐지를 위해 노력했던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해당 권고문을 환영하며 형법상 낙태죄 폐지는 임신 중지 전면 비범죄화여야 한다고 밝혔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2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민문정 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는 지난 헌법 재판소의 결정의 핵심을 잘 담았다”며 “헌재는 낙태죄 입법 목적의 실질적 실현은 사전적·사후적 조치에 있으며 형벌권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고 밝혔다.

양성평등정책위의 권고문이 발표된 후 법무부는 낙태죄 전면 비범죄화로 방향을 잡겠다는 언론보도를 내놨다. 이같은 보도 후 일부에서는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일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낙태죄 완전 폐지는 태아의 생명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2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2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나영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1988년 연방 대법원의 판결 이후 낙태죄를 전면 비범죄화 한 캐나다의 임신중단은 전체의 11%이며 대부분 12주 내에 이루어지며 임신 21주 후 임신중단은 0.7%라고 밝혔다.

나영 위원장은 “임신 주수와 사유에 따른 제한 등 규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이는 과도한 입증 과정과 절차를 요구해 임신 중지 시기를 늦출 뿐이며 여성을 더 열악한 환경으로 몰아넣는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가 합법적으로 인공유산을 하기 위해서는 1심 재판에서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음을 입증해 판결을 받아내야 한다. 피고인이 1심 재판에서 불복할 경우 결과적으로 성폭행 사실 입증에 2~3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강간에 따른 임신으로 인한 임신 중단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영 집행위원장은 “기존의 낙태죄는 여성이 장애나 질환이 있는지, 남성 배우자가 있는지, 기혼인지 등에 따라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는 자격을 나눈 것에 불과했다”며 “여성의 권리가 새로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변호사는 “헌재는 지난해 4월 임부의 권리 보장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보다 실효성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헌재의 22주 언급과 관련해 낙태 가능 시기를 제단할 경우 나이가 어리거나 성폭력을 당했거나 장애가 있어 초기에 임신 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여성들이 형사 처벌에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9월29일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념 ‘269명이 만드는 형법 제269조 폐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지난 2018 9월29일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념 ‘269명이 만드는 형법 제269조 폐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여성신문

 

산부인과 의사이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활동가인 오정원 의사는 실질적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오 의사는 “의료 인력을 양성해 어떤 여성이든 임신 중단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의료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하며 임신중지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더불어 안전한 유산유도제로 알려진 미페프리스톤의 도입을 촉구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낙태는 죄였기 때문에 의료진은 당사자의 사정을 보고도, 모성사망이 염려되어도 도울 수 없었다. 정식 교육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 중단을 권리로써 보장하는 대체 입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성평등정책위는 권고문에서 기본원칙의 첫 번째로 임신·임신중절·출산의 주체가 되는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밝히고 모든 임신기간 중 임신중단 비범죄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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