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간호사 홀로 25명 환자보는 구조 바뀌어야”
[인터뷰]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간호사 홀로 25명 환자보는 구조 바뀌어야”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9.05 07:36
  • 수정 2020-12-29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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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코로나19 1차 확산 당시
22만 간호사의 2% 자원봉사
더이상 힘들어서 그만두는
간호사 없도록 시스템 고쳐야
인력부족·보상체계 우선 과제

의료 행위 참여하는 PA 간호사
근거법령 없이 ‘불법’으로 내몰려
전문간호사제 활성화가 해법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박정현 객원기자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간호사들이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고 코로나 중증환자를 돌보며 겪는 신체적·심리적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보상 체계 마련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정현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코로나 영웅’, 간호사가 있다. 지금도 통풍이 안되는 레벨D 방호복에 고글, N95 마스크로 무장한 간호사들은 묵묵히 검체를 채취하고 환자를 돌본다. 폭염 속에 탈진하고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간호사들도 상당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의사들이 떠난 의료 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격려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지난 1차 유행 때 자원봉사에 나선 간호사들이 4000여명에 달한다”며 코로나19 의료 현장에서 헌신한 간호사들을 이야기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더 이상 간호사의 헌신에 기대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간호사들이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고 코로나 중증환자를 돌보며 겪는 신체적·심리적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보상 체계 마련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는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부터 15년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현장 간호사로 활동하다가 1992년부터 대학 강단에 섰다. 지난해 정년퇴임한 신 회장은 앞서 32·33·37회 회장을 역임했다.

신 회장은 의사들이 집단 휴진을 중단하고 의료 현장에 복귀한 것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과대학 및 지역의사제 추진 등 필수의료인력 확충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협회는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와 의사단체, 양자 간의 의정협의체를 폐기하고 간호사 등이 포함된 범국민 논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을 맞은 올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다. 당초 간호협회는 세계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었으나 대부분 오프라인 행사라 개최 여부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신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간호사들은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한 해를 맞이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간호사가 켠 현장의 불이 꺼지길 기다리며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환자가 급속히 늘고 수도권 병상 가동률이 치솟고 있습니다. 현장 간호사들이 탈진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코로나 1차 유행이던 지난 2~3월 당시에는 간호사들이 일단 ‘환자의 생명을 살리자’는 것이 우선이었어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현장으로 달려간 거죠. 3월 한 달간 자원봉사에 지원한 간호사 수는 4000여명으로 활동간호사 22만명의 2%에 달합니다. 1차 유행을 거치며 문제점이 드러났고 개선점이 제시됐어요.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재난이 일어났을 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점과 함께 보상체계가 제대로 구축이 안돼있다는 점이었어요. 힘들게 일을 했지만 적당한 보상과 지원이 부족했습니다. 사태가 진정되면서 문제를 시급하게 풀어야 하는 상황에 2차 유행이 시작된 것이죠. 사명감을 갖고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던 간호사들도 탈진 상태예요. 몸도 마음도 지친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보상 체계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일부 환자들의 비상식적인 요구로 간호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상황이 어떤가요.

“코로나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환자까지 급증해 간호사들이 지쳐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환자들은 다양해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여러 돌봄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들다보니 일부 환자들이 간호사들에게 무리한 요구나 안좋은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헌신과 봉사로 일하는 간호사들에게 자존감마저 떨어뜨리게 하는 언행은 간호사들은 더 지치게 합니다.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해 간호사들을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장 간호사를 위해 간호협회는 어떤 지원 활동을 하고 있나요.

