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섹스 칼럼니스트하면 아직도 ‘섹스 앤더 시티’의 화려함을 떠올리지만 섹스 칼럼만 써서는 먹고 살기가 어렵다. 한때는 모든 잡지와 신문에서 섹스 칼럼을 연재할 만큼 섹스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지금은 섹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살짝 하락한 시대다. 어떻게 아냐고? 영업 비밀이다.

섹스 칼럼뿐만이 아니다. 사실 글만 써서 생활을 유지한다기란 쉽지 않다. 자기소개를 할 때는 편의상 간단하게 섹스 칼럼니스트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섹스 칼럼니스트이면서 들어오는 글은 닥치는 대로 쓰는 프리랜서 글쟁이이자 강사면서 딜도도 팔고 음식도 파는 그런 사람이다. 가끔이지만 방송일이 들어오면 그것도 한다. 누군가는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면서 사는 거 아니냐고 묻지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을 뿐이다.

딜도팔이이자 비건 식당 사장인 나는 홍대 와우산 초입에 위치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가게의 모든 공간을 직접 쓸고 닦는다. 청소가 귀찮을 땐 가게가 작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생각보다 작네’ ‘좁다~’고 할 만큼 작은 그 공간에서 난 섹스토이를 진열해놓고 음식과 술을 서빙한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메뉴를 고르다가 벽면을 가득 채운 섹스토이를 보고 흠칫한다. 도대체 여기에 왜 저런 게 있어? 저거 딜도 아니야? 거짓말하지 마. 바이브레이터가 여기 왜 있어. 같이 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유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에게 직접 질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 섹스토이가 음식점에 진열되어 있는지를 말이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은 껌 씹는 방법만큼이나 여러 가지다.

“섹스토이와 맛있는 음식은 기쁨, 즐거움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잖아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움을 느끼듯 섹스토이를 구경하며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상상하고 몸과 마음의 자유를 찾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음식, 맛있는 음식에도 편견이 존재해요. 일단 고기가 들어가야 맛이 살아나고, 고기를 먹어야 에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회 안에서 비건은 맛없는 것, 예민한 것 취급을 당할 뿐이죠. 섹스토이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에게 섹스는 욕망의 실현이 되지만 누군가에겐 일탈이자 용기가 되죠. 섹스토이는 밝히는 사람, 외로운 사람이 쓸 것이라는 선입견도 존재하고요. 어쩌면 비건식과 섹스는 편견이라는 공통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내 몸이 하나고 성격이 까다로워서 다른 사람이랑 같이 일하기 어려운 나머지 사업체 두 개를 같은 공간에서 굴리게 되었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없는 스토리도 만들어서 장사하는 요즘 시대에 그랬다간 큰일 난다. 물론 위에 적은 이야기들은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짜다. 있어 보이는 대답을 하기 이전에 난 묻고 싶다. 왜 사람들은 섹스토이가 식당에 있을 때 “이게 여기 왜 있는 거야?”라고 질문하는 걸까. 그 누구도 카페나 식당에서 꽃을 팔거나 책을 팔거나 옷을 팔거나 문구류를 팔 때 “이게 여기 왜 있어?”라고 묻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듯 섹스도 그리고 섹스토이도 일상이 됐으면 한다. 10년쯤 후면 그 누구도 “근데 왜 식당에 섹스토이가 있어?”라고 말하지 않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내가 꿈꿨던 대로 이곳에서 손님들은 밥을 먹다가 섹스를 말하고, 술을 마시다가 바이브레이터를 구경한다.

은하선 섹스 칼럼니스트·은하선토이즈 대표
은하선 섹스 칼럼니스트·은하선토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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