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칭을 둘러싼 여러 관점…
강남순 교수 “발화의 주체를 남성으로 설정하는 것을 자연적인 것으로 만든다”
황진미 문화평론가 “스크라테스도 ’형’, 유관순 열사도 ‘누나’…같은 선상에 놓고 바라봐”

KBS 2TV 캡처
지난 9월 30일 KBS 2TV에서 방송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캡처

가수 나훈아 콘서트에 대한 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의 무대 속 ‘지칭‘을 둘러싼 여러 관점들이 있다.

지난 9월 30일 KBS 2TV에서 방송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시청률 29%(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노래뿐 아니라 그가 콘서트 도중 한 발언까지 화제가 됐다.

이날 나훈아는 지난 8월 20일에 발표한 신곡 ‘테스형!’을 선보이며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세대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테스형!’은 고대 그리스의 유명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 형’이라 지칭하고 있다. 이날 무대를 두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연결망서비스(SNS) 등에서는 ‘테스형’ 밈(Meme) 현상도 일어났다.

△테스‘형’

다만 테스 ‘형’이라는 지칭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강남순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테스형에 환호하는 현상을 보면서 지금도 여전히 중심적 문제 중의 하나인 발화의 주체(speaking subject)와 발화의 객체(spoken object)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강 교수는 “발화의 주체를 남성으로 설정하는 것을 자연적인 것으로 만든다”며 “또한 나이에 따른 위계적 관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강화하고 지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명되는 사상가들을 사적인 존재로 전이시켜 버림으로써, 그들의 사상적 유산이 지닌 중요한 보편적 함의를 외면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칭 방식이 지극히 사적인 자리에서 통용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적인 담을 넘어서 공적 공간으로 들어가서 문제가 되는 가치관을 확산하는 데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유관순 ‘누나’

노래뿐 아니라 그가 공연 도중 남긴 말들도 관심을 끌고 있다. 나훈아는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등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다”면서 “IMF 때 이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냐? 나라를 위해 금붙이 다 꺼내서 팔고, 국민의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고 밝혔다.

‘유관순 누나’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강 교수는 “오랫동안 “유관순 누나”라는 표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왔고, 지금은 “유관순 열사”라는 호칭으로 불리곤 한다”며 “음악회에서 나훈아는 유관순을 여전히 “유관순 누나”라고 불렀다고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물론 테스형과 유관순 누나는 각기 다른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며 “다만 한국 사회에서 회자되는 레토릭(화려한 문체나 다소 과장되게 꾸민 미사여구)들은 발화의 주체가 여전히 남성이며, 나이에 따른 위계주의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호칭방식은 만나는 사람간의 관계를 젠더나 생물학적 나이, 또는 학연에 의해서 우선적으로 규정함으로서, 한국사회에서 젠더나 생물학적 나이를 넘어서는 우정이나 동료관계가 거의 불가능한 이유가 되기도 하다”라고 썼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테스형’이라는 말은 자신을 소크라테스와 같은 선상에서 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며 “어떤 위계·권력·질서 하에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 문화평론가는 “‘형님’, ‘아우’라고 지칭하며 늘 남성연대로 귀결되는 것인데 마초이즘(machoism·남성적 기질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여성을 지배하려고 하거나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주의)이 단독자적인 것으로 귀결됐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은 것”이라며 “특히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그 마초이즘이 지겹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관순 ‘누나’라는 지칭에 대해서는 “‘누나’, ‘누이’라는 사적 관계로 치환하는 문제는 늘 제기돼 왔다”며 “영화 ‘친구’에서도 여자, 소녀를 두고 무조건 ‘딸내미’라고 지칭한다. 이는 사적 관계 안으로 내포해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 평론가는 “유관순 열사만 ‘누나’라고 하면 여성을 사적 관계로 집어넣거나 사유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라고 욕할 수 있는데 소크라테스도 ‘테스형’이라고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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