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몹시 걱정스러운 뉴스를 들었다. 대학생 4명 중 1명이 휴학을, 10명 중 1명이 자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리쓰메이칸대학(立命館大學) 신문이 조사해 발표한 것으로, 인터넷 매체는 물론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에도 기사가 소개되면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만약 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코로나가 대학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조사 내용을 살펴보았다.

해당 조사는 봄 학기 수업이 끝나는 8월 초부터 약 보름간 리쓰메이칸대학 학부생 전체를 대상으로 인터넷으로 실시된 것이라고 한다. 신문사는 조사 결과를 정리하여 ‘4명 중 1명 휴학 고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는데, 주류 미디어들이 그것을 인용해 잇따라 보도를 낸 것이었다. 그런데 조사 방법을 찬찬히 살펴보니 허점이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신하고 있는 가운데 4월 16일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노트북 등을 이용해 강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신하고 있는 가운데 4월 16일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노트북 등을 이용해 강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조사 개요에 따르면, 유효응답수는 1414건으로 조사 대상자 3만2243명 중 약 4%였다. 이 비율이 전체 학생의 의사를 파악하기에 터무니없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휴학 고려 비율이 20~30%인지 확인하고자 한다면 이론적으로는 300명의 조사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응답수가 아니라 조사 대상자를 무작위로 선택했는지의 여부다. 만약 모집단과 표본을 구분하지 않고 모집단 전체(32,243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면 4%의 응답률은 실제와 동떨어진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위의 조사는 이 무작위추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4명 중 1명 휴학 고려’는 실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대학 신문사의 명예를 위해 덧붙이자면, 현실에서는 무작위추출을 실현하기가 매우 힘들다. 단적으로 말해,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아마 대학 신문사에 그런 자원은 없었을 것이다. 조사와 기사를 담당한 것은 사회학과 학생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 점을 높이 사고 싶다(실제로 온라인 수업 이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다).

그렇다면 실제 상황은 어떠할까? 실제는 원격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결코 낮지 않은 듯하다. 전체 재학생을 조사 대상으로 한 유효응답률 약 39%의 데이터를 소개해보자. 조사 주체는 교육 지원을 주 업무로 하는 대학 내 기관인데, 구체적인 학교 이름은 불필요한 억측을 부를 수 있으니 밝히지 않도록 하자(그런데 많은 학교가 봄 학기를 마치면서 비슷한 종류의 조사 발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래에서 설명하는 결과의 근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수업의 질적 측면부터. 대면수업과 비교해 온라인 수업을 통해 얻는 정보량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약 83%의 수업에서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많다고 대답했다. 프레젠테이션(발제 과제)할 때 대면수업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약 30%의 수업에서 차이가 없다고 대답했고, 약 30%의 수업에서 온라인이 더 편하다고 대답했다. 토론 시 대면수업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약 25%의 수업에서 차이가 없다고 대답했고, 약 16%의 수업에서 온라인이 더 편하다고 대답했다. 토론을 제외하면 온라인 수업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이 절반을 넘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의 장단점을 물은 항목은 더 구체적이다. 대답은 복수 선택이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통학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도 줄일 수 있고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고 한다. 다음으로 꼽은 것은 공부하기가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콘텐츠 활용 중심의 수업(녹화된 동영상으로 공부하는 방식)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공부할 수 있고 반복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자료가 전자 파일의 형태로 배부되기 때문에 관리가 편하다는 점도 들었다.

단점으로 꼽은 것은 첫 번째가 육체적 피로였다. 수업도 듣고 과제도 하다 보면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게 된다고 한다. 두 번째로 많이 든 것은 학생과의 교류가 적다는 것이었다. 토론하기가 어렵고 같이 놀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어려워 심리적으로 불안하다는 것이다.

리쓰메이칸대학의 조사 결과를 크게 보도한 미디어의 걱정과 달리 실제로는 많은 학생이 온라인 수업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자극적인 기사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미디어의 숙명이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측면이 전부인 양 보도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

*필자 나일등 :&nbsp;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박사로 센슈대학 사회학과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br>『사회 조사의 데이터 클리닝』(2019)을 펴냈으며, 역서로는 『워킹 푸어』(2009),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가 있다.
*필자 나일등 :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박사로 센슈대학 사회학과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사회 조사의 데이터 클리닝』(2019)을 펴냈으며, 역서로는 『워킹 푸어』(2009),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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