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됐다. 우리가 여성신문의 지면에서 섹스를 말하며 뛰놀기 시작한 지 말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매번 기사가 올라가기 무섭게 몇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만 분석해도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섹스 칼럼을 쓸 수 있겠다 싶어 눈물이 앞을 가렸다. 특별한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자위를 한다. 자위를 하자. 섹스는 즐겁다. 콘돔을 쓰자. 이 정도였다. 코로나 시대, 환기되는 공간에서 아웃도어 섹스를 하자. 드라이브 쓰루~ 드라이브 섹스~ 코로나 시대에 카섹스하기! 이런 걸 쓴 것도 아니었다. 같이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어도 위험한 이 시대에 추천할 수 있는 최고의 섹스가 바로 자위 아닌가. 언택트 시대의 언택트 섹스. 타인과의 타액 교환이 아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정부에서도 위험하게 밖에 쏘다니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했다. 역시 시간 때우기론 자위 만한 것이 없다. 혼밥, 혼술, 혼섹. 입에 쫙쫙 붙는다. 그런데 왜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다. 그나마 과거에 비하면 조금 나아진 부분이 있긴 하다. ‘집에 가서 애나 봐!’라고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이 ‘방구석에서 평생 자위나 하라’며 댓글을 단다. 인류의 발전이다.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나가버렸다. 2020이라는 아름다운 숫자의 해가 시작하면서 전 세계가 역병에 시달리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질병의 수준을 뛰어넘은 일상의 붕괴가 일어났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보는 단순한 생활이 어려워졌다. 나는 여성 파트너와 8년째 함께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을 맞추면서 잘 잤냐고 물어본다. 잠에서 깬 우리 목소리가 들리면 거실에서 야옹이들이 냐아옹 소리를 내며 침실로 들어온다. 원래는 다 같이 침대에서 잤는데 얼마 전부터 거실 쇼파가 편한지 거기서 주무신다. 그 속은 알 수가 없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인생 아닌가. 고양이의 삶도 그런가보다 한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린 각자의 부모님 집에 살고 있었다. 우리만을 위한 공간은 없었고, 섹스를 하고 싶을 때마다 모텔을 전전했다. 성격 급한 나 덕분에 만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공덕동 옥탑방에 살림을 차렸지만, 그전까진 온갖 모텔을 돌아다녔다. 상상한다. 만약 그때 지금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바이러스는 섹스도 일상도 무너지게 만든다. 이 시대가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컨트롤할 수 없고 계획할 수도 없는 앞으로의 시간을 바라보며 막막함을 느낀다.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한 이후 들은 질문 중 어이없는 질문 베스트 3에 꼽을 만한 건 뭐니 뭐니해도 ‘남자랑 섹스하는 게 더 좋아요? 여자랑 섹스하는 게 더 좋아요?’ 였다. 어떤 한 경험을 두고 일반화할 수도 없고, 양성애자는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섹스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두고 섹스를 해라. 하지 마라. 남자랑 섹스해라. 여자랑 섹스해라. 그럴 거면 평생 자위나 해라. 훈수 두는 건 누군가의 삶을 통제하려는 건방진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예의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스스로의 삶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진 우주의 작은 별에 사는 지구인으로서 측은지심이라도 가져보자. 몸의 탐구를 시작하는 이를 다독이고, 더 즐거운 자위를 할 수 있도록 바이브레이터라도 하나 살포시 건네는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보자. 그래야 우리가 다음 기사에 더 ‘야한’ 글을 쓸 수 있다. 이건 농담~

은하선 섹스 칼럼니스트·은하선토이즈 대표
은하선 섹스 칼럼니스트·은하선토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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