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MBC신사옥 앞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대전 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 대책위'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MBC신사옥 앞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대전 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 대책위'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몇 달 전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 정규직화 과정에서 2,30대 젊은 세대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문제 제기해 한동안 인천공항 정규직화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됐었다. 공정함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점점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런데 그 공정함에 대한 부르짖음이 성차별 사건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전 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사건의 노골적인 차별에도 불구하고 관심 갖고 문제화하고 힘을 보태는 이들은 소수이다. 작년 6월 대전 MBC의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 2명은 대전 MBC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남성은 정규직으로 채용하는데 반해 여성은 프리랜서(특수고용)로 계약하는 채용 성차별을 해왔음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그리고 올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채용 성차별로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했다. 합당한 이유없이 고용형태를 달리하여 채용하고 임금·연차휴가·복리후생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한 것은 ‘차별행위’임을 인정한 것이다.

대전 MBC가 1990년대 이후 채용한 정규직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었고, 1997년부터 2019년까지 채용한 15명의 계약직 아나운서와 5명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이었다. 그리고 문화방송의 16개 지역 계열사 아나운서의 성별 고용형태를 보면, 남성은 83%(41명 중 34명)가 정규직이고, 여성은 25%(36명 중 9명)만이 정규직이다. 여성 아나운서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온 데는 여성은 나이가 들면 활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젊을때에 한해 원하는 기간만큼만 이용하면서 손쉽게 계약 해지가 가능하게 성차별적 채용 및 고용환경을 유지해온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에 대전 MBC는 성차별적 채용 관행 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응답하면서도 진정인들의 정규직 전환, 위로금 지급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고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냈다.

대전 MBC는 남성정규직 채용과 관련해 공정한 채용절차였다고 말한다. ‘공정’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심사위원들이 여성과 남성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심사위원의 성별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면접과정에서 성별이 아닌 개인의 능력에 근거한 질문을 하고 그에 따라 평가를 했는가? 그러나 채용과정이 얼마나 성평등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AI(인공지능)가 면접을 할 경우에도 성차별적인 면접결과가 나온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AI 역시 현 사회가 만들어온 것을 토대로 자료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금융권 채용성차별은 한국사회 채용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여성들에게 공정치 않은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KEB 하나은행 사전에 남녀 채용 비율을 정해 놓고(상반기는 9.4:1, 하반기는 4:1) 최종 합격자를 뽑았다. 상반기는 10.8:1(남 97명: 여 9명), 하반기는 5.5:1(남 104명: 여 19명). 당시 남녀 응시 비율은 1.3:1이었는데 어떻게 사전에 정해둔 대로 남성 합격자를 여성보다 4배에서 10배까지 더 뽑을 수 있었을까? 바로 서류전형 합격 점수 커트라인을 여성은 467점, 남성은 419점으로 달리해서 남성을 더 많이 뽑았기에 가능했다.

또한 성별과 고용형태 차별이 중층적으로 나타난 여성 비정규직화의 대표적 사례로 KTX 여승무원 사례가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KTX를 개통하면서 승무원 400여명을 모두 여성으로 뽑았는데 이들은 KTX 자회사 소속으로 비정규직이었다. 왜 승무원을 모두 여성으로, 그것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냐는 질문에 한국철도공사는 승무원 업무는 비핵심, 단순반복업무, 저부가가치사업이란 말로 자신들의 성차별을 정당화했다. 그럼 승객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업무를 하는 KTX는 저부가가치사업으로 비핵심 단순업무를 하는 사업인가란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하며 한국철도공사는 중요한 승객 안전은 공교롭게도 남성이었던 열차팀장 1명이 모두 책임진다며 차별을 정당화했었다. 지금은 한국철도공사의 KTX 여승무원 채용이 공정치 않았다는 걸 모두 안다.

한국사회의 ‘공정’에 대한 요구가 여성 고용과 관련한 사건들에서도 똑같이 반영되기를 바란다. 대전 MBC 사례는 현직에 있는 당사자가 직접 ‘채용성차별’로 이름 짓고 공론화한 최초의 사례다. 부당함에 용기내어 낸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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