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뉴시스
스웨덴 운전면허 제도가 특이한 것 중 하나는 5년 이상 무사고 운전을 한 24세 이상 가족에게 운전교사 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운전연습자와 보호자가 동시에 국가 지정 운전연습학원에서 제공하는 기초과정을 수료하면 운전연습자는 보호자와 함께 거리에 나가서 운전연습을 할 수 있게 해준다.ⓒ여성신문·뉴시스

 

잘 아는 직장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수화기 반대편에 들리는 목소리는 이미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한껏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대학에 들어 갔다는 딸이 취직이 되었나 짐작했지만 뜻 밖에도 딸이 4년 만에 운전면허증을 취득해 너무 행복하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딸이 18세에 운전 연습을 시작해 22세가 되었으니 정말 기뻐할 만한 가족의 경사였다. 코로나가 잠잠해 지면 딸의 면허증 취득을 위한 축하파티를 열겠다고 들 뜬 동료의 목소리는 전화를 끊고도 한참동안 귀가에 남아 있을 정도로 흥분되어 있었다. 스웨덴 가정에서는 자녀가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직장동료의 전화를 받고 난 후 그 사실이 피부에 와 닿았다.

자녀를 둔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서 꼭 필요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운전면허증이다. 고등학교 때인 17세 6개월 때부터 운전연습을 시작해 18세부터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다. 스웨덴의 운전면허 제도가 특이한 것 중 하나는 5년 이상 무사고 운전을 한 24세 이상 가족 중 한 사람에게 운전교사 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운전연습자와 보호자가 동시에 국가가 지정하는 운전연습학원에서 제공하는 기초과정을 수료하면 운전연습자는 보호자와 함께 거리에 나가서 운전연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5년 동안 유효한 운전교습자격증은 자녀가 운전연습을 할 때 학원에서 운전연습을 하면 짧은 시간 밖에 연습을 하지 못해 운전의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운전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불합격율이 높아 국가적으로 자원과 시간낭비라는 지적에 따른 대안이었다.

무엇보다도 많은 가정이 자동차가 최소 한대 씩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녀와 부모가 언제든지 운전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운전연습을 할 수 있게 해 줌으로서 집에 있는 차로 언제든지 운전연습과 교통법규 공부를 가족이 함께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시장을 가기 위해 이동하거나 장거리 가족여행을 위해 국도나 고속도로 등의 주행연습은 책을 통해 배운 이론을 실제 적용해 보는 역할을 해 이론과 실습을 실질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된다.

가족과 함께 운전연습하는 것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옆에 동석하는 보호자가 운전자와 동일한 음주운전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음주 후 자녀연습생에게 운전하게 하고 동석하다가 단속에 걸릴 경우 자격증은 바로 취소된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 1년 이상 충분한 연습과 이론습득을 한 효과는 크다. 가정에서 언제든지 운전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연습시간이 당연히 늘어난다. 그리고 운전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자녀의 경우도 꾸준히 반복연습을 할 수 있게 되어 실력을 늘릴 수 있게 된다. 학원에서 배우게 될 경우 시간 당 9만원 정도의 강사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10번 이상을 하면 바로 100만이 넘어 학원은 충분한 연습이 되었을 때 최종 점검을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원에서만 연습해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때 최소 250만원 이상이 스웨덴 가정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지원에 운전면허 지원도 포함된다. 집에서 보호자와 운전연습을 할 경우 충분한 연습기회를 통해 자신이 생겼을 때 면허시험에 응시하기 때문에서 전국 평균 3,5회 정도의 응시 후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게 된다.

스웨덴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 중 눈에 뜨는 것 중 하나는 빙판운전 실습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빙판상황은 반드시 눈과 얼음이 있는 겨울 뿐 아니라 봄과 가을, 그리고 한 여름에도 비가 왔을 때 노면이 미끄러울 때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빙판체험은 유사한 노면 상황에서 대처방법을 습득하는데 초점을 둔다.

까다로운 운전면허증 취득제도는 낮은 교통사망율에 그대로 반영된다. 2019년 유럽도로안전통계를 보면 스웨덴은 100만명 당 22명의 교통사고사망자수를 기록해 유럽에서 가장 낮다. 스웨덴에 이어 아일랜드가 29명으로 뒤를 잇는다. 가장 사망율이 높은 국가는 루마니아(96), 불가리아89), 폴란드(77)순으로 나타난다. 운전면허증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나라일수록 교통사고와 연관된 사망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자명하다.

 

세계보건기구 2016년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망자수에 있어 폴란드보다 높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0만명 당 가장 낮은 교통사망율은 노르웨이가 1위, 스웨덴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사망율이 높을수록 국가의 자원손실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아까운 인재들을 잃는 것도 큰 손실이지만 사망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과 치유에 들어가는 비용은 손실비용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단지 보험손실 등의 수치만 산출근거로 삼는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는데 교통사고율이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운전자들의 교통법규를 어기는 과속운전, 부주의운전, 음주운전 등의 주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 원인은 바로 너무 쉽게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하는 허술한 운전면허제도에 있다. 교통사고율과 부패와의 연관성을 연구한 수많은 경험연구들은 높은 교통사고율은 부패구조의 비효율성에서 나온다고 경고한다.

딸의 운전면허증을 위한 파티를 열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면허시험제도가 스웨덴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통안전국가 중 하나로 만든 결정적 열쇠다. 일본은 자국의 면허증을 제시하면 스웨덴 면허증으로 바로 교환발급해 주지만 한국면허증은 인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수월한 운전면허증 취득제도와 높은 사고율 때문이다. 우리도 스웨덴 운전면허제도를 연구해 볼만 하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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