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10건 중 1건만 처벌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처벌 상향 요구 커져

살인까지 이어지는 스토킹이 단순 경범죄로 취급되면서 처벌은커녕 제대로 신고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살인까지 이어지는 스토킹이 단순 경범죄로 취급되면서 처벌은커녕 제대로 신고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배우 박하선이 스토킹 피해를 밝힌 가운데 하루 평균 10건이 넘는 스토킹 범죄 신고에도 그중 1건만 처벌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SBS 플러스 ‘언니한텐 말해도 돼’에서는 바둑기사 조혜연의 스토킹 피해 사연이 언급됐다.

박하선은 “내가 지금 스토킹을 지금 당하고 있다. 나는 괜찮은데 우리 아이 이름까지 알고 있다”고 말해 충격에 빠뜨렸다.

박하선도 “한 사인회장에 나타나 ‘사랑해요’라고 써달라는 남자가 있었다”며 “계속 써달라고 하기에 마지못해 써줬다. 그 사람에겐 그 날이 우리 사이의 1일이었던 것”이라고 스토킹 당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결혼식 전 행사장에 나타나 일기장을 한 권 건넸다. 거기에 우리 둘 사이에 있었다는 일이 다 적혀 있었다”며 “그 사람은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생각까지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신고는 했느냐’는 질문에 “그 사람이 법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 ‘박하선’이라는 이름이 없으면 처벌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며 “남편은 ‘다가오지는 못하니까 반응을 해주지 말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SBS 플러스 ‘언니한텐 말해도 돼’ 화면 중 일부.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SBS 플러스 ‘언니한텐 말해도 돼’ 화면 중 일부.

이처럼 스토킹 피해는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8만원 수준의 벌금형에 머물어 스토킹을 강력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75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2.9건의 스토킹 범죄 신고가 있었다.

스토킹 신고는 2018년 2772건, 2019년 5468건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18년 6월부터 112 신고 사건 코드에 스토킹을 신설해 관리 중이다.

신고 건수 대비 처벌 건수는 2018년 19.62%, 2019년 10.6%, 2020년 7월 기준 10.8%로 높지 않다. 평균 신고 건수 10건 중 1건만 처벌되는 실정이다.

처벌 기준도 낮다.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호(지속적 괴롭힘)에 규정돼 10만원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되지만, 상당수가 8만원 수준의 벌금형에 그쳤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해 11월 주최한 성폭력방지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스토킹 피해현황과 안전대책의 방향’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성폭력 범죄피해 발생 위험이 13.3배 높게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통계에서도 ‘2018년 데이트 폭력 상담사례’ 중 스토킹을 함께 경험한 사례가 전체의 22.4%(57건)으로 조사됐다.

이은주 의원은 “스토킹 피해자는 정신적, 신체적 피해가 막대한데도, 현행 법 규정의 미비로 방치되고 있다”며 “스토킹이 살인이나 납치, 성폭력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처벌을 상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미리 막을 수 없나'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촉구 토론회를 열고 조혜연 프로바둑기사는 발언중이다. ⓒ홍수형 기자
2020년 7월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미리 막을 수 없나' 스토킹범죄처벌법 제정촉구 토론회에 참석한 조혜연 프로바둑기사. ⓒ홍수형 기자

한편 조혜연 바둑기사는 지난 4월23일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 피해 사실을 알렸다.

조 바둑기사는 가해자에 대해 “1년 전부터 저의 사업장에 나타나 갖은 욕설과 고함을 치고 있다”며 “교습소에는 초등학생도 다수인데 스토커를 보고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게재했다.

이어 “지난 7~9일 연속으로 나타나 저와 주변인에게 갖은 욕설과 고함, 협박 및 모욕을 해 제가 형사고발을 했다”며 “지난 22일에는 밤 으슥한 곳에서 나타나 한 시간 정도 고함을 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찰에 세 차례 신고했으나 결국 통고조치는 벌금 5만원이었다”며 “사실상 훈방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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