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중심 추세 반영, 여성취향 맞추기에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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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실제 분양가격 결정 짓기도 해

시세차익 위해 아파트 브랜드 중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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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 거실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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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건설▶

'꿈에그린''푸르지오''더샵' '캐슬' '자이' '위브' '상떼빌' ' e-편한세상''래미안''타워팰리스'. 얼핏 떠오르는 아파트 브랜드만 해도 수십 가지다. '우림 루미아트''제창 그로힐''보람 쉬움''성동 아리엘''성림 한울' 등 서울 9차 동시분양에서 아파트를 공급한 중소업체들도 한결같이 브랜드를 달고 있다. 자체 브랜드로 주택공급을 하고 있는 업체만도 150여개 사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브랜드는 주택시장의 흐름으로 정착했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건설업체들은 이에 발맞춰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이 '푸르지오' 등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브랜드매니지먼트 팀을 구성한 것은 지난 5월. 우림 건설도 문화홍보실 내에 루미아트, 보보카운티 등 자체 브랜드를 관리하는 전문인력이 배치됐다고 한다. 포스코 건설 역시 상품기획팀 내에 브랜드 관리 전문 인력을 두고 있다.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 좌우

아파트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투데이의 황용택 컨설턴트는 “아파트의 브랜드는 단순히 아파트단지 이름만을 뜻하지 않는다”며 “실제 분양가격을 결정짓기도 한다. 그만큼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부동산정보제공 사이트인 닥터아파트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2003년 이후 입주하는 아파트의 프리미엄(웃돈)을 건설사별로 조사한 결과 S사, L사, D사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도곡동, 문정동 등 강남 주요지역에 입주물량이 많은 S사 아파트의 경우 평당 230만원을, 수원 망포, 군포 당동 등에서 분양한 L사 아파트는 평당 221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밖에 D사(217만원), I사(207만원), J사(169만원), H사(162만원) 등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대체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입지여건이 비슷한 지역이라면 유명 브랜드 아파트의 가격이 강세를 보인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각종 사업조건이 비슷할 경우 어느 브랜드로 재건축 되느냐가 입주민들에게 큰 관심사인데 브랜드로 인한 재건축 후의 가치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브랜드의 인지도에 따라 아파트 분양 및 재건축 수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가격이 비싸도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황 컨설턴트는 “실제 시설이 좋을 뿐 아니라 전용 면적률도 뛰어나다”며 “일반적으로 63∼70%로 떨어지는 전용 면적률이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80∼8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로 “시세 형성에 훨씬 유리”함을 들었다. 같은 지역에 동시 입주를 시작한 S아파트 32평형의 경우 1억3500만원의 웃돈이 형성된 반면 B아파트의 같은 평형에 4400만원의 웃돈이 붙는 데 그친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아파트 브랜드 파워,

여성이 선택권 쥐면서 강세

그 외에도 수요자들의 브랜드 편중현상 원인을 외환위기 이후 중소업체들의 잇단 부도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아파트 브랜드 시작이 실제 삼성 '래미안'과 대림 'e-편한세상'에서 비롯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왕이면 건실한 업체의 아파트를 선택하려는 분위기가 실제 청약경쟁률과 분양권 시세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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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캐슬 광고

주택업체들이 아파트 브랜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우리 회사 브랜드 가치는 얼마일까〉의 저자 박문기씨는 “지난 98년부터라고 보면 된다”며 “이는 기존 생산자 중심의 아파트 건설이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짓기만 하면 팔리는 내구재'였다. 반면 2000년 들어 주택 보급률 상승 시대로 접어들면서 주택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요자들의 취향 역시 다양해져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잡을 수 있는 상품'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아파트의 브랜드 열풍은 공급자 중심이었던 주택시장이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브랜드가 좋으면 수요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고 업체도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보다 나은 품질의 아파트를 만들어 간다. 이는 각 사마다 고품격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한 신평면 및 디자인 개발 노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파트가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아파트 실질 선택권이 여성에게 있다는 평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중개업소나 모델하우스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다. 이는 상대적으로 주택에 머무는 시간이 긴 주부들이 앞장서서 실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한 노력이기도 하다.

브랜드 파워에 맞는 품질 보장 필수

박문기씨가 최근 조사한 브랜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주거문화가 패션이나 생활용품 등에 비해 호감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감도란 상품 구매시 감성(이미지) 영향이 얼마나 높은가 하는 부분인데 이 역시 아파트 구입시 남성보다 여성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파트의 대세로 자리잡은 브랜드 파워. 그러나 아파트 선택시 브랜드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높다.

박씨는 “브랜드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그에 걸맞는 품질이 우선”이라며 “브랜드 아파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주택업체가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내놓은 브랜드 전략에 제 발목을 잡히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그에 맞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파트의 현안인 층간소음, 부실시공, A/S문제는 물론이고 분양가 책정도 수요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구나 투기성이 아닌 살기 위한 선택이라면 대형업체의 브랜드 프리미엄만 믿고 선택하면 안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위기에 휩쓸려 대형업체에 무조건 청약하기보다 현장 방문을 통해 주변 환경, 교통 등 입지 여건과 단지 규모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 6차 동시분양가를 조사 발표한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회장 김재옥) 역시 “브랜드 인지도가 곧 아파트 품질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며 “서민들의 경우 화려한 광고와 견본주택에 현혹되는 등 이름에 끌리기보다 주거여건을 따져 본인에게 맞는 주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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