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화대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폐지공동행동은 '처벌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낙태죄' 완전 폐지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폐지공동행동 활동가들이 '낙태죄'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항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홍수형 기자

 

최근 법무부의 낙태와 관한 2가지의 입법예고가 있었다. 형법 일부개정안,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 2가지 개정안의 입법예고의 변은 이렇다. “처벌・허용 규정 일원화를 위해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해 처벌조항과 허용요건을 형법에 함께 규정함으로써 국가가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내용은 이렇다. 기존의 형법에 낙태죄는 그대로 두고 낙태 허용요건을 추가해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24주인 경우에는 기존의 모자보건법의 제한규정에 사회경제적 이유를 포함하였다. 그리고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인공임신중절의 방법으로 약물을 포함했고, 위기갈등상황의 임신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 임신출산지원기관의 설치운영, 임신출산 종합상담제공, 원치않는 임신예방 등 지원,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의사의 설명 의무 등을 포함하였다.

정부안이 발표되고 나서 여성계에서는 형법에서 낙태죄가 삭제되지 않은 체 허용요건을 편입한데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낙태죄 조항을 폐지해야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269조 1항, 270조 1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결했다. 1년 반을 기다려온 법 개정안은 여성의 성·재생산권이라고 하는 것이 여전히 국가가 허용해주는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만 인정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법 개정안이 더욱 실망스러운 점은 그 어디에도 ‘안전한’ 임신중지권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다. 그간 많은 여성들이 임신중지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시술과 시술에 따른 후유증, 비용부담을 온전히 홀로 책임져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한 임신 중지권은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임신 중지 후 돌봄, 비용부담 완화 등이 해당한다.

1984년 낙태를 전면 허용한 네덜란드를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는 여성의 요청에 따른 낙태 전면 허용 국가임과 동시에 낮은 낙태율을 보이는 국가다. 또한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피임이 발달한 대표적인 나라이기도 하다. 물론 네덜란드에서도 임신주수에 따른 기준이 적용되는 영역이 있다. 13주를 기준으로 13주 이후의 임신중지에 대해서는 여성의 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국가가 정한 엄격한 기준을 갖춘 병원에서만 시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에서 임신중지 비용이 지원되어 개인 부담이 없다. 현재 우리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14주, 24주를 기준으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조건들을 나열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낙태금지와 제한적 허용이 아니라 낙태의 비범죄회와 안전한 낙태를 이야기함으로써 여성의 성과 재생산 건강권이란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1994년 유엔 카이로 국제인구개발회의에서 처음으로 성과 재생산 건강권이 제시되었다. 이후 성과 재생산 건강권(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은 성관계·피임·임신·출산·양육 전반에 대해 여성의 삶의 맥락에서 선택권과 결정권을 갖는 종합적인 건강 권리를 말한다. 재생산 건강은 개인들이 자신의 재생산 관련 행동에 대해 자유롭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재생산 건강관련 정보, 재화, 시설,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포함한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낙태를 비범죄화하고 성과 재생산 건강권의 견지에서 안전한 임신중지권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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