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형(100만원)보다 2배 이상 높은 벌금형
2차 가해 인정한 판결, 이례적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입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비방한 댓글을 작성한 안 전 지사의 측근이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여성신문·뉴시스

법원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를 댓글로 수차례 비방해 기소된 안 전 지사 측근에게 당초 검찰 구형보다 높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는 7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지사의 측근 전 수행비서 어모(37)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어씨가 한 일이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한 ‘2차 가해의 전형’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어씨는 지난 달 검찰이 어씨에게 벌금 100만원 약식 명령을 구형한 것보다 결과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 어씨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씨는 2018년 3월 김씨의 폭로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사에 “게다가 이혼도 함”, “ㅁㅊㄴ“ 등 욕설을 뜻하는 초성 등 댓글을 단 혐의를 받았다.

어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혼했다’ 등 표현이 가치 중립적 표현이므로 명예훼손이 될 수 없고 피해자는 공적 인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공 이익을 추구했다며 무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진 판사는 표현 자체보다 그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표현 자체가 아닌 맥락 속에서 사회 통념상 평판을 저하한 것이라면 가치 중립적 표현이라도 위법이 성립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어씨는 또한 ‘ㅁ ㅊ ㄴ’이란 초성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맥락에서 피해자를 비난, 비방하는 중 쓴 표현으로 통념상 일반인들이 욕설로 받아들이기 충분하다”고 법원은 모욕죄로 판단했다. 어씨가 피해자와 사적인 관계를 꺼내 들어 피해자에게 부정적 인상을 심고 비방글로 괴롭힌 행위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했다고 재판부는 질타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누리꾼이 안 전 지사의 뉴스에 ‘피해자가 안 전 지사와 합의한 성관계를 했고 성폭력을 폭로했다’ 등 댓글에 어씨가 대댓글을 단 점을 주목했다. 어씨가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인 것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공적 인물이라는 어씨의 주장에 ”가해자인 도지사 정치인이 가진 영향력으로 피해자가 느낀 압박감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다른 수단을 찾지 못해 생방송에 출연해 피해 관계를 호소한 사람이며 서지현 검사에 의해 미투 운동이 촉발했던 특정 시기,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끈 인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어씨의 댓글이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작성됐음은 물론 피해자의 이혼 전력이 미투 운동이나 공적인 관심사와 관계가 없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한편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재판을 방청한 뒤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의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방청석에서 판결 결과가 나오자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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