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전쟁] 식품 알레르기가 아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식판전쟁] 식품 알레르기가 아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 정치하는엄마들 (김지애 활동가)
  • 승인 2020.10.06 09:44
  • 수정 2020-10-10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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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알레르기 돌봄이 가능한 기관 찾아 이사하는 부모들
아이들의 생명권, 건강권 무심하면 저출생 극복은 어렵다

아이가 생후 3개월 이후부터 아토피였다. 병원 가서 혈액검사를 하고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는 결과를 접했을 때 충격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피부에서 진물이 나는 것도, 아이가 깨어있거나, 잠이 들었을 때 여기저기 긁는 것이 안쓰러웠는데 음식까지 조심해야 한다니. 엄마가 처음인 나는 너무 ‘멘붕’이었다. 그때부터 아이들이 기관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부모들은 어떻게 이 병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서 맘카페에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했었다.

병원 가서 혈액검사를 하고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는 결과를 접했을 때 충격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피부에서 진물이 나는 것도, 아이가 깨어있거나, 잠이 들었을 때 여기저기 긁는 것이 안쓰러웠는데 음식까지 조심해야 한다니.
병원서 혈액검사 후 받은 식품 알레르기 결과 ⓒ정치하는엄마들  

어느 날 아나필락시스(*심한 쇼크 증상처럼 과민하게 나타나는 항원 항체 반응. 알레르기가 국소성 반응인 데 비하여, 전신성 반응을 일으킨다.) 때문에 사망한 아이의 기사를 접했다. 우유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아이였는데, 학교에서 점심으로 카레를 먹고 축구를 하다 아나필락시스가 온 것이다. 중환자실에서 몇 개월을 치료받다가 끝내 아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내 자식의 일같이 느껴져서 너무 슬퍼 울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팠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나는 유방 종양 수술을 하였고, 내 건강 때문에 아이의 건강이 더욱 염려됐다. 그러다 정치하는엄마들이라는 시민단체를 알게 됐다. 현재 단체 사무국장인 장하나 활동가의 칼럼이 시초가 되어 적은 수의 엄마들이 온·오프라인으로 만나게 됐다.

식품 알레르기 환아 가족 카페에서 정보 공유에 도움이 됐었다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름에 걸맞게 법과 제도를 바꾸려 노력을 하는 곳이었다. 내 이야기에 공감한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2017년 10월 교육위,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식품 알레르기 문제를 다룰 수 있었고, 2018년 12월엔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게 했다. 국회 보좌관들과 연락하며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토론회를 주최한다는 것은 아이들과 양육자들을 구하는 내겐 정말 소중한 첫 경험이었다, 내 이름은 보잘것없지만, 활동가라는 수식어가 주는 책임감은 내게 있어서 꿈을 만들어 주고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지속 가능한 힘을 주었다. 

2017년 국정감사 이후 학교보건 법안이 개정되면서, '육아의 최전선에 정치가 있다'는 정치하는엄마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님이 증명됐다. 정치하는엄마들 하면 유치원 3법을 개정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정치하마의 공식 1호 법안은 사실 학교보건법 제15조의 2항이다. 법안의 내용은 사전에 학부모의 동의와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의사의 자문을 받아 보건교사 또는 순회 보건교사(이하 이 조에서 "보건교사등"이라 한다)로 하여금 제1형 당뇨로 인한 저혈당쇼크 또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하여 생명이 위급한 학생에게 투약행위 등 응급처치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

2018년 12월 아동과 청소년의 생명권과 교육권 보장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정치하는엄마들,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상희, 국회의원 권미혁 주최.
2018년 12월 아동과 청소년의 생명권과 교육권 보장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정치하는엄마들,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상희, 국회의원 권미혁 주최. ⓒ정치하는엄마들

이 경우 보건교사등에 대하여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보건교사 등이 제1항에 따라 생명이 위급한 학생에게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보건교사 등은 민사책임과 상해(傷害)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정치를 통해서 내 아이뿐 아니라 아나필락시스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아이들과 늘 노심초사하는 양육자들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나의 아이는 생후 15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다. 식품 알레르기가 있어서 매달 받는 식단표에 먹을 수 없는 것을 체크해서 선생님께 공유해드리고, 당일 간식, 식사 메뉴를 보고 먹을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반찬을 보냈었다. 그리고 상비로 김을 꼭 보냈었다. 

일본의 경우 환아의 음식을 먼저 조리하여 공기 중 흡입을 차단하거나, 조리실이나 조리기구를 아예 따로 한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주는 응급 구조의 훈련이 되어있는 성인이 환아의 식사를 도와준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체식 제공을 하는 곳이 전국에서 손꼽고, 보통은 제거식이므로 부모들이 아이들 도시락을 늘 싸야 한다. 돈은 돈대로 내고, 도시락을 싸가서 비용이 2배 되는 상황. 개중에는 제거 식도 아나필락시스도 부담돼 퇴소당한 환아도 있었다. 소풍이나 견학이 있으면 젝스트(아드레날린 주사, 아나팔락시스 때 응급처치하는 주사)를 갖고 항상 함께했던 어머니도 아이도 퇴소 처리됐다.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는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체식 제공을 하는 것이 전국에서 손꼽고, 보통은 제거식이므로 부모들이 아이들 도시락을 늘 싸야 한다. 돈은 돈대로 내고, 도시락을 싸가서 비용이 2배 되는 상황. 위-비건베이킹 찹쌀깨찰빵 아래-된장,간장을 직접 만듦
우리나라는 대체식 제공을 하는 것이 전국에서 손꼽고, 보통은 제거식이므로 부모들이 아이들 도시락을 늘 싸야 한다. 돈은 돈대로 내고, 도시락을 싸가서 비용이 2배 되는 상황. (위-비건베이킹 찹쌀깨찰빵 아래-직접 만든 간장과 된장) ⓒ정치하는엄마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을 때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생일파티 날이었다.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케이크나 과자를 먹지 못하고 사진만 찍을 때. 말 못 하는 때였지만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생각하며 울었던 적이 있다.

환아 부모들과 얘기하다 보면 보통 외벌이고, 언제 응급상황으로 전화가 올지 모르니 기관 옆에서 항상 대기를 해야 한다거나, 부모가 서로 낮과 밤 바꿔 일한다거나, 어린이집, 유치원 생활을 아예 포기하거나 식품 알레르기에 케어가 가능한 기관을 찾아 집을 이사한다고 한다. 이런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생명에 위협이 되는 알레르기를 가진 환아를 위해 선진국처럼 예방까지 신경 써주면 좋겠지만 적어도 응급상황 시에는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젝스트 주사를 해주시면 좋겠다. 어찌 보면 심폐소생술보다 쉽다.

마지막으로 국가는 저출생 극복하자 얘기하지만, 지금을 사는 아이들이라도 어른들이 최선을 다해 지켜줬으면 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너무 어려워 단순히 ‘출생’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인지 모르겠지만 환아 부모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젝스트 주사약 투여에 관한 훈련 및 선생님, 환아 외 학생들의 인식개선 교육이 시급하다. 아이들의 생명권, 건강권에 대해서 무심하면 할수록 저출생은 영원히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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