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할머니의 시에는 삶이 녹아 있다 “마음이 주저앉아버릴 때는…”
지리산 할머니의 시에는 삶이 녹아 있다 “마음이 주저앉아버릴 때는…”
  • 조혜승 기자
  • 승인 2020.09.17 15:13
  • 수정 2020-09-17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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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어르신들 전국 시화전 입상·검정고시 합격 화제
박순자씨 ‘농사짓기’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특별상 수상
박순자 어르신의 작품은 ‘농사짓기’. Ⓒ산청군
박순자 어르신의 작품은 ‘농사짓기’. Ⓒ산청군

 

지리산 청정골 경남 산청군의 어르신들이 전국·경상남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입상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17일 산청군에 따르면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경남 평생교육진흥원이 공동 주관한 2020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박순자(74·금서면) 할머니가 특별상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순자 어르신의 작품은 ‘농사짓기’라는 시다. 밤낮으로 열심히 글 농사를 지으며 끝까지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삐뚤삐뚤한 손글씨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나는 농사를 짓는다
올해는 깨농사를 지었다

봄에는 꽃도 잘 피고
여름에는 열매도 잘 맺고
그런데
딱 수확할 때가 되니
탁 줄기가 주저앉아버리네
글농사는 밤이고 낮이고
마음 쓰니 잘 지어지는데
깨농사는
마음이 주저앉아버리네
매년 짓는 농사인데
마음대로 안 되네 
마음이 주저앉아버릴 때는
글농사나 지어봐야지
나는 농사를 짓는다
올해도 글농사를 짓는다 

또한 경남 시화전에는 임분순(87·생초면) 할머니가 경남도지사상인 으뜸글상을, 박옥영(84·생비량면) 할머니가 경남도평생교육진흥원상인 행복글상을 수상했다.  

임분순 어르신의 ‘우리학당 119소방서다’. Ⓒ산청군
임분순 어르신의 ‘우리학당 119소방서다’. Ⓒ산청군

 

산청군은 어르신들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주변에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는 내용의 작품을 출품했다고 설명했다.

주제는 ‘글 한걸음, 소통 두 걸음, 희망 세 걸음’이며 시와 그림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경남 시화전에서 입상한 임분순 할머니는 ‘우리학당 119소방서다’라는 작품을, 박옥영 할머니는 ‘아파요’라는 시를 지었다.

올해 수상작품들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 온라인 전시 및 경남도청 또는 경남연구원 내에서 이달 중 전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청군 어르신들은 지난 8월 중순에 치러진 제2차 초졸 검정고시에서 응시한 16명 중 7명이 최종합격했고 2명이 과목 합격해 겹겹사를 맞았다.

최종 합격자 중 손정임(76·시천면) 어르신은 경남도 내 초졸 합격자 중 최고령을 기록했다. 최종합격자는 이수선(74·시천면), 한한순(65·시천면), 유기순(73·시천면), 정연자(68·시천면), 권영자(66·산청읍), 김남이(61·산청읍) 어르신 등 모두 7명이다.

어르신들이 이러한 결과를 거둔 데는 산청군이 만학도를 대상으로 검정고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능했다. 산청군은 올해 22명의 만학도를 대상으로 검정고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어르신들은 산청읍 산청군여성회관(매주 목요일), 시천면 덕산문화의집(매주 월, 금), 신등면복지회관(매주 월,목)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문해교실 운영을 잠시 쉬고 있다.

교육부 선정 평생 학습도시이자 경남평생교육 공모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된 산청군은 지난 2017년부터 매해 250여 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성인 문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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