“우선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다방면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부터 무더위에 지친 간호사들에게 아이스조끼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후원을 받아 아이스조끼 4600벌을 선별진료소부터 감염병 전담병원 간호사들에게 지급했고 8월에는 목 부위를 시원하게 해주는 넥쿨러 4600개를 지원했습니다. 가수 아이유가 1억원을 기부해 아이스조끼 4600벌을 더 지원하게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작지만 현장 간호사들을 위한 간식 지원도 하며 지친 현장 간호사에게 위안이 되도록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박정현 객원기자
신경림 회장은 “모든 간호사들은 나이팅게일선서를 통해 ‘환자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고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며 “의료인으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윤리의식”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객원기자

 

-최근 의사들의 집단휴진으로 생긴 의료 공백을 간호사들이 메웠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모든 간호사들은 나이팅게일선서를 통해 ‘환자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고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합니다. 의료인으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윤리의식입니다. 이 윤리의식이 열악한 환경에서 간호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고질적인 문제죠. 의료법에는 간호사 1인이 환자를 12명 정도 간호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훨씬 더 많은 환자를 돌보며 여러 업무를 하고 있다고요.

“의료법상 중환자실간호사 2인이 환자 5명을 보게 돼있고, 일반병동에서는 간호사 1인이 12명을 보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지금 간호사 1명이 맡는 환자수는 평균 18~25명입니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간병인까지 더하면 간호사는 최소 30여명을 챙겨야 하거든요. 간호사들이 지칠 수 밖에 없지요.

병원들이 간호인력의 법정 기준을 지켜야 그나마 간호사들의 숨통이 트이는데 제대로 지키는 병원이 많지 않아요. 법을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만 내면 되거든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기준을 지키지 않는 병원에 대해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합니다.”

-간호사 근무환경과 처우 문제가 해결돼야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지역간호사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1년에 2만5000여명이 간호대를 졸업합니다.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어요. 그러나 문제는 매년 수많은 간호대생이 배출돼도 지방에는 별반 남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시군구 병·의원에 간호사가 1명도 없는 지역도 상당해요. 이들 지역에서 간호사는 보건소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도·농간 간호 질의 격차가 심해 국가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지역간호사 부족 문제는 지역에서 일할 간호사를 별도로 양성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학 선발 때부터 지역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학생을 뽑고 장학금을 주고, 졸업 후에는 수도권 병원 못지 않은 임금을 주면서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자는 것이죠. 국가 책임 하에 별도의 간호 인력을 양성하는 것에 대해 제한적으로 동의합니다. 선발전형의 규모, 배치기준, 지원방안 등 세부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것입니다.”

-‘PA 간호사’가 사실상 의사의 기능을 일부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어 논란입니다.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는 원래 미국 등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별도의 시험을 거쳐 면허를 받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게 한국에 들어와서는 아무런 면허증도 없이 병원에서 PA로 임의로 임용하는 제도로 변질된 것입니다. 실정법 위반입니다. PA라는 용어는 써서도 안되고 시켜서도 안됩니다.

일부 PA는 간호부가 아닌 의국 소속으로 일하고 있어요. 최근 신규 간호사까지 마구 PA로 임용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전문간호사도 미국에서 석사급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제도인데, 우리도 2000년 도입돼 현재 13개 분야에서 5700여명이 배출되어있습니다.”

-협회는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세계 90여개국은 간호법을 비롯해 직역별로 각각 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물론 홍콩, 중국 등 여러 아시아 국가들도 간호법, 의료법 등으로 나눠져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의료인을 관장하는 법으로 의료법이 유일하고 전부예요.

현행 의료법은 1951년에 만들어져 70년이 된 낡은법이다. 시대상황에 맞게 법도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간호협회가 제안하는 간호법은 간호사의 교육부터 양성, 업무 구분, 인력 수급계획에 이르기까지 간호가 나아갈 바를 제시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입니다. 유능하고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하고, 업무범위를 확정하고, 근로조건 개선이나 수급계획은 어떻게 짤지를 간호법에 담게 됩니다.”

-올해는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관련해서 하반기에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신지요.

“WHO가 올해를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로 정한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호사와 조산사에게 2020년을 헌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간호사들은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한 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는 모든 이의 건강을 위해 현장의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간호협회는 역사상 최초로 지정된 세계 간호사와 조산사의 해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간호사가 켠 현장의 불이 꺼지길 기다리며 추이를 지켜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